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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의 '인묵(忍默)'…"내가 또 참고, 참아야지"



국회/정당

    주호영의 '인묵(忍默)'…"내가 또 참고, 참아야지"

    • 2020-05-26 18:07

    주호영, 원내대표실에 '인묵(忍默)' 글귀 직접 붙여…'말은 다 해야 맛이 아니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26일 원구성 첫 공식 협상
    주호영 "민주당이 인해전술로 압박하는 게 아닌가"
    김태년 "지난한 개원 협상 더 이상 없어야…속도가 중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의실에 '인묵(忍默)'이라는 글귀가 붙었다. 거꾸로 읽으면 알고도 넘겨버린다는 '묵인(默認)'이 된다. (사진=송영훈 기자)

     

    국회 본청 안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의실에 '인묵(忍默)'이라는 글귀가 붙었다. 거꾸로 읽으면 알고도 넘겨버린다는 '묵인(默認)'이 되지만, 엄연히 한자가 다르다.

    인묵은 인묵수렴(忍默收斂)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말은 다 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 성어에는 '당장에 상대를 말로 꺾어 기세를 올려도 그 말은 곧 부메랑이 돼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해석이 붙는다. 주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 인(忍:참다)과 묵(默:잠잠하다)이 같은 뜻이라고 본다"며 " 국회도 그렇고, 우리 당도 그렇고 하도 이말 저말이 많아서 내가 참고, 또 참으려고 부탁해서 받아온 글이다. 붙여두고 항상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실 벽 중앙에 걸린 이 글귀는 주 원내대표가 지난주 쯤 직접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A4 용지 크기에 먹을 갈아 붓으로 쓰였지만 표구도 낙관도 없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어디선가 들고 와 붙였는데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 글귀가 붙은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2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구성을 위한 단추를 끼우는 첫 공식 회의를 가졌다. 나란히 앉은 두 원내대표의 앞에 '인묵'이라는 단어는 카메라 취재진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의실에 '인묵(忍默)'이라는 글귀가 붙었다. 거꾸로 읽으면 알고도 넘겨버린다는 '묵인(默認)'이 된다. (사진=송영훈 기자)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80석 가까이 되니 인해전술로 저희를 압박하는 게 아닌가"라며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인데 너무 일에 치중하다 제대로 된 일을 못 하지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기에 따라 저희도 적극 호응해줄 수도 있고 이런 상황"이라며 "하여튼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고 했다.

    거대 여당의 독주 가능성을 언급하며 견제구를 던졌지만, 이런 말에 앞서 "압승한 민주당이 야당 입장을 조금만 고려하시면 좀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고 김태년 원내대표 쪽으로 고개를 낮춰 말하기도 했다.

    성큼성큼 걸어 통합당 원내대표실로 들어섰던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 예를 들면 국회를 열기 위한 협상이 아주 지난하다든지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회의가 시작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결정의 속도를 빨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단 회동을 갖고 있다. 좌측부터 미래통합당 배현진 원내대변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주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 박성준 원내대변인. (사진=윤창원 기자)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혁신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국회가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등 속도전 명분을 내세워 21대 국회 원구성을 서둘러 마치자는 압박인 셈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은 6월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여야가 핵심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원내대표 첫 회동에서도 여야 모두 법사위, 예결위를 서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국회법에 따른 표결에 부친다면 이론상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다만 국정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거대 여당의 단독 플레이에 맞서 야당이 묵인만 하고 있을리 없어 보여서다. '모르는 채 하고 하려는 대로 내버려 둠으로써 슬며시 인정한다'는 뜻의 묵인은 때론 방조범의 요건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를 찾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만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원내대표 회동 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에게 위임된 177석 권력의 크기만큼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쟁점인 법사위·예결위원장 자리를 맡겨달라는 입장이었다.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은 "개별 상임위가 아닌 전반적인 논의를 했다"며 "협치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명시된 개원 날짜를 지키기 위해 서로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이날 회동이 진행된 건 앞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합의한 회동이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협상은 50m 거리인 두 원내대표실을 번갈아 가며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있을 문재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도 개원 논의가 추가로 있을 거라고 한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 등 뒤에는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가겠습니다"라는 미래통합당 당선인들의 결의문이 적혀있었다. '일하는 국회'에 한목소리를 낸 양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한편, 김태년 원내대표실에는 "책임지는 혁신국회"라는 단어가 담긴 백드롭이 걸려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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