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과 물적 분할을 택한 배경은 결국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으로 수렴된다.
앞서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이와 함께 전문사업 분야로의 ‘집중’을 강조하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물적 분할의 배경에 대해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설법인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LG화학 본사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즉각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R&D 협력 및 전기재료 사업 등 모회사와 신설법인 간 시너지 효과를 제고할 수 있으며, LG화학 100% 지분 보유로 인해 외부 투자 자금 유치 등 여러 선택 가능한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시너지 효과란 결국 자금 유치의 용이성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신설하는 배터리 전문 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맥락과 이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가 흑자로 전환된 점 등 현재가 적기라는 판단이 주요했다.
LG화학이 내년을 넘길 것이라는 시장의 당초 예측보다 서둘러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현지의 공장 신·증설 등에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면서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해진 때문이다.
LG화학은 미국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폭스바겐‧GM‧BMW‧포드 등 글로벌 탑 티어 업체들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현재 수주 잔고가 150조원을 넘어섰다.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오히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절실했다.
LG화학 입장에선 전지사업부를 독립해 주식시장에 상장(IPO·기업공개)함으로써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자로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분할 방식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이며,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는다.
공정공시에 따르면 신설 법인(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은 10조2552억원, 분할 후 존속기업인 LG화학의 자산은 24조7275억원으로 분리된다.
다만 신설법인의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내년 중으로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LG화학은 올해 13조원 정도인 신설법인의 매출을 오는 2024년까지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분사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주류인 가운데, 단기적으론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주주의 지분율 유지가 가능한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는 데 기인한다.
‘2차 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를 분사하면 주가 하락 말고 뭐가 남느냐는 것이 현재 LG화학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