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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장점마을 될까 두렵다"…안인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불안'



영동

    "제2의 장점마을 될까 두렵다"…안인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불안'

    발전소 인근 횟집 폐업 위기 "오염된 바닷물 유입 문제"
    먼지에 소음까지…지역민들 환경·정신적 피해 '이중고'
    숙박업계 "발전소 측 지역상생 외면했다"…배신감 호소

    안인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서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비료공장의 발암물질 배출로 집단 암이 발병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사건'을 겪게 되는 건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8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4) 사장은 요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해상공사로 오염된 바닷물이 지속해서 횟집 취수관으로 들어오면서 영업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탓이다. 발전소 건설 공사 이후 매출이 최대 60~70% 줄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다른 것도 아니고 횟집을 운영하는데 바닷물이 오염된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어류를 보관하기 위한 수조는 주변 바닷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 바닷물이 오염되면 횟집 운영자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발전소 공사로 인한 오염된 바다. (사진=염전마을 측 제공)

     

    이어 "발전소 건설이 다 이뤄진 이후가 더 문제"라며 "공사를 마친 후 배를 통해 석탄이 들어올 텐데 바닷가 근처인 만큼 바람이 많이 불면 이송설비에서 석탄 가루가 날릴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온전히 지역주민과 인근 상인들이어서 저희 염전마을도 장점마을과 유사한 비극이 발생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유모(66) 사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무엇보다 유 사장은 건설현장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 탓에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도 휴업에 나선 유 사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특히 최근에는 공사차량이 가게 앞을 지나다니면서 다량의 비산먼지와 함께 엄청난 소음 때문에 환경·정신 피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20여 년 가꿔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는데 정작 시행사와 시공사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염전마을 상인들은 구제를 희망하는 요청서를 지난해 12월 강릉시와 강릉시의회 등 각 유관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구제 요청서에서 "어디서 유출됐는지 알 수 없는 검은 기름때가 하천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수많은 공사 차량들이 소음, 진동, 먼지, 매연을 일으키며 이동하고 있어 더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염전마을 인근 횟집 앞을 공사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이들의 피해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화력발전소를 마주하고 있는 한 펜션주 도모(73)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하루에 몇 번이고 바닥을 쓸고 닦아도 금세 먼지가 까맣게 쌓일 정도로 비산먼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완공 이후 날릴 석탄 가루를 생각하면 벌써 골치가 아프다"며 "좋은 공기를 마시려고 관광객들이 놀러 오는 건데 누가 여기서 묶으려고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숙박업계는 당초 지역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전소 관계자 측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배신감이 높았다.

    30여 년 동안 펜션을 운영하는 한모(68) 사장은 "환경 등 일정 피해가 있어도 더불어 살자는 생각에 발전소 건설을 용인했던 건데, 당초 약속과 달리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시내에서 묶고 있어 실제로 이곳 펜션 상권은 거의 죽었다"며 "먼지와 소음 등으로 가뜩이나 관광객들이 줄었는데 발전소 직원들도 펜션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저희는 거의 폐업 위기"라고 전했다.

    안인화력발전소 인근 횟집에 설치된 배수관로. (사진=유선희 기자)

     

    이와 관련해 시행사 강릉에코파워와 시공사 삼성물산 측은 보상협의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에는 법적근거가 없어 선제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며 "다만 영업 피해로 인한 이주문제 등은 공사가 아닌 사업에 따른 문제로, 시행사와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시행사 강릉에코파워 관계자는 "영업 피해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보상을 해드리겠지만, 폐업보상으로 인한 이주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단 건설이 다 진행된 이후 영구적 보상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원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저희 나름대로 자체 설정 목표를 세우고, 관리 범위 내에서 건설을 진행·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행사 등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피해 정도를 당사자들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데다 이미 피해에 노출된 이후 뒤늦게 대책에 나설 우려가 제기돼 지역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한편 안인석탄화력발전소 1호기는 오는 2022년 9월, 2호기는 2023년 3월에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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