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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바둑과 체스 차이를 알면 동서양 건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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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유현준 "바둑과 체스 차이를 알면 동서양 건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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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vs 알파벳'도 동서양 건축 차이 반영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9월 9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 정관용>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와 함께하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유현준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난번 오셨을 때 동서양 기후의 차이가 농작물의 차이를 낳았다, 그리고 토양의 차이 이런 것이 건축의 차이로 가져왔다 이런 얘기했잖아요. 조금 요약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고.

    ◆ 유현준> 일단은 강수량 1000mm가 기준입니다. 1000mm보다 넘는 강수량이 내리는 우리 극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단 종자가 벼를 키우고요. 땅이 지반이 얕기 때문에 약해지죠, 장마철 기간에. 그래서 가벼운 건축재료를 쓰는 나무를 중심으로 한 건축이 사용이 됐고요. 서양 같은 경우에는 한 850mm 정도의 강수량이기 때문에 그리고 고루고루 내려서 땅을 단단하게 하고 그래서 밀농사를 짓고 무거운 건축재료인 벽돌이나 돌 같은 것들을 주로 많이 사용을 합니다.

    ◇ 정관용> 돌로 지은 집 위주의 서양. 그리고 흙으로 지을 수밖에 없는.

    ◆ 유현준> 나무로 지은.

    ◇ 정관용> 흙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흙으로 메우는 그런 극동아시아지역, 그 차이. 그리고 그건 벼농사하고 밀농사는 어땠었죠. 벼농사는 짚단으로 해야 되고.


    ◆ 유현준> 관계수로 같은 토목공사를 많이 해야 되기 때문에 집단으로 하는 노동이 굉장히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사회 내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집단을 위해서 나를 희생시키는 그런 사고방식들이 많이 돼 있고요. 사람들끼리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거기서 조금만 농사짓는 걸 생각해 보시면 물길을 위에서 내려와서 받아서 내 논에 물을 댄 다음에 다시 물길을 밑으로 내려서 또 밑에 논으로 주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계속.

    ◆ 유현준> 사실은 모든 땅들이 사실은 물로 다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수로로. 그래서 그 관계 내에서 밉보이기도 그러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25일 오전 서울 창덕궁 청의정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에서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모내기를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정관용> 맞아요. 어디 한 군데만 물길을 끊어버리면.

    ◆ 유현준> 그렇죠. 실제로 귀농하시는 분들도 그런 데서 어려움을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그리고 돌로 지은 집들은 창이 작을 수밖에 없죠.

    ◆ 유현준> 그렇죠, 돌로 지어서 벽이 지붕을 받치는 구조가 되면 창문을 뚫으면 벽이 무너지겠죠. 그러다 보니까 가로로 긴 창문을 못 뚫습니다. 창문을 만들어도 세로로 긴 창문밖에 못 만들고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창문도 별로 없어요, 종이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나무로 된 덧문을 달다 보니까 바깥 경치는 거의 안 보이는.

    ◇ 정관용> 폐쇄적인.

    ◆ 유현준> 그렇죠. 안과 밖이 명확하게 구분이 나는 공간의 성격을 가집니다.

    ◇ 정관용> 그러나 동양의 기둥, 나무기둥의 집들은 넓은 창. 심지어 문짝도 그냥 들어서 지붕에다 갖다 붙이기도 하고.

    ◆ 유현준> 거의 바깥경치가 잘 보이는 구조죠.

    ◇ 정관용> 관계도 역시 내부와 외부의 관계성. 이런 면으로 연결되는 거죠.

    ◆ 유현준> 네. 왜냐하면 바깥 경치가 잘 보이니까 저희가 건물을 앉히거나 할 때에도 바깥경치와 관련된 주변 상황하고 연결해서 주로 배치를 하게 되죠.

    ◇ 정관용> 이런 기후, 농사 그리고 건축물의 기본 구조. 이 차이가 한자와 알파벳의 차이를 가져왔다고요?

    ◆ 유현준> 아니요. 그러니까 어느 게 먼저고 어느 것이 나중인지는 모르겠는데 패러다임이 있는데 그런 사고방식들이 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모든 것들이 가치관들도 사실 관계 중심으로 형성이 됩니다. 그런데 반면에 약간 밀농사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죠. 혼자 씨를 뿌리고 다니고 하니까. 그래서 하나하나가 독립된 개체를 가지는 걸로 되는 성향들이 많아서 일단 알파벳 체계를 보시면 서양의 알파벳 체계는 26개 글자가 딱 정해져 있잖아요. A부터 Z까지. 걔네들의 순서를 바꾸서 새로운 뜻을 만들거든요. 그런데 알파벳을 쓸 때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쓰잖아요. 그런데 동양의 한자 같은 경우에는 서로 다른 것들을 조합을 해서 새로운 뜻을 만드는데 그 위치가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결정이 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나무 목자와 한 일자 두 개의 한자를 섞을 때 이 한 일자를 밑에다 붙이면 근본 본자가 되고 위에다 붙이면 아니다라는 뜻도 되고 끝이라는 뜻도 되죠. 끝 말자 같은 경우에는 한 일자가 나무 목변의 가로 축보다 더 길어지면 끝 말자가 돼요. 그러니까 이게 한 일자 글자가 어디 위에 붙느냐 아래 붙느냐 옆에 붙느냐에 따라서 의미도 달라지고 상대적인 길이가 또 어떠냐에 따라서도 뜻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되게 관계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의미의 부여에 중요한 팩터가 된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기본 요소가 알파벳은 26개로 제한돼 있고 그것의 조합이라면 조합은 한쪽 방향이라면 한자는 기본 요소는 굉장히 많고.

    ◆ 유현준> 또 상대적인 위치와 길이에 따라서 의미도 계속해서 바뀌고.

    ◇ 정관용> 위로 붙이냐, 옆으로 붙이냐에 따라 또 달라지고. 또 2개만 합치는 게 아니잖아요. 3개, 4개 합치기도 하고.

    ◆ 유현준> 그래서 저는 보면 서양에서 보통 유전공학이라는 게 처음 나왔잖아요. 그런 AGTC라는 4개의 염기서열의 순서를 바꿔서 DNA라는 다른 생명체의 모양이 나온다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 알파벳 체계를 쓰는 서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좋아요. 그럼 한자와 알파벳의 차이가 동서양 건축에 반영된 것은 뭐라고 봐야 됩니까?

    ◆ 유현준> 일단은 직접적으로 알파벳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 문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그렇게 된 건데. 동양 같은 경우에는 주로 관계 중심으로 설계를 하다 보니까 한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고 평면도도 되게 왔다 갔다 해요. 저희들에 예전에 만들어진 한옥이나 이런 걸 보시면 주변 경관에 따라서 배치들이 막 바뀌죠.

    ◇ 정관용> 그렇죠.

    ◆ 유현준> 그런데 서양의 건축들을 보면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예를 들어 성베드로성당 같은 거다 그러면 저쪽 제단부터 시작해서 한 방향으로 계속 좌우 대칭으로 구성돼 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좌우 대칭.

    ◆ 유현준> 그래서 쭉 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고 또 하나 서양건축은 압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가 체스 같은 게임을 보시면 그게 동양과 서양의 게임이 체스와 바둑으로 나눠지는데 체스 같은 게임이 상대방을 죽여야지만 이기는 게임이잖아요. 그 상대를 압도하는 그런 건축물이 많아지고 그다음에 동양의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둑 같은 건데 바둑은 빈 공간을 만드는 게임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 정관용> 그렇죠. 집을 짓는 거죠.

    ◆ 유현준> 집을 짓고 계속해서 증식해 나가고. 농경사회를 상징으로 하는 게임인데. 그게 약간 기본적으로 생각들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동서양 건축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 청취자분들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봅시다. 서양건축의 대표는 큰 성당이나 아니면 성. 성이 곧 왕궁이고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예를 들면 경복궁 같은 것을 떠올려 봅시다. 그러면 단층 건물이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뻗었다가 좌우 또 연못을 따라서 또 마음대로네요.

    ◆ 유현준> 뒤에 있는 북악산 위치에 따라서도.

    ◇ 정관용> 산에 따라서 달라지고.

    ◆ 유현준> 산에 따라서 또 위치가 바뀌기도 하죠. 주변에 보이는 산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되게 많이 영향을 받아요, 사실 또. 그래서 그런 것들이 반대쪽 주변 환경에서 오는 영향에 따라서 나의 위치가 결정 나는 경우들이 많죠.

    ◇ 정관용> 그래도 기본적으로 경복궁이다, 창덕궁이다, 이런. 그것도 기본구조는 있지 않나요, 대체로 어떤?

    ◆ 유현준> 그런데 그 기본구조라는 게 딱 하나만 유지가 돼요. 뭐냐 하면 기둥 4개가 모이면 지붕 하나를 받친다. 그 시스템은 거의 무슨 레고 블록처럼 몇천 년 동안 거의 안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기둥이 4개가 되면 한 칸짜리 집이 되는 거고요. 기둥 6개 되면 두 칸짜리 집이 되는 거죠.

    ◇ 정관용> 기둥이 4개면 지붕이 있다. 거기 2개를 더하면.

    ◆ 유현준> 두 칸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지붕이 2개가 되니까. 그렇게 해서 산 밑에 있으면 작게 하고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으면 좀 넓게 하고.

    ◆ 유현준> 주변에 바위가 있으면 좀 돌아서 꺾어서 하기도 하고 시냇물이 있으면 그것도 또 돌아가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죠.

    ◇ 정관용> 그리고 이제 한자, 알파벳 그다음 좀 아까 바둑, 체스? 바둑, 체스도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 유현준> 보통 게임을 만드는 원리 중에 게임이라고 하는 거의 원칙이 몇 가지가 있어요. 그중의 하나가 자기만의 공간체계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바둑을 두면 바둑이 있고 체스는 체스판이 있고요. 그리고 그 안에 어떠한 규칙들을 하나씩 꼭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하나의 세상인 거죠, 바둑판이든 체스판이든. 그 체스판이든 바둑판의 게임의 판 위에 어떤 규칙을 만드느냐는 사실은 그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되게 되는 거죠. 철학이 들어가 있는 거죠. 사실은 최초의 체스판은, 체스게임은 인도에서 나온 거거든요. 차투랑가라는 게임인데 그러니까 인도 쪽에서 유목민족들이 코끼리 키우고 이러면서 전쟁하는 것을 상징화시킨 게임이에요. 그게 이제 서쪽으로 가서 체스가 된 거고요.

    ◇ 정관용> 우리 동양권의 장기하고도 사실 좀 똑같죠. 비슷하죠.

    ◆ 유현준> 사실은 말이 코끼리상도 있고 대포도 있고 수레차도 있고 병도 있고 똑같아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게 보면 동양은 둘 다 있는 거예요. 장기도 있고 바둑도 있고.

    ◆ 유현준> 둘 다 있습니다. 그리고 동양의 대표적인 중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하는 그런 바둑이라고 하는 게임을 보시면 그건 농경사회에서 계속해서 땅을 경작해 나가고 확장해 나가고 개간해 나가는 걸 상징하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중요한 건 땅을 많이 소유하는 것. 빈 공간을 많이 소유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에요.

    ◇ 정관용> 집 많이 짓는 사람.

    ◆ 유현준> 집을 많이 짓는 사람.

    ◇ 정관용> 물론 거기 전투도 있어요.

    ◆ 유현준> 그렇죠. 그게 자연과의 싸움인 거죠. 상대의 자연이 어떻게...

    ◇ 정관용> 흑돌과 백돌의 싸움을 인간과 자연의 싸움으로 보세요?

    ◆ 유현준> 저는 그렇게 봐요.

    ◇ 정관용> 그래요?

    ◆ 유현준> 그게 상대의 어떤 계속해서 카운터파트가 물론 다른 국가일 수도 있겠지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 정관용> 그럴 수 있겠네요. 내가 흑돌을 쥐고 집을 지으려고 한다는 얘기는 어쨌든 터도 닦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럼 자연이 방해를 하죠. 터 닦으려고 하는데 바위가 나오면. 그런 거죠. 그 바위가 백돌인 거죠.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그렇게 해석이 되네요.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캡쳐)

    ◆ 유현준> 또 되게 특이한 점은 바위 그러니까 바둑돌은 그 돌 안에서 위계가 없습니다. 똑같은 규칙이에요.

    ◇ 정관용> 왕도 없고 졸도 없죠.

    ◆ 유현준> 왕도 없고 졸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대신에 누가 더 센 돌이냐는 상대적인 위치에서 결정이 나는 거예요. 내가 둘러싸이면 먹히는 거고 그다음에 둘러싸면 내가 먹는 거고. 그리고 또 상대방 돌을 많이 먹는 게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바둑은. 빈 공간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의 경작지를 확장시켜나가는 그런 게임이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정관용> 반대로 장기나 체스는 움직임의 법칙도 다르죠.

    ◆ 유현준> 기하학적으로 움직이잖아요. 그게 되게 재미있어요. 이게 움직임이 말을 앞으로 한 칸 갔다가 45도로 갔다가 이러잖아요. 나이트도 똑같이 움직이고. 그런 어떤 말은 각각의 정해져 있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있고.

    ◇ 정관용> 그리고 거기에 서열이 있는 거죠.

    ◆ 유현준> 거기 서열도 있고. 그리고 상대방을 죽여야지 이기는 거고. 또 재미난 특징은 체스는 말을 똑같은 격자형 판인데 말을 격자의 가운데 안에다 넣어요, 말을. 그런데 바둑은 인터섹션 그러니까 교차점에다 말을 넣죠.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장기도 체스랑 똑같은데 장기말도 인터섹션에 놔요.

    ◇ 정관용> 그러네요.

    ◆ 유현준> 그러니까 우리나라, 동양 쪽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그 인터섹션 교차로에다가 돌을 놓는 것 자체가 기둥을 하나씩 세우는 것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계속해서 바둑돌 4개를 놓으면 하나의 집이 만들어지죠. 그거랑 똑같이 바둑돌 4개를 두면 그러니까 기둥 4개를 두면 한 칸짜리 집이 만들어지는 거고. 그래서 공간을 그런 식으로 확장해 나간다고 보시면 돼요.

    ◇ 정관용> 그러니까 경복궁 짓는 거랑 비슷한 거네요.

    ◆ 유현준> 똑같다도 봐야죠.

    ◇ 정관용> 그게 바둑이네요.

    ◆ 유현준> 바둑인 거죠.

    ◇ 정관용> 체스나 바둑 같은 경우는 내가 성을 하나 쌓고 남의 성을 허물고 이런 겁니까?

    ◆ 유현준> 그렇죠. 그래서 이게 시작을 딱 맨처음에 게임을 할 때 체스는 말을 다 놓은 상태에서 시작을 하죠. 마치 전쟁할 때 진영을 갖춘 다음에 싸우는 것처럼. 그런데 바둑은 완전히 빈공간에서 서로 시작을 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이게 학문적으로 봐도 이게 기하학하고 다른 항문 이렇게 대비할 수 있습니까?

    ◆ 유현준> 저는 그렇게 봐요. 약간은...

    ◇ 정관용> 어떻게 보세요?

    ◆ 유현준> 동양쪽에서는 기하학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잖아요. 서양의 학문인 거죠, 기하학은 어찌 보면. 물론 이집트에서 맨처음에 시작을 했고 그게 피타고라스 그쪽 학파를 통해서 넘어가고 그리스에서 발전하고 점점점 되는데. 기하학이 발달한다라는 얘기는 어떻게 보면 사물을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세상과 이 이데아의 세상이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거죠. 그래서 되게 재미난 거는 정원 디자인 같은 거 할 때도 되게 기하학적으로 설계해요.

    ◇ 정관용> 서양의 정원은 맞아요. 사진 찍어놓은 거 봐도 무슨 도형 그리듯이.

    ◆ 유현준> 도형 그리듯이 그래요. 그런데 동양의 정원은 기하학적인 정원이 없잖아요, 저희는.

    ◇ 정관용> 오히려 텅 비워두는 게 미덕이죠.

    ◆ 유현준> 그렇죠. 되게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게 미덕으로 돼 있고. 그래서 그 완전히 2개의 다른 패러다임이 사실은 15세기, 16세기 되면서 조금씩 겹치기 시작은 합니다. 영향을 받는데.

    ◇ 정관용> 어떻게 겹치죠?

    ◆ 유현준> 그게 서양의 조경들이 바뀌어요. 동양의 영향을 받아서. 그 계기가 된 것은.

    ◇ 정관용> 서양의 조경이 바뀐다.

    ◆ 유현준> 첫 번째로 바뀌는 겁니다. 그 영향이 제가 보는 계기는 도자기의 수출 때문이라고 봐요. 도자기가 아시아의 도자기가.

    ◇ 정관용> 중국이 영국으로 보냈잖아요.

    ◆ 유현준> 계속 수출을 하면서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있잖아요. 대부분의 그림이 정원 아니면 거기 정자들 이런 것들이죠. 그래서 그런 걸 보고서 영향을 받기 시작을 했다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러면 그냥 기하학적이고 절대적으로 대칭을 이루던 정원이 허물어지나요?

    ◆ 유현준> 네. 그래서 새로운 조경학파인 픽처레스크라는 게 생겨나요.

    ◇ 정관용> 서양에서?

    ◆ 유현준> 네, 서양에서. 영국에서 맨 처음에 생겨납니다.

    ◇ 정관용> 픽처 뭐요?

    ◆ 유현준> 픽처레스크라고.

    ◇ 정관용> 픽처레스크?

    ◆ 유현준> 네, 그림처럼 보이는 정원을 만든다. 그때 제가 볼 때 사고방식에 혁명이 일어나요. 기하학적으로 하던 사람들이 1인칭 시점에서 보기 시작을 해요. 그래서 나의 위치가 산 등성이에 있느냐 아니면 골짜기에 있느냐에 따라서 주변 풍경이 바뀐다,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약간 1인칭 시점에서의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 정관용> 서양이 그렇게 동양으로부터 조경 같은 걸 배워갔다면 동양은 서양의 돌 건축을 그대로 다 베껴온 거죠, 콘크리트로.

    ◆ 유현준> 그렇죠. 지금 현재 20세기에는 철근 콘크리트라고 하는 재료 이건 사실 유럽에서 나온 것들이 거의 그대로 왔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럼 동양에 지금 동양적 건축문화가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봐야 되지 않아요?

    ◆ 유현준> 그래도 글쎄요. 기둥 중심의 건축을 다 동양적이라고... 그런데 제가 쓴 책에는 어떻게 얘기하냐면 모더니즘이라고 하는 것들, 그게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서 기둥 구조를 만들고 철골을 이용해서 기둥 구조를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개념 자체는 동양에서 건너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재료만 바꿨다 뿐이지 공간체계는 거의 동양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답습을 하고 있고 그리고 다시 온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공간체계라고 하는 기본 바탕에는 자연조건, 기후, 강수량, 그에 따른 토양의 차이, 농법의 차이 그게 다 들어 있다, 그게 문자에도 나오고 게임에도 나온다? 좀 어렵지만 재미있네요.

    ◆ 유현준>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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