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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본질에 대한 적나라한 몸짓…2019 서울세계무용축제



공연/전시

    '폭력'의 본질에 대한 적나라한 몸짓…2019 서울세계무용축제

    내달 2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등 서울 각지에서 열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 ⓒDanny Willems

     

    지난해 '난민'이라는 주제로 의미있는 공연을 선보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가 올해 '폭력'이라는 더욱 묵직한 화두로 돌아온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시댄스는 내달 2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CKL스테이지, 한국문화의집(KOUS), 문화비축기지 등지에서 열린다. 전세계 18개국 58개 단체·개인의 50개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해 '난민 특집'으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뤄 의미 있는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은 시댄스는 올해 '폭력 특집'으로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6일 서울 중구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폭력'이라는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두가지가 갑질과 미투다"라며 "이 두가지는 다 폭력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 뿐만 아니라 만연해 있는 모든 종류의 폭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용이라는 예술이 예쁘고 아름다운 춤도 중요하지만, 정치·사회·철학적인 이슈를 짚어볼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면서 "당분간은 포커스를 이런 정치·사회·철학적인 이슈와 시대에 관심이나 당위성과 연결되는 주제를 계속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시댄스는 신체적 폭력만이 아닌 섹슈얼리티, 젠더, 고정관념, 이데올로기, 인종차별, 관계, 흑백논리 등 다양한 키워드의 폭력의 종류를 다룬 작품을 모았다.

    대표적인 작품은 벨기에의 안무가이자 사진가인 빔 반데케이부스가 이끄는 무용단 울티마 베스의 '덫의 도시'다.

    '현대무용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빔 반데케이부스는 여러 장르를 혼합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안무가로 유명하다.

    '덫의 도시' 역시 무용, 영화, 음악 등이 결합된 거대한 스케일의 총체예술 작품이다. 태고부터 시작된 인간의 갈등과 불가해한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덫의 도시'는 올해 시댄스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메테 잉바르첸 '69 포지션즈' ⓒVirginie Mira

     

    유럽 무용계가 주목하는 '지적인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의 '69 포지션즈' 또한 흥미롭다.

    '69 포지션즈'는 거리낌 없는 누드와 무절제한 에로티시즘으로 섹슈얼리티와 공적 영역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렉처 퍼포먼스다. 이 공연은 조기예매를 시작한지 3일 만에 모든 수량 매진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젊은 무용단 케다고로는 1972년 일본의 연합적군파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공연 '하늘'을 무대에 올린다. '하늘'은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가진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에 전한다.

    특히 '하늘'은 최근 한일 갈등의 이슈로 그 여파가 공연·예술계로 미치며 일본과 관련한 공연들이 냉각 기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 (사진=시댄스 제공)

     

    이 예술감독은 "'하늘'이라는 작품이 특별히 왜색이 짙은 작품도 아니고 폭력이라는 일반적인 주제를 잘 나타내 초청했다"며 "일본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가 안좋다고 초청을 취소한다거나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민간교류라도 더 잘해야 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바보와 천재, 이성과 본능을 구분짓는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컨템포러리 서커스 작품인 'All Genius All Idiot', 가상의 생태계인 인터넷 속 타인의 '좋아요'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강요된 아름다움', 극심한 인종차별의 무게감을 고발하는 'Black Like Me: Exploration of the word Nigger', 개인간의 갈등·집단간의 분쟁 등 모든 관계 맺음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스키즈모제네시스', 목적 없는 삶 등 행복을 위한 분투만이 삶의 목표인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는 '중독', 스스로를 분출하며 지배자인 주체성에 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사' 등이 관객을 찾는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트프로젝트보라의 '무악(舞樂)'이 '폭력 특집'에 참여했다. '무악'은 동명의 윤이상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아트프로젝트보라의 김보라 대표는 "무악이라는 작품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폭력은 고정관념에 대한 폭력이다"라며 "아주 낡은 피아노 한대와 일곱명의 무용수가 함께 하면서 피아노를 해체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을 통해 피아노가 해체되면서 남는 본질은 무엇인가, 음악의 본질은 무엇이고 춤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춤이 들릴 수 있고 음악이 보일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시댄스에는 '폭력 특집' 외에 해외 유수의 무용단을 소개하는 ▲ 해외초청 작품과 ▲ 국내초청 작품, 그리고 ▲ 협력 합작 세션으로 구성됐다.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 '앙리 미쇼:무브먼트' ⓒSylvie-Ann Pare

     

    해외초청 작품으로는 공연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캐나다 공연예술 비엔날레 '시나르'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안무가 마리 슈이나르의 공연이 소개된다.

    캐나다의 '테르프시코레(무용의 여신)'으로도 불리는 마리 슈이나르는 지난 2006년 내한 공연 이후 1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올해 시댄스에서는 환각의 시인 앙리 미쇼와 함께 '앙리 미쇼: 무브먼트'와 '쇼팽 24개의 전주곡'을 선보인다.

    또 이탈리아 현대무용의 개척자와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특집 등 유수의 해외무용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외에 한국 전통춤의 세계화를 위한 플랫폼인 '한국의 춤- 전통춤마켓'을 통해 아름다운 전통춤을 전세계에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한다.

    유정숙 한국 전통춤마켓 프로그래머는 "기초적인 맨손 살풀이부터 시작해 소고나 부채, 장고 등을 사용하는 춤들로 구성했다"면서 "장고춤 같은 경우는 남자와 여자의 춤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게 남녀 춤을 나눴고, 어떤 작품이던 겹치지 않게 다양하게 구성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댄스에는 이러한 다양한 공연 외에도 ▲ 폭력과 춤의 관계를 말하는 세미나, ▲ 예술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제22회 시댄스의 티켓은 시댄스 공식 홈페이지, 인터파크, 그리고 서강대학교 메리홀 공연에 한해 멜론티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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