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박덕흠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이 이번엔 국회 문턱을 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모두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합동 전수조사위원회를 꾸리자는 의견도 나오는 등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여전히 반대 기류가 강한데다, 여당 지도부도 당론 채택이나 실제 입법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어 21대 국회에서도 입법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기, 또 폐기…이해충돌방지법, 21대에선 상임위 문턱 넘을까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이상직·김홍걸 의원 논란 등 수세에 몰리자 박덕흠 의원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활동을 강하게 문제삼는 중이다.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최근 5년(2015~2020년)간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에서 1천억 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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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내 정치개혁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이해충돌방지법과 전수조사 가능성도 시사하는 등 맹공에 나섰다.
TF 소속인 신동근 의원은 "전수조사 안을 만들어서 최고위원회의에 올려 결정되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김남국 의원은 "근본적으로 이해충돌과 관련된 세부적 기준의 규정을 마련하고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할 시 처벌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이해충돌 소지 사례를 언급하며 "원칙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고 예외 없는 기준과 법·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8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해충돌방지법이 21대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해충돌방지법은 이전 국회에서도 논의되던 단골 메뉴다. 19대 국회에선 김기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냈고, 20대 국회에선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낸 방지법 등 6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공직자 이해충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민권익위에서도 지난 6월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아직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추 장관 관련 발언을 문제삼으며 권익위가 낸 법안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與 지도부, '박덕흠 방지법' 입법화엔 조심…왜?민주당 지도부도 입법 자체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개별 의원들 사이에선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필요성에 상당 부분 공감대가 모아졌지만 당론으로 정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개별 의원들은 '박덕흠 방지법' 수준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내고 있다. 김 의원의 법안은 공직자가 소속된 기관은 해당 고위공직자의 가족을 채용할 수 없도록 했고 수의계약도 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3일 전수조사와 이해충돌방지법 추진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치개혁TF에 정치 개혁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에서 꾸린 정치개혁TF는 공격의 수위를 높이곤 있지만, 당론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을 정할지를 두고 망설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론상 입법이 필요해지긴 했는데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종 검토할 게 있다"라며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소통과 민원인데, '박덕흠 방지법'이 입법되면 판·검사 출신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기자 출신은 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못 가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권익위가 낸 방지법은 △직무관련자가 해당 업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경우 신고·회피·기피 △임용 전 3년 이내 민간 부문에서 업무활동한 경우 해당 내역을 소속기관장에게 제출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가족 채용 제한 등이 골자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사위엔 판·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법사위처럼 전문성을 요하는 상임위가 있기 때문에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조항 등은 지나치게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