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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빛과 철'로 타오른 불꽃…배종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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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빛과 철'로 타오른 불꽃…배종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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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롭게 부딪혀 강렬하게 빛을 낸 사람들 ②
    영화 '빛과 철' 배종대 감독 <상> 영화의 시작과 인물

    영화 '빛과 철' 배종대 감독. 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두 여자가 한 교통사고로 남편들을 잃었다. 희주(김시은)의 남편은 죽었고, 영남(염혜란)의 남편은 살았지만 2년째 의식불명이다. 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희주는 우연히 영남을 맞닥뜨린 것만으로도 괴롭다. 그런데 여기에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마저 자신의 주위를 맴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희주는 어느 날 은영의 말을 통해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희주는 그날의 진실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건, 조각난 진실들 사이에서 영남과 희주는 각자 마음 저 깊은 곳에 꼭꼭 눌러 담아 온 감정을 하나둘 꺼내 든다. 그리고 날카롭게 맞부딪힌다. 영화 '빛과 철'은 영남과 희주의 복합적인 감정을 밀도 깊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두 인물을 뒤쫓아 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영남과 희주를 극단으로 내몰았으며, 그들은 정답 없는 질주를 멈출 수 있는지, 우리는 그들을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지 등을 말이다. 최근 '빛과 철'을 연출한 배종대 감독을 온라인으로 만나 영화의 시작과 그 중심에 선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빛과 철', 날카롭게 부딪혀 가는 '마음'의 미스터리

    - '빛과 철'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빛과 철'이라는 작품은 교통사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떠올렸을 때 교통사고가 먼저는 아니었어요. 희주와 영남 두 인물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했죠. 같은 일을 겪은 두 인물이 양극단에 서서 서로 만나서 부딪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감정이 적대감일 수 있지만 교감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죠."

    - 영화의 제목이 독특한데요. '빛과 철'은 어떤 의미를 갖는 제목인가요?

    "보통 빛은 밝고 하얗고 따뜻한 느낌이고, 철은 차갑고 날카롭고 육중한 느낌을 주죠. 두 상반된 느낌이 맞부딪힌다는 느낌이 영화가 주는 의미나 내용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사건의 발단인 교통사고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해요. 두 차가 마주 올 때 헤드라이트가 켜져서 서로를 확인하고 육중한 차체가 부딪혀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죠."

    - 영화는 억눌러 온 각 인물의 내면과 감정이 점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하게 부딪혀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인물을 구축하고 감정을 꺼내 가는 과정이 중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영화는 인물의 영화고,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영화라는 거였죠.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씨가 기존에 해온 것보다 훨씬 잘하길 바랐어요.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방법 중 하나가 대본 리딩을 하지 않는 거였어요. 미리 준비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할 수 있지만 '빛과 철'은 그런 것들보다 즉각적으로 인물끼리 부딪쳤을 때 감정을 포착하는 게 중요했죠.

    모두 흔쾌히 받아줬어요. 서로에 대한 선입견 없이 오롯이 영남, 희주, 은영으로 만나며 일어난 불꽃이 영화에 잘 담긴 거 같아요."


    - 영남과 희주, 두 인물의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내고 강렬하게 맞부딪히는 과정을 미스터리한 형식을 이용해 풀어낸 이유가 있으신가요?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이 영화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차적으로 관객을 영화에 깊숙이 끌고 들어와 충분히 몰입시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어떤 전환의 과정이 필요했어요. 영화 초중반부까지는 '과연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사고의 진짜 가해자는 누구일까' 등을 찾아가는 '사건의 미스터리'였다면 그 이후 '마음의 미스터리'로 전환되는 게 중요했어요. 즉 장르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미스터리가 필요했던 거죠."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빛과 철'은 인물의 영화이자, 배우의 영화

    -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며 바라본 영남과 희주, 은영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영남은 겉으로 되게 강해 보이고, 자신이 약하단 것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이에요. 딸이나 가족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이겨내려 하고. 강인함과 약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에요.

    희주는 사실 제가 많이 반영된 인물이에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도 남편과 문제가 있어도 대면하고 풀기보다 회피하고 미루죠. 그런 인물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요. 그런데 그 의지가 다른 식으로 발현돼서 자신에게 큰 타격을 주죠. 희주를 생각할 때 저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빛과 철'은 결국 은영이 촉발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은 모두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을 때, 이를 견딜 수 없는 한 인간의 고백으로 시작하죠.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용기 있고 성숙한 인물로 은영을 그리고 싶었어요."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중요한 만큼 캐스팅도 영화 제작에 있어서 중요한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배우를 섭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기존에 해왔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찾길 원했어요. 염혜란 배우는 기존에 친숙하고 따뜻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저는 그에게 날카롭고 서늘한 느낌의 눈빛이 있다고 봤어요.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조승우씨 비서 역할로 나왔을 때, 저 눈빛이라면 기존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김시은 배우는 드라마와 독립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아직 자신이 가진 만큼 완전하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가능성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죠. 김시은 배우를 발견했을 때 제가 원했던, 뭔가 독을 품고 있으면서도 강한 불꽃을 내뿜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벌새'를 보자마자 박지후 배우에게 매료됐어요. 박지후 배우를 아무도 모를 때 가장 먼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안했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눈빛에서 은영을 잘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빛과 철' 배종대 감독. 찬란 제공
    ◇ 끝까지 보여주고, 끝까지 가보고자 했다

    - 완성된 영화를 쭉 돌아봤을 때, 감독님이 그려내고자 했던 영남과 희주보다 염혜란씨와 김시은씨가 훨씬 더 놀랍게 표현한 장면이 있을까요?

    "영화 중반부에 영남이 공장 탈의실로 희주를 찾아온 게 두 배우가 처음 만난 장면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준비했던 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구나' '생각보다 훨씬 더 불꽃 튀는구나' 생각했죠. 제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편집이 힘들 때마다 그 장면을 돌려보고 행복해하며 모든 장면을 저렇게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작업했어요."

    - 염혜란씨가 인터뷰에서 "여성 캐릭터가 감정의 기복을 끝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여성을 주축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영화의 인물을 정할 때 이 사람이 남성일지, 여성일지 고민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처음부터 여성이었죠. 돌이켜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저하고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에 알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인물을 다루려 할 때 조금 더 인물을 고민하고, 다가가려 하죠. 또 그 인물을 알지 못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관객들께서 '빛과 철'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가면서 이것만은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안고 가셨으면 한다는 게 있을까요?

    "엔딩을 정할 때 그런 게 있었어요. 완벽히 마무리 짓지 않고 완벽한 세계를 만들지 않고, 조금 열어두고 새로운 이야기가 발생할 때 마무리해야 한다는 철학이었죠. 어딘가에 영남, 희주와 비슷한 인물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힘든 말은 그만 청산하고 다른 삶을 살았으면, 행복한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을 관객들께서 가지면 좋겠어요."

    <중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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