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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의 불법·사과는 왜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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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삼성의 불법·사과는 왜 반복될까?

    [김진오 칼럼]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우리나라 변호사 업계의 가장 큰 고객은 아마도 삼성그룹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도 걸핏하면 검찰에 소환되고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2인자를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재판중이거나 법정구속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재벌 총수가 구속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유독 삼성 총수들의 검찰과 교도소행이 잦은 편이다.

    삼성은 지난 6월 바이오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된데 이어 삼성의 2인자인 이상훈 삼성이사회 의장 등이 법정에서 구속됐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와해 전략 수립하고 실행을 진두지휘했다는 혐의다.

    미래전략실이 노조 파괴 공작을 수립하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이어지는 6천 건의 조직적인 범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삼성 노조와해' 이상훈·강경훈 유죄.(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유영근)는 판결문에서 “그룹 노사전략과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인사평가, 비상대응 시나리오대로 노조를 와해시키고 고사하는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건을 해석할 필요 없이 문건 자체로 범행 모의와 실행, 그리고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의 조직적 노조 탄압에 대한 첫 형사처벌로 그룹 차원의 범행이라고 본 것이다.

    세상이 크게 변했는데도 삼성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최우선 방침으로 세우고 있다 참사를 냈다.

    검찰은 2013년에 수사를 벌여 이건희 회장 등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면서 재수사에 돌입해 수사의 성과를 낸 것이다.

    삼성은 6년 전 노조 파괴 의혹 보도가 나왔을 때도 전면 부인했으며 3년 전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불법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삼성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정경유착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이명박 정권에겐 미국의 소송비를 대납해주는가 하면 박근혜 정권과는 최순실씨를 통해 금품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최고 권력자로부터 대가를 기대하고 고액을 제공하는 정경유착도 부족해 노조 파괴 공작까지 벌이는 기업운영 행태는 전근대적이자 개발독재 시절인 1960~70년대 수준에 다름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비리를 터뜨릴 당시 “삼성은 사장단회의를 열기만 하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아 그런 행위를 막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작금에도 후계 승계 문제와 노조 설립 문제 등에 직면하기만 하면 불법과 탈법을 궁리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삼성은 불법과 탈법적 비리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때마다 사과를 하곤 했다.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사과를 했으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았을 당시에도 죄를 뉘우치는 듯한 사과를 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개과천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서비스는 18일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는 지난 6월 14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내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삼성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삼성바이오 임직원의 첫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45일 만이다.

    삼성의 그동안 여러 차례의 사과에도 다시는 사과할 일이 없을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법처리와 사과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라고 믿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비리를 저질러도 입막음과 검찰 수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삼성 불패론이 자리하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삼성의 돈과 돈을 매개로 한 인맥이면 대한민국에서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는 독선과 독단이 수뇌부의 문화가 돼버린 듯하다.

    예전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곳곳에 삼성 장학생들이 즐비했으며 삼성과 연을 대고 싶은 유력 인사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전직 임원은 “퇴직하고 난 뒤 삼성의 고문이 되고 싶어 하는 고위 공직자나 검사들이 아주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이런데서 부터 삼성의 교만과 불법 의식이 싹튼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방송이 몇이나 될까.

    삼성그룹 입사시험이 삼성고시처럼 된지 오래됐고, 자녀들이 삼성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5060세대들, 삼성 입사가 꿈인 대한민국인데 삼성 지휘부에 오만이 깃들지 않을 수 있을까.

    세계적인 기업 삼성은 알게 모르게 우리 국민 뇌리 속에 1등,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최고의 인맥을 구축하게 만들었으며 그걸 바탕으로 역대 정권들을 움직이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이병철 전 회장→이건희 회장→이 부회장 등 선대 회장 자손들의 기업들은 헤아리기조차 벅찰 지경이다.

    삼성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문 몇 줄 발표한다고 글로벌 기업처럼 인식될 것 같지 않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기업 문화가 ‘우쭐증’에 취해 있으니 불법과 탈법을 우습게 아는 법 무시 풍토가 시나브로 깃들어버린 것이다.

    삼성의 혁신은 4차 산업시대에 대처하는 신기술 개발이나 신제품 출품 못지않게 조직문화를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해야...

    최고경영자에서부터 ‘겸양’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어떤 대기업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삼성의 ‘숙원(?)’를 풀기 위해서라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준법의식과 함께 ‘겸손’과 ‘배려’의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납부하고 수출을 많이 하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삼성의 존립 이유이겠지만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겸손히 섬기려는 자세야말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자연스런 승계(숙원)도 용인하는 국민 여론이 나타나지 않을까.

    지난 8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판사가 이 부회장을 혼낸 것도 국민 눈높이보다 더 높은 삼성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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