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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데뷔→조연 복귀…고성희 시간은 왜 거꾸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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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 데뷔→조연 복귀…고성희 시간은 왜 거꾸로 갔을까

    [노컷 인터뷰] '바람과 구름과 비'로 사극 연기 잠재력 증명
    "현재에 안주하거나 의존하지 않는 점, 봉련과 닮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배우→2년 반 어두운 슬럼프 터널
    "가진 것보다 너무 많이 주어진 시기…연기 관두려고도"
    복귀 후엔 조연부터 차근차근…"내 자신과 싸웠기에 좋은 평가"

    배우 고성희.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차근차근 한 발짝씩. 혜성처럼 데뷔한 이후 고성희는 주연까지 가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 이 자리까지 왔다.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신비로운 영능력을 지닌 봉련 역으로 활약한 고성희와 지난달 28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홀가분함과 섭섭함이 뒤섞인 얼굴은 다소 들떠보였다. 종편 드라마로서는 6.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내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굉장히 감사한 작품이에요. 지난해 사주를 봤는데 좋은 얘기만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웃음) 실존 인물이 아니고 가상 인물이라 잘하면 본전, 조금만 어긋나도 굉장히 낯설 수 있었거든요. 그 선을 잘 오갈 수 있을지가 큰 고민이었지만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현재에 안주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 싸우는 삶을 지양하기 때문에 봉련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윤상호 PD와 작업한 현장은 그야말로 '다시 또 가고 싶은' 현장이 됐다. A팀 하나만 데리고 사극을 촬영하면서도 근로시간은 다 준수했다고.

    "윤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 됐어요. 사극이고 액션도 많아서 정말 밤샐 수도 있는 작품인데 A팀 하나로 5개월 정도만에 다 찍었어요. 일주일 근로시간 다 준수하면서 일주일에 2~3일은 꼭 쉬었거든요. 밤샌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게 정말 어려운데 감독님이 이미 머릿속에 다 공부하고 연구해서 편집점을 생각했기 때문에 빨리 찍을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힘듦이었고 현장에서의 감정이 힘들지 않으니 에너지 소모가 최소화됐던 것 같아요."

    제작발표회에서 상대역 박시후가 자신의 노출 장면을 강조해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박시후와는 현장에서 극 중 봉련과 최천중(박시후 분)의 관계상 거리감이 필요하기도 했다.

    "예상을 못했던 상황이라 당일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자꾸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현장에서 제가 뭔가 잘못된 걸 느꼈다면 문제였겠지만 스스로 당시에 그런 감정을 못 느꼈기 때문에…. 네티즌이나 시청자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정도였어요. 다른 배우분들이나 감독님이 걱정됐죠. 박시후 선배와는 끝까지 깍듯하게 인사하면서 거리감을 유지했는데 그게 오히려 복령과 천중의 애틋함으로 잘 나타난 거 같아요."

    배우 고성희.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배우가 되기 위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고성희는 끝내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천천히 돌아가도 정공법을 택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10년 전에 아이돌붐이라 배우 기획사들에서는 다들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있었고 제가 있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어요. 배우 파트에 있는 연습생을 아이돌 쪽으로 돌리거나 끼워넣는 식으로요. 데뷔조까지 갔었는데 아무리 봐도 제 길이 그게 아닌 것 같았어요. 피터지는 경쟁도 그렇고, 정말 가수가 꿈인 친구들 자리를 제가 꿰차는 것도 그렇고…. 목숨 걸고 하던 친구들이 힘들어하면서 나가는 걸 너무 많이 봤어요. 어느 순간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지름길은 됐을 거예요. 그렇지만 오래 걸려도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좀 더 오래 걸렸을 수 있고, 지금은 제 선택에 만족해요."

    신인 시절부터 운이 무섭게 따랐다. 고성희는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MBC '미스코리아' 조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바로 '야경꾼 일지'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승승장구할 일만 남아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연기력 논란 꼬리표는 좀처럼 뗄 수 없었고, 어둡고 긴 슬럼프의 터널이 그를 덮쳤다. 지금도 '야경꾼 일지'를 보며 부족한 점을 찾는다는 그에게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단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도 참 많은 행운이 있었어요. 2년 반 공백기 때는 관두려고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오더라고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이렇게 쉬게 될까. 왜 이런 시간이 오나 고민이 많았어요. 이 길이 아닌 건가 생각이 들어서 매일 운동, 꽃꽂이 하거나 배낭여행으로 떠돌아 다니면서 건전한 방황을 했네요. 원래 부모님한테 속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처음으로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얘기하다 펑펑 울었어요. 그 때 1년만 기다려보자고 했는데 '미스코리아' 서숙향 작가님이 절 '질투의 화신' 카메오로 써주셔서 그게 화제가 됐고, 다시 쉼없이 일할 수 있었어요."

    배우 고성희.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고성희는 데뷔 초를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게 주어졌던 시기'로 자평했다. 2년 반에 걸친 슬럼프 끝에 복귀하면서 오히려 천천히 주어진 계단을 올라갔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단단하고 '일 없이 못 사는' 고성희를 만들었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그 때는 그냥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이 주어졌던 시기죠. 그냥 해내야 된다는 생각에 급급했어요. 그러니까 연기도 부족하고, 흉내내는데 바빴고. 복귀를 하면서 다시 정말 조연부터 제 자신과 싸우면서 했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슴이 매 순간 쉬지 않고 뛰는 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선 연기밖에 없어요. 이런 감정은 다른 어떤 일을 만나도 불가능한 것 같고, 3주밖에 안 쉬어도 3개월이나 쉰 것 같아요. 연기를 못하면 삶의 의욕과 낙이 없네요."

    쉬면서는 충분히 바쁜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운동부터 운전면허까지, 고성희는 또 다시 새로운 일상에서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알아주는 주당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려견에 푹 빠져 '집순이'가 된 지 오래다.

    "운동을 안한 지 3년이 돼서 체력이 너무 떨어졌거든요. 운동으로도 좀 복귀해야 될 것 같고, 일단 목표는 운전면허를 따는 거예요. 외출하면 한 잔 하고 버스 맨 뒷자리 앉거나 택시타고 귀가했어서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는데 강아지 때문에 절실하더라고요. 강아지가 제 아이니까 산책 빼고는 정말 집에서 안 나와요. 과거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방식의 삶을 지금 제가 살고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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