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 대표들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이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열린 양자간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별도로 마련된 '화상 정상회담장'에서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면을 두고 마주했다.
현장에는 태극기와 EU 깃발에 여러대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으며, 문 대통령의 양 옆으로 참모들이 앉을 좌석과 투명 칸막이도 마련됐다. 카메라 이동 레일도 깔려 스튜디오를 방불케 했다.
지난 3월 G20 화상 정상회의와 4월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 때에는 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앞에 카메라와 모니터만 설치됐지만, 올 들어 첫 양자간 정상회담이고 앞으로도 화상 회담이 늘어날 것일 만큼 규모가 큰 회담장을 꾸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로 예정되었던 두 분의 방한이 코로나 상황 때문에 성사되지 못해 매우 아쉬웠는데, 우선 화상회의로 함께 뵙게 되어 반갑다"며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면 너머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올해는 한국과 EU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지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EU는 한국의 가장 큰 투자 파트너이자 제3의 교역 파트너다. 한국은 EU와 3대 핵심 협정을 모두 체결한 최초의 국가이고, 한-EU FTA는 경제 협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관계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EU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서도 항상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함께 이룬 성과를 토대로 더욱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며,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후환경의 중요성과 디지털 시대의 전환을 체감했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그린딜 정책으로 기후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EU 지도부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중요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간 평화 체제 구축 및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EU체제의 근원이 된 '슈망선언 70주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1950년 5월 9일 로베르 쉬망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은 유럽 국가 간 전쟁의 재발을 막을 새로운 정치적 협력체로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창설을 제안했다. 이후 유럽은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의 EU를 건설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위협에 '석탄철강공동체'라는 창의적 노력으로 극복한 유럽의 용기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주고 있다"며 "'슈망선언 70주년'을 맞은 해에 한-EU 정상회담을 갖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회담에서 양자 현안과 글로벌 도전 과제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과 EU가 미래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 상생을 선도하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정상회담은 약 1시간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