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연관 사망사건에 대해 브리핑중인 제주도 보건당국.(사진=제주도 제공)
제주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60대가 숨졌는데도 타 지역과 달리 제주도가 백신 제조사와 제품을 밝히지 않아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제주시 지역 민간 의료기관에서 인플루엔자 무료접종을 한 A씨(68)가 숨졌다.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뒤 숨진 건 전국에서 5번째 사례지만 제주지역에선 처음이다.
제주도 역학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일 접종 이후 20일 몸살과 인후통, 발열로 오전 10시 접종한 병원을 다시 찾아 치료를 받고 오후 3시 귀가했다.
A씨는 20일 오후 11시57분 호흡 곤란 증상으로 119에 의해 한마음병원으로 이송됐고, 21일 0시10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한마음병원측이 오전 1시11분 제주동부경찰서로 신고하면서 사망사건이 파악됐다.
A씨는 국가 무료예방 접종 대상자로, 고혈압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A씨가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고려해 사망과 백신 접종의 명확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역학조사 등을 이유로 백신 제조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가 무료예방 접종 백신은 현재 12개 회사가 14개 제품을 생산중이다.
제주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이 가장 안전하고, 백신 제조과정과 운송, 보관, 접종 등 모든 분야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해당 백신 제조사를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또 백신과 사망간의 보다 정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선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타 지역과 달리 제주도가 백신 제조사와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접종을 마쳤거나 앞둔 도민들에게 백신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 20일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70대 남성이 12시간만에 숨진 가운데 독감 접종과 사망간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구시는 해당 독감 백신이 질병관리청이 무료접종용으로 공급한 (주)엘지화학의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라고 밝혔다.
또 대전과 고창, 인천에서도 사망사건과 맞물린 백신에 대해 제조사와 물량을 공개, 시민들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제주지역의 경우 비록 백신 제조나 운송, 보관 등 어느 분야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민 알권리 차원과 동일 제품에 의한 문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 당위성이 따르고 있다.
또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해당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시켜 다른 제품으로까지 불안감이 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데 여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독감백신이 가장 안전하고, 백신에 의한 사망으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일로 백신 접종을 중단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