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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외모 지상주의 송곳 풍자 '기기괴괴 성형수'



영화

    기괴한 외모 지상주의 송곳 풍자 '기기괴괴 성형수'

    [노컷 리뷰]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

    (사진=에스에스애니멘트,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사회와 미디어가 만들어 낸 외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이른바 '부적격' 판정을 내리며 가학적인 발언과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세상, 우리는 이를 '외모 지상주의'라고 부른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기괴한 현실 문제를 공포스럽게 풍자한다.

    네이버 인기 웹툰 '기기괴괴' 중 '성형수'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하는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이다.

    총 11편으로 구성된 '성형수' 에피소드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서 웹툰에서는 볼 수 없던 주인공 예지의 전사와 인물 추가, 변형 등이 이뤄졌다.

    (사진=에스에스애니멘트, 트리플픽쳐스 제공)

     

    웹툰과 애니메이션 모두 기본적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비판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인물의 전사와 직업이 더해지며 더욱 깊게 다가가고 있다.

    주인공 예지가 일하는 곳은 사회가 만든 비뚤어진 외모에 대한 기준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예계다.

    톱스타 미리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그의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예지는 미리에게 외모와 관련한 모욕적인 발언을 수시로 듣는다. 미리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아파트 경비원 등 많은 사람이 예지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대한다.

    예지는 어릴 적 못생긴 외모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었다. 그렇게 외모 콤플렉스가 생겨났고, 우연히 출연한 홈쇼핑에서 음식을 먹는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에 퍼져나가며 악플에도 시달린다. 주인공 예지가 결코 받지 말아야 할, 받아서도 안 되는 모욕적인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외모'다.

    결국 외모에 대한 비난은 그녀를 비뚤어진 욕망으로 향하게 만든다. 앞서 나온 예지가 직면한 현실, 그리고 예지의 어릴 적 이야기는 왜 그가 그토록 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끔 만든다.

    자신은 '돼지'가 아니고 너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외치는 예지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에도 날카롭게 박힌다. 그리고 예지의 깊고 깊은 상처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준 가족에게도 상처를 낸다.

    (사진=에스에스애니멘트, 트리플픽쳐스 제공)

     

    '성형수'라는 액체로 인해 순식간에 얼굴이 변한 예지는 점점 더 아름다움을 갈망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얼굴에 이어 몸으로 이어진다. 이름도 설혜로 바꾸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꿈꾼다.

    예지는 외형이 바뀌자 사랑받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제부터는 내가 행복해질 거야. 사람들한테 사랑받으면서"라는 그의 말은 애처롭게까지 들린다. 그간 외모로 인해 얼마나 모진 말을 감내하고, 사랑받는 것조차 힘겨웠는지 드러내는 까닭이다.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이전 모습이 그림자처럼 늘 주위를 맴도는 탓에 예지는 불안해 한다. 누구나 예쁘다고 말하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까지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웹툰과 달리 애니메이션 속 남자 캐릭터는 조금 더 어둡고 끔찍한 욕망을 드러내며 공포를 자아낸다. 극 중 지훈은 외모에 대한 압박과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이 변질돼 결국 광기에 가까운 행동을 이어간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괴물은 사람의 내면을 비틀었고, 비틀어진 마음은 다시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를 호러와 슬래셔 등의 장르와 접목하며 선사하는 공포는 더욱 소름 끼치게 다가온다. 욕망과 집착의 대가가 모두에게 잔혹하고 슬픈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지는 자신의 모든 외적 조건을 바꿨음에도 행복과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까지 채우지 못한다. 이는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이 외부에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빤한 내용일 수는 있지만, 그 빤한 내용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지금껏 무엇을 지나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묘하고 괴상한 웹툰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며 호러와 신체 훼손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했다. 짤막한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섬세한 감정선과 구성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85분 상영, 9월 9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에스에스애니멘트, 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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