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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밥코노미④]배달의 변화, 코로나19와 게으름 경제의 만남



기업/산업

    [코로나19, 밥코노미④]배달의 변화, 코로나19와 게으름 경제의 만남

    코로나로 불붙은 배달 음식…예약도 힘들던 유명 레스토랑 "고객님 댁으로"
    "PC방보다 PC방 음식 배달 매출이 2배↑"…과일,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도 배달
    '비용보단 시간에 가치' 게으른경제와 코로나19 만남 "배달, 포스트코로나 이끌 것"

    코로나19가 확산세와 맞물려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지 않던 식당도 배달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배달음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배달 시장은 성장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란런경제 (懶人·게으름뱅이), 미국에서는 Lazy economy라고 불리는 '게으름 경제'에서 대표주자는 '음식 배달'이다.

    이른바 '게으름뱅이' 경제는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음식배달뿐만 아니라 배송 대행, 청소 대행, 빨래 대행, 심지어 중국에서는 새우껍질을 대신 까주는 직원을 뽑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게으름뱅이 경제의 주체는 '귀차니즘'으로 쓸데 없는 데 돈을 쓰는 소비자가 아니다. 간편함과 시간을 돈으로 사고, 나머지는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신(新)소비자층으로 바라본다.

    배달 서비스는 이런 게으름뱅이 트렌드와 함께 모바일 앱을 타고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면서 배달 없이는 못사는 사회가 됐다. 배달 시장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글 싣는 순서
    ①식탁의 변화, 간편식도 진화한다
    ②큰손의 변화, 5060 아닌 '오팔세대'입니다
    ③골목의 변화, 다시 뜨는 동네…경쟁자는 '온라인 식품'
    ④배달의 변화, 코로나19와 게으름 경제의 만남
    (계속)


    (일러스트=연합뉴스)

     

    ◇ 코로나19로 불붙은 배달 음식…예약도 힘들던 유명 레스토랑 "고객님 댁으로"

    22일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배달의민족 주문 수는 각각 49%(1월), 66%(2월), 67%(3월), 60%(4월)씩 증가했다. 잇따른 매각 이슈와 수수료 논란에도 배달의 민족은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주문 수 역시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달 모바일 리서치 전문 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이 늘었다'는 비율은 53.9%로 전년 대비 7%p증가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면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1회 평균 주문하는 음식의 양은 2.8인분, 1회 평균 지출금액(배달료 포함)은 2만 6145원으로 집계됐다.

    눈치 빠른 맛집은 곧바로 음식 배달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소비자 활동 반경은 더 줄어들테고, 아무리 '인스타 맛집'이더라도 인파로 북적이는 식당을 기꺼이 찾아가는 고객은 감소할 게 뻔했다.

    11년 연속 미쉐린 원스타를 받은 홍콩 딤섬 레스토랑 '팀호완'은 지난달부터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트남 3대 맛집인 '반미프엉'도 연남동 본점 매장에서 지난 3월부터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쉐프가 직접 요리하는 배달 전문 업체 '셰프투고'(Chef to go)'는 코로나19 이후 쑥쑥 커가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첫 배달 전문 외식 브랜드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노브랜드 버거, 데블스도어 등 신시계푸드 외식 브랜드 메뉴를 파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문량이 50%나 껑충 뛰며 순항 중이다. 셰프투고의 3월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 대비 47% 급증했다. 특히 하루 주문건수의 53%를 차지했던 점심 배달 비중은 69%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외식 기업 롯데지알에스가 강남 서초구에 프리미엄 셀렉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DELIVERY&TOGO)’를 27일 오픈했다. (사진=롯데지알에스 제공)

     


    글로벌 외식 기업 롯데지알에스도 지난 27일 서울 강남에 배달전문 매장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DELIVERY&TOGO)'를 열었다. 엔제리너스 커피, 크리스피 크림(도넛), TGI 프라이데이스, SKY31 치킨&피자, 한스푼(분식), 소담반상(한식), 티엔루(중식), 호호카츠 등 롯데의 8가지 외식 브랜드를 배달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이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고 네이버 QR코드를 통해 포장해 가도 된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음식이 한 번에 배달이 되는 만큼 최고의 맛과 품질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기 맛집이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나라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뉴욕시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인 브루클린의 피터루거 스테이크도 문을 연지 133년 만에 처음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터루거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엔, 카드도 거부, 현금만 받을 정도로 콧대가 셌던 곳으로 유명하다.

    ◇ "PC방보다 PC방 음식 배달 매출이 2배↑"…과일,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도 배달

    PC방 사장님도 배달 음식에 가세했다. 코로나19로 PC방 손님이 줄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PC방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마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어차피 PC방에서 삼겹살, 폭립, 떡볶이 등 음식은 만들긴 했고, 24시간 운영하는데다, 이용 고객 대부분도 인근 주민"이라면서 "지난달부터 반신반의하며 배달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PC방 매출보다 배달 매출이 2배 넘게 나왔다는 것이다. A씨는 "PC방 사업이 당연히 더 중요하지만 고객들이 맛있다고 하면 흐뭇하긴 하다"고 말했다.

    빵, 아이스크림, 과일 같은 디저트 배달도 성황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앱에 등록된 카페·디저트 등의 지난달 주문량은 전년 동기대비 346% 대폭 늘었다.

    지난달 SPC 파리바게뜨 파바딜리버리 주문은 전년 대비 15배 이상 신장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4월 매출도 2개월 만에 매출이 약 10배 성장했다. 돌코리아의 지난달 과일 디저트 온라인 판매도 2배 이상 뛰었고, 디저트 카페 설빙도 빙수 등 배달 빙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이제 더이상 앱으로 주문하지 못할 음식은 없다.

    ◇ 특별한 날 먹던 배달 음식, 모바일 성장과 함께 '일상식'으로

    배달 서비스는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꾸준히 성장하던 시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폭팔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원 규모에서 2018년 전년 대비 33% 증가한 2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배달 시장 규모가 23조원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미지=연합뉴스)

     

    달라진 게 있다면, 2~30년 전만 해도 배달 음식은 온 가족이 집에 모인 날, 생일·기념일 등에나 시켜먹던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시켜먹고,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볼 때 '치킨+맥주' 세트처럼 따라오는 일상식이 됐다.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주 1회 이상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고 가구수가 적을 수록 이용 빈도가 높았다. 20대 이용률은 66.7%, 30대는 75.4%에 달했다. 1~2인 가구도 63.6%로 배달 음식을 즐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는 "평소 집에 있을 때 끼니때가 다가오면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듯, 이제는 10명 중 3명은 냉장고보단 배달 앱을 켠 다음에 메뉴나 음식점을 결정한다"면서 "연령대가 낮을수록 배달음식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자주 배달 음식을 찾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지난 4월 오픈서베이 설문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 증가의 이유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 귀찮아서'가 가장 많았고, '외부 환경요인으로 외출이 꺼려져서'가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감염 우려보다는 '귀차니즘'에 따른 음식 주문이 더 많았던 것이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의 이 같은 변화는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한번의 터치'로 다양한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미지=연합뉴스)

     

    ◇ '비용보단 시간' 게으름 경제와 코로나19 사태 "배달, 포스트코로나 이끌 것"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들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게으름뱅이 경제'와 코로나19가 만나면서 배달 시장 성장에 불씨를 당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게으름뱅이 경제는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제 몸 움직이기 귀찮아 쓸데없이 돈 써가며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자가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간편함, 그리고 '수고와 시간의 절약'을 강조한 산업 흐름에 '게으르다'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구세대적 관점이라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이들은 비용보다 시간에 가치를 더 두는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기술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에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기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돈을 기꺼이 쓰는 소비트렌드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는 음식 배달, 서비스 대행 등 시간과 수고를 덜어주는 각종 O2O 비용은 기본 생활비로 간주될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전화요금 정도로 치부되던 가계통신비가 이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내야 하는 기본 생활비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음식이든 간편식이든 요리 시간을 최대한 줄여 휴식과 자기계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워라밸 세대의 가치관"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부자든 아니든, 세대나 성별을 떠나 배달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모두가 느꼈다. 이들은 배달 서비스를 더 익숙하게, 자주 이용할 것이고, 일반인도 배달에 참여하는 등 유통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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