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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에 장마, 태풍까지 '악재'…상인들 "울고 싶다"



영동

    [르포]코로나에 장마, 태풍까지 '악재'…상인들 "울고 싶다"

    연이은 태풍에 강원 동해안 상인들 '망연자실'
    코로나에 여름철 장마 겹쳐 지역 상경기 '엉망'
    상인 "가을태풍 이어지는 10월 중순까지 긴장"

    7일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침수된 강릉시 저동 일대(사진=유선희 기자)

     

    나흘 만에 또 밀려온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강원 동해안 곳곳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상인들은 그저 '망연자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지역 상경기에 큰 타격을 받았던 상인들은 여름 장마철에 이어 이른 가을 태풍까지 겹치면서 허탈한 마음을 추스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7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인근 진안상가. 오전 8시가 넘어가면서 굵어진 빗줄기는 4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연신 퍼부었다. 세찬 바람까지 휘몰아치면서 비바람은 점점 불어나 오후 12시 10분쯤 진안상가를 삼켰다.

    상습 침수지역이기도 한 진안상가는 이미 지난 9호 태풍 '마이삭' 당시 잠겼던 터. 복구를 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다시 잠겨버린 일대는 맹렬히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폭우량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로 흘러들어온 경포호수의 물살이 거칠었다. 진안상가 일대는 심지어 지난 '마이삭' 태풍 당시보다 더 잠겼다.

    7일 오전 세찬 장대비에 물이 불어나 잠기고 있는 강릉시 경포 진안상가 일대(사진=유선희 기자)

     

    상인 권오철(65)씨는 "9호 태풍 때부터 10호 태풍을 걱정했었는데, 바로 또 직격탄을 맞으니 허탈함을 넘어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라며 "복구를 마칠 찰나에 또 이렇게 잠겨 버렸으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권씨는 "침수가 되면 냄새가 나서 장판이나 그릇을 몇 번이고 닦아내도 다시 완전히 영업을 재개하는데까지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올해 한 달 가까이 내린 여름철 장마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지역 상경기가 정말 말이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습 침수지역이기도 하지만 1년 새 연이은 태풍은 처음 겪은 진안상가 주민들은 그저 허망할 따름이다.

    7일 태풍 '하이선'으로 강릉시 저동 일대에서 원예농업을 하는 농민 이교석(65)씨가 침수 피해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유선희 기자)

     

    진안상가에서 자동차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원예농업을 하고 있는 이교석(65)씨는 "6월 말부터 장맛비가 쏟아져 2번이나 침수됐었고, 이번 태풍으로 벌써 네번째 침수가 발생했다"며 "농작물이 잠겨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할 것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강풍에 여기저기 뜯겨나간 비닐하우스는 마치 잇단 침수 피해로 너덜너덜해진 이씨의 마음 같았다. 이씨는 20년 넘게 1361평에서 블루베리와 레드향,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이씨는 "보통 강릉에는 가을 태풍이 10월 중순까지 오는 탓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고, 피해가 반복될 것 같아 잠도 편히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만 오면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해야 하니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고 가슴을 쳤다.

    무엇보다 해당 주민들은 "최근들어 침수가 더 반복되는 이유는 강릉시가 운정교 아래 경포천 둑을 제거한 탓"이면서 "그 때문에 빗물이 다 저동 일대로 흘러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릉시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7일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강릉시 안목사거리 일대도 물에 잠겼다.(사진=유선희 기자)

     

    진안상가 외에도 경포 진입도로, 대표 관광지 안목사거리도 침수돼 도로가 통제됐다. 안목사거리 일대에서는 논밭의 토사가 유출돼 도로가 진흙탕으로 변했다.

    강한 비바람에 도로 곳곳이 침수돼 거북이 속도로 자동차를 운전해야 했던 강릉지역에서는 현재 비가 모두 그쳤다. 강릉을 포함해 양양, 고성, 삼척 등 동해안 지역도 모두 비가 그친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진부령 372.8mm, 미시령 356.5mm, 강릉 267.9mm, 고성 간성 239.0mm, 속초 233.6mm, 양양 207.5mm, 삼척 179.5mm 등이다.

    7일 강릉시 도로 곳곳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역류하는 모습(사진=유선희 기자)

     

    삼척, 동해, 강릉, 양양, 고성, 속초 평지와 태백, 강원 북부·중부·남부산지, 정선평지 등에 발효된 태풍경보와 주의보는 이날 오후 6시에 강풍주의보로 변경된다. 또 이날 6시 삼척, 동해, 강릉, 양양, 고성, 속초평지에는 폭풍해일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다.

    한편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이날 오후 12시쯤 강릉 남남동쪽 약 100km에 육상했으며, 오후 1시 30분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오후 9시쯤 북한 청진 남서쪽 약 110㎞ 부근 육상으로 올라간 뒤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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