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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아노미' 혹은 '기사회생'…黃 단식 성패에 달려



국회/정당

    한국당 '아노미' 혹은 '기사회생'…黃 단식 성패에 달려

    친박‧비박 벌써부터 ‘동상이몽’ 비대위 구상
    ‘절반 물갈이’ 추진…‘지도부 VS 현역’ 싸움 시작
    12월 초‧중반 ‘지소미아‧패스트트랙’ 여론 향배 분수령
    잠룡들, 황교안 ‘원 오브 뎀’ 처지 되기 기다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3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경호상 이유 등으로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설치가 불허돼 지난 이틀간 밤늦게 국회 본청 계단 앞으로 이동해 천막에서 잠을 청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을 급작스런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는 한편에선 “비상대책위원회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당내에서 금기시되는 발언이지만, 사석에선 거리낌 없이 오간다.

    다소 앞서 가는 얘기임에도 거론되는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다. 황 대표가 단식을 통해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나면 자연스레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현역의원 3분의 1 컷오프’ 방침을 밝힌 것도 소속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현역 의원 중 절반 이상의 ‘물갈이’를 시사한 만큼 당내 54위(한국당 총 108석 기준) 안에 포함되지 못하면 낙천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당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라기보다, 현역 의원들의 이기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대위를 세워놓고 중진급 의원들이 과두정치를 하게 되면 현역 의원들로선 손쉽게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포스트(post) 황교안’을 노리는 야권 잠룡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단식을 통한 황 대표의 승부수, 그 과정에서 ‘물갈이’ 등의 현실화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비대위 구상은 친박, 비박 양측에서 얘기되고 있다. 친박계는 황 대표 체제에서 대거 당직을 장악하고 있지만, 황교안-나경원 ‘투 톱’의 교체 역시 검토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지소미아(GSOMIA‧한일정보보호협정) 종료에 따른 반대여론 확산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여론의 역풍 등을 계기로 보고 있다.

    23일 0시부터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 등이 커지면서 대규모 장외집회가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황 대표가 반대 집회의 중심에 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10월 3일 ‘조국 반대’ 집회 때와 같은 반(反)정부 여론이 생겨나길 기대했다.

    그런데 22일 지소미아가 극적으로 연장됐다. 한국당으로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됐다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일단 문제 해결 쪽으로 전향적으로 나오면서 반대 여론은 잦아들게 됐다.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한편 오는 12월 3일 부의되는 패스트트랙(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 12월 10일 종료되는 회기 내 강행 처리될 경우도 상정하고 있다. 이 역시 여론의 역풍이 불면 황 대표가 앞에 나서 반대 여론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두 차례 계기를 호재로 삼는 데 실패할 경우 황 대표 체제를 버리고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이 친박계 일각의 구상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 2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지지 여론 결집에 실패할 경우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데려오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이 반드시 비박계와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현역 의원들에 유리한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원하는 비박계는 친박계가 장악한 황교안 지도부에서 자신들을 제물로 삼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경선 원칙을 정해 줄 경우 친박계와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은 당내에선 김세연으로 대표되는 쇄신 여론을 잠재우면서 내부 결집을 시도하고, 외부적으로 문 대통령과 자신의 양자구도를 꾀하는 전략”이라며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잘 안 될 경우 당직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식을 통한 내부 다잡기는 일단 일부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한국당 재선 의원 30명은 공천과 관련돼 지도부에 백지위임을 결의했다.초선 의원(43명)들도 연판장 작성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당 대표가 단식 중인 만큼 쇄신 조치를 거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물갈이의 실질적 요구대상인 영남권, 중진, 친박계 의원들의 반응이 문제다.

    황 대표가 단식의 3대 조건 중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의 철회를 내걸고 있는 만큼 농성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이 강행 처리되면 황 대표뿐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의 공백 사태는 일단 총선을 준비 중인 잠룡들 입장에선 선거 뒤 열릴 수 있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경우의 수를 상정하게 한다.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영남과 수도권에서 총선을 준비 중이다.

    한국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이 확 바뀌려면 총선에서 어중간한 결과보다 차라리 깨끗하게 망하는 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중량감 있는 여러 인사들이 공동으로 지도부를 꾸려 대선을 공정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 내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황 대표가 ‘원 오브 뎀(one of them)’, 즉 여러 잠룡 중 한 명의 위치로 떨어지길 기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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