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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훈 PD는 '동백꽃 필 무렵' 통해 '우리'의 '힘'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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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영훈 PD는 '동백꽃 필 무렵' 통해 '우리'의 '힘'을 알렸다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며 ③] 옹산을 만든 사람
    노컷 인터뷰 - KBS2 '동백꽃 필 무렵' 차영훈 PD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작은 온기와 선의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큰 역할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역할이 맡겨졌지만 모두 기쁘게 함께했다. 그런 이들이 모여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누군가에게 기적을 일으킨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시청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 안팎으로 일상의 온기를 일깨워주고 용기를 건넸다.

    지난 11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대본 연습실에서 만난 차영훈 PD도 드라마를 통해 그런 따뜻한 메시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영훈 PD에게서 '동백꽃 필 무렵'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연출자 차영훈 PD (사진=KBS 제공) 확대이미지

     

    ◇ '좋은 대본'을 만난 차영훈 PD의 '기적'

    '동백꽃 필 무렵' 배우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할 때마다 들은 이야기가 '좋은 대본', '임상춘 작가의 필력' 등이다. 차영훈 PD도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딱 하나 꼽자면 '대본'이라고 말했다.

    "대본이 너무 재밌고,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포맷의 진화 등 노력도 당연히 필요한 지점이죠.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이란 작품은 드라마의 본령에 더 가까워질수록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감히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공감을 일으키고 감동을 주고,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 그 드라마가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시청자들은 어떤 매체로든 즐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지상파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드라마의 본령에 어울리는 좋은 작품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출자로서 '좋은 대본'을 만난 데 대해 차영훈 PD는 "정말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농담처럼 배우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라디오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라며 "그대로 읽으면 대본 내용이 잘 전달될 텐데, 연기를 못하거나 연출 못하면 좋은 대본 이상해 질까 봐 걱정 아니냐며 농담처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차 PD는 "이처럼 부담이 느껴질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 오정세 씨가 좋은 이야기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는데, 아마 모든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저까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대본을 읽었을 때 받은 감동을 최대한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 PD는 "또 이런 대본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눈이 너무 높아져서"라고 말하며 웃은 뒤 "'동백꽃 필 무렵'과 같은 대본을 또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출해야겠다"고 말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연출자 차영훈 PD (사진=KBS 제공) 확대이미지

     

    ◇ 폭격형 로맨스도, 치정 로맨스도, 스릴러도 모두 우리의 '삶'

    '동백꽃 필 무렵'은 이른바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드라마다.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을 "사랑하면 다 돼!"라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 분)의 '폭격형 로맨스' 드라마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생활 밀착형 치정 로맨스', '스릴러'가 더해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다.

    한 가지 장르를 결말까지 올곧게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모습의 로맨스와 스릴러를 잘 버무려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복합장르'라는 말이 요새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런 말을 생각하면서 작가님과 대본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웃음) 사실은 우리 삶이 복합장르잖아요. 분명히 슬픈 일이 있지만 우리는 밥을 먹고, 사랑하고, 여전히 일하고, 잠을 잡니다. 그런데 많은 드라마에서 사랑의 아픔을 겪고 나면 계속 그 아픔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죠. 사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지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임상춘 작가님의 생각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복합장르'라고 불린 거 같아요."

    차 PD는 '까불이'(박흥식/이규성 분)로 대표되는 '스릴러'는 자칫하면 너무 소소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는 드라마를 뚜렷하게 만들고 긴장을 부여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는 다층적인 장르를 구현하며 담백하게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 PD는 "스릴러 적인 장면에서는 더 스릴러 적으로, 코믹한 장면에서는 더 코믹하게, 멜로에서는 더 멜로스럽게 연출하려 했다"며 "이 모든 걸 다 염두에 두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신 바이 신'으로 충실히 연출하는 게 이 작품의 결을 살릴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솔직하게 연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사진=방송화면 캡처)

     

    ◇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연기로 표현해 준 배우들

    좋은 대본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구현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 건 배우들이다. 대본이 가진 말맛을 살리고, 차영훈 PD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배우들이 연기로 표현했다.

    그는 "사실은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고 소화하면서 연출자보다 해당 배우가 좀 더 깊은 이해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연출자는 드라마 전체를 자꾸 보게 되고 흐름이나 호흡 같은 걸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배우는 자기 캐릭터 위주로 캐릭터의 흐름을 보기 때문에 내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배우들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 PD는 "그걸 캐치했을 때 시너지가 훨씬 좋다고 경험칙으로 생각하는 게 있어서 연기는 실제 배우에게 굉장히 많이 기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차 PD는 동백 역의 공효진과 용식 역의 강하늘에 대해 "압도적이라고밖에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공효진, 강하늘 배우는 굉장히 압도적인 배우였다.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걸 표현해내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효진 배우는 정말 본능적인 천재라고 해야 할까. 본인도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야 할 거 같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보면 저게 맞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되는 느낌"이라며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배우였다. 그만큼 준비와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정교하게 배치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배우들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하늘에 대해 차 PD는 "6개월 정도를 황용식으로 살았다. 제작발표회 때도 용식이처럼 말해서 다시 저 친구가 황용식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며 "그런데 얼마 전 찍은 화보를 보니 황용식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재능과 천재성을 가진 데 더해 철저히 준비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차영훈 PD를 놀라게 한 또 다른 배우는 바로 필구 역의 김강훈이다. 김강훈은 11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마 동백을 지키겠다는 마음, 친아빠가 나타났을 때 엄마를 위해 반가움을 누르는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의 동요를 '필구' 그 자체로 표현해냈다.

    차 PD는 "강훈이가 정말 너무너무 잘해줬다. 사실 '필구'는 용식이보다 더 어려운 역할일 수 있다. 아이의 순수함과 남자다움, 배려, 눈물 등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 가장 어려웠던 역할일 수 있다"며 "디렉션이라고 할 것도 없이 촬영 들어가기 전 해당 장면의 분위기를 잡는 설명만 해주면 바로 그 감정을 끌어냈다. 정말 고맙게 자기 배역을 소화해준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연출자 차영훈 PD (사진=KBS 제공) 확대이미지

     

    ◇ 우리 안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동백꽃 필 무렵'이 인기를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작고 평범한 사람들까지 어느 한 사람 놓치지 않고 빛나게 그려냈다는 데 있다. 조연과 단역을 단순히 주인공의 서사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빛날 수 있도록 했다.

    "모두가 신스틸러였어요. 어느 배역 하나 소홀하게 캐스팅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잘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정말 2회나 3회 정도 나오는 조·단역분들까지도 120%, 200% 역할을 해주셨죠. 모두에게 감사하지만 그런데도 저는 특히 김선영 배우를 꼽고 싶어요. 사실은 배우의 명성에 비해서는 작은 역할일 수 있는데,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작품에 참여해주셨죠. 처음에 김선영 배우에게 너무 작은 역할이 아닐까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었는데, 그 역할 자체를 본인이 크게 만들어줬어요. 드라마에서 '박찬숙'을 존재감 있게 표현해줬다는 점에서 김선영 배우를 비롯해 '옹벤져스'(박찬숙/김선영 분-김재영/김미화 분-정귀련/이선희 분-오지현/백현주 분)를 '신스틸러'로 꼽고 싶어요."

    결국 좋은 이야기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 따뜻함을 담은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마음이 '동백꽃 필 무렵'을 만들었다. 그렇게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전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사진=방송화면 캡처)

     

    차 PD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기적을 이룬다든지, 착한 사람 여럿이 모인다면 나쁜 사람 한 사람을 이길 수밖에 없다든지 하는 긍정적인 이야기 말이다.

    차 PD는 "드라마를 다들 보셨겠지만, 옹산은 굉장히 따뜻한 척하지만 사실은 배타적인 공동체기도 하다. 배타적인 공동체 사람들이 동백이나 옹산 밖 누군가에게는 질곡으로 다가왔다"며 "그런 모습들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을 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역시 우리 안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어요. 좀 더 성장하고 우리가 선의를 가지면서 우리 안에서 다시 이걸 극복할 힘을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잘못도 내 안에 있지만, 이걸 이겨낼 힘도 내 안에서 찾아야 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실마리가 있다는 거요. 그리고 노력하고 서로 나누고 공감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발견될 수 있다는 이야기 말이죠." (웃음)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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