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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촛불'은 빛과 어둠…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국회/정당

    "'서초동 촛불'은 빛과 어둠…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촛불'의 의미는 정치학자들마다 의견 분분…참석한 與의원들은 한목소리 질타
    "과대대표는 곤란…조국 대립·갈등 마무리 못하면 정치적 후폭풍은 여당 몫"
    "조국 사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지만, 대립과 갈등 수습해야"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예상보다 커진 서초동 집회에 여당은 고무됐고 야당은 의미 축소에 바빴다.

    정치권에선 10만여명(통신기록 기준)이 운집한 집회의 의미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촛불 집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극심한 진영 간 갈등이 낳을 후유증을 우려했다.

    ◇ "'문빠'만의 힘은 아니다" vs "'10만'이 과대대표 돼선 안 된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왕복 8차선을 가득 채운 인파의 성격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손팻말과 구호가 터져나왔던 만큼 사퇴 위기를 맞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호하는 성격도 분명 있었지만, 검찰개혁의 시급성에 공감한 국민들이 목소리를 냈다고 봤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소위 '문빠'가 유별난 건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이 그 정도 규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며 "10만명이 오프라인에 나타났다는 건 '문빠'만의 힘으론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으로 상징되는 총체적 개혁이 조 장관을 둘러싼 과잉 수사로 좌절될까봐 우려하고 분노한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 이상의 국민적 저항이라고 봤다.

    반면, 집회 인원을 현 정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0만명이라는 숫자가 과대대표 되어선 곤란하다"며 "조 장관에 반대하는 걸 검찰개혁 반대로 몰고 가니까 문제다. 여당 내에서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10만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반대 목소리가 묻힐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분위기에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문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검찰 압박성 발언까지 한 마당에 여당은 비판 발언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 주기 바란다"고 1차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또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2차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정쟁만 남은 여의도 정치…"의회정치의 한계를 보완한 것"

    전문가들은 10만명이 모인 이유에 대해 대체로 한국 의회정치의 한계를 꼽았다. 거대 양당제 구조 아래에선 진영 논리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이 지지층을 통해 진영 논리를 강화하면서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당이 일반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권 논리에 빠져서 그들만의 이해관계에 움직여 왔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 이슈도 당 대 당의 기세 싸움으로 번져서 여당은 '무조건 사수', 야당은 '무조건 낙마'라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조 장관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 탄핵론으로까지 확대시키는 한국당 논리에 동조할 수 없는 국민들도 서초동으로 향했다고 봤다. 조 장관이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찰개혁을 중시한 국민들이 차선책으로 '검찰개혁 촉구·조 장관 수호' 집회에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조 장관 반대 여론도 50%는 되는데, 광장에 안 나오는 건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집회에 나가기 싫어서다"라며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당이 만든 조 장관 사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집회 참석한 與의원들 향해 "광장정치 마저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

    여당에서 이날 집회를 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차 교수는 "모든 사안에 빛과 어둠이 있다"며 "여당 입장에선 이번 집회가 조 장관 사태에서 탈출하기 좋은 계기지만, 우리 사회에 대립과 갈등이 커지는 부분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립과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선 '조 장관 사수의 마지노선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조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된다면 여당과 문 대통령 모두 조 장관을 사퇴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배우자가 구속됐는데도 남편은 관계가 없다고 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뭉개고 가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됐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도 의혹만으로 낙마했다"고 지적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여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은 더 컸다.

    박 교수는 "여당 의원들은 검찰개혁을 놓고 어느 한쪽이 물러나면 지지층이 궤멸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광장 정치마저 정쟁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국민들은 대의민주주의에 한계를 느껴 광장으로 모인 건데, 이마저 여당 의원들이 끼어들어 진영 대결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도 "여당은 피해자가 아니다. 광장에 나가서 국민한테 호소한다는 건 정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사실상 장외집회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무당층과 중도층도 목소리를 내는 총선에서 평가받게 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참여한 의원들은 결국 총선에서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지지층이 많이 모인 집회에 갔다는 건 그만큼 중도층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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