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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태 감독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야구소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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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태 감독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야구소녀'처럼

    [노컷 인터뷰] 영화 '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②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다

    '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주수인(이주영)은 꿈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간다. 세상의 편견과 한계를 향해서도 묵직하게 직구를 날린다. 때로는 너클볼도 던진다. 완급 조절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야구소녀'는 최윤태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20대 초반부터 영화 현장에서 조감독, 편집자로 일했다. 단편 '스쿠터'(2007) '거칠고 힘들고 슬프다'(2009) '시범비행'(2012)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2016)를 거쳐 장편 '야구소녀'까지 왔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윤태 감독은 어릴 때부터 꿈꿔 온 영화감독이 되니 욕심이 생겼단다. 그는 "옛날에는 장편영화 한 편 찍으면 다음 영화를 못 찍더라도 미련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또 찍고 싶다. 이제 다음 영화는 더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웃었다.

    (사진=싸이더스, KAFA 제공)

     

    ◇ "내 미래를 어떻게 아세요?"

    '야구소녀'에는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니깐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 "단점을 보완하려면 장점을 키워야 해" 등 인상적인 대사들이 나온다. 하나하나 이 세상의 주수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랐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에 '영화감독'이라고 적었죠. 고등학교 때도 늘 영화감독을 적었는데, 고3 생활기록부를 보면 '공무원'이라고 쓰여 있어요. 전 영화감독이라고 적었는데 선생님이 '너 같은 애는 공무원이나 해야 한다'며 바꿔 적으신 거죠. 그때 제가 그랬어요. '아니, 선생님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아는데요. 나도 모르는데….' 대사들이 항상 제가 했던 말이에요."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최윤태 감독도 수인이처럼 편견에 부딪히며 살아 왔다. 그는 후천적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 영화인들이 흔히 말하는 '한중동'(한양대·중앙대·동국대) 출신도 아니다. 영화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그에게 많은 사람이 "네가 무슨 영화감독이 되겠냐"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쓰면서 감정 이입을 많이 했다"며 "내가 수인이라고 생각하며 쓴 거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과 말들을 녹여낸 '야구소녀'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주수인을 통해 위로받고 응원받았다고 말한다. 주수인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 감독의 시간과 말이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전한 것이다.

    (사진=싸이더스, KAFA 제공)

     

    ◇ 영화를 사랑한 소년,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영화감독이 되다

    영화는 최 감독의 제일 친한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이 매일 최 감독에게 2천 원씩 쥐여 줬다. 그걸 갖고 매일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진열장에 꽂혀 있는 비디오를 순서대로 하나씩 빌려와서 봤다. 당시에는 영화 감상글도 적었는데, 언젠가 예전에 쓴 노트를 펼쳐보니 1년에 600편 이상을 본 적도 있었다. 요즘에도 하루에 한 편은 보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나도 저런 이야기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야기를 한 번 써보니 영화를 찍어보고 싶게 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싸이더스, KAFA 제공)

     

    영화 속 야구부 코치 진태(이준혁)는 단점을 보완하려면 장점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최 감독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소수자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단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말하는 단점이 자신의 단점은 아닐 수 있다고 최 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나 역시도 약자, 소수자로 계속 살아 왔기에 소수자의 입장, 소수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게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나 시나리오를 쓸 때 이런 시선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최 감독에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져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있는지 물었다. 바로 대답이 나왔다.

    "와이프가 어느 날 영화를 보고 오더니 '영화는 나한테 위로인데, 오늘은 상처를 받았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한테도 영화는 위로라는 생각을 했었죠. 저는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사는 삶이 어렵고 힘들잖아요. 어떤 장르건, 어떤 형식의 이야기건 간에 영화를 보는 두 시간 정도나마 관객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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