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새해 정책방향으로 기술력 기반 중소·벤처기업으로의 원활한 자금흐름 확립을 내세웠다. 부동산시장에 쏠리는 자금흐름을 생산적으로 대전환한다는 것이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 위원장의 2020년 신년사에는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흐름의 대전환, 금융부문 혁신흐름의 확산 및 안착 지원, 생산적 경쟁 환경 조성과 금융안정 유지 등의 정책방향이 담겼다.
은 위원장은 축구 경기에 비유해 생산적 자금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실물산업이 공격(경제활력)을 위해 전방으로 뛰어나갈 때, 금융은 후방에서 가만히 서서 지켜만 보는 게 아니다"라며 "같이 전진하며 서로 소통하고 간격을 유지한 채 빈 공간을 메워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국내외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은 어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자금이 생산적인 실물경제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면서 경제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계보다는 기업으로, 기업 중에서는 특히 중소·벤처기업으로,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는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 있는,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의 물꼬를 대전환하기 위한 다각적 정책 지원과 환경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예대율, 증권사 순자본비율 규제 체계 개선으로 이같은 생산적 자금흐름에 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12·16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등의 안정적인 집행으로 부동산시장의 자금 쏠림현상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성장지원펀드 등 479조원대 정책금융, 모험자본 공급체계 혁신, 금융사 임직원 면책제도 개편 등도 제시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혁신 확산·안착과 관련해서는 "이미 우리 경제에서 금융의 혁신을 언급하지 않고 혁신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며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제도를 꾸준히 이행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금융혁신의 흐름이 자칫 금융산업의 소모적 경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 금융의 각 분야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일어나고,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경쟁이 일어나도록 감독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면서 생산적 경쟁 환경 조성을 목표로 내놨다.
또 금융안정 유지를 위해 "가계부채의 증가 등 과당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쏠림현상을 적절히 제어하고, 금융그룹에 대한 건전성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은 위원장은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밖에 "금융을 이용하는 효용은 일부의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빠른 혁신의 흐름 속에서도 그늘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이 가시화에 따른 세부규정 마련도 새해 정책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