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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코리안 드림…외국인 노동자 사건사고 '잇따라'



영동

    '부서진' 코리안 드림…외국인 노동자 사건사고 '잇따라'

    기피하는 3D업종에 투입돼 일하다 '참변' 반복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하려면 '비용' 투입 절실

    지난 14일 속초 조양동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추락사고 현장(왼쪽)과 지난달 22일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전복 사고(오른쪽).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사장이나 농촌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내국인들도 기피하는 '3D업종'에 투입되면서 사건·사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과 2개월 사이 우리 사회는 '부서진' 코리안 드림의 단면을 연이어 목격했다.

    지난 14일 오전 8시 27분쯤 강원 속초시 조양동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에는 동남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2명도 포함됐다. 현재 이들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재하청 업체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왔고, 자재를 화물차로 옮기는 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저류 배수시설 사고 현장. (사진=이한형 기자)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확충공사장에서 전날 아침 쏟아진 폭우로 현장 점검에 나선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숨진 이들은 현대건설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2명과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1명이었다.

    이 외국인 노동자 A씨(23)는 지난 2017년 5월쯤 3년짜리 외국인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왔고, 먼 고향에 있는 부양가족들을 위해 성실히 일해왔던 청년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2일에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인근 도로에서 그레이스 승합차 1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돼 4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들은 일당 6만~7만원을 벌기 위해 충남 홍성에서 출발해 경북 봉화로 쪽파 파종 작업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사상자 16명 중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9명으로 이중 B씨(34)와 C씨(44) 등 2명은 숨졌고, 3명은 사고 발생 직후 종적을 감췄다. 사고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일하던 어엿한 한 집안의 '기둥'이었다.

    이외에도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외벽을 도색하던 외국인 노동자(36. 러시아 국적)가 떨어져 숨지고, 지난 3일에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콘크리트 제품 생산업체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19)가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일감을 얻기 위해 인력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런 가운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외국인 노동자 도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고용허가제(E-9)를 통해 고용된 이들은 계속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4년 5만2180명, 2015년 5만3198명, 2016년 5만7585명, 2017년 5만3275명, 2018년 5만3423명으로, 최근 5년 사이 1천여 명이 늘었다.

    강원 도내 농가 역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지난 2016년 57명에서 2017년 407명, 2018년 1383명, 2019년 1643명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노동자들은 힘들고 위험한 공사현장이나 일손이 모자란 농촌현장에서 일하다 변을 당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외국인지원센터 함께하는 공동체 최철영 대표는 "노동현장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인이 사고를 당하는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고 빈도로 따졌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이유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가장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배치되기 때문"이라며 "한국인들도 꺼리는 위험한 곳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입되는 상황은 결국 '죽음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안전환경과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하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라며 "내·외국인들 구분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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