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내덕사거리 3m 정도에 불과한 교통섬과 인도 사이의 도로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이 신호등은 반년 넘도록 가동이 보류된 상태다. (사진=청주CBS 최범규 기자)
새롭게 재탄생한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주변에 엉뚱한 신호등이 다수 설치돼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특히 수개월 째 먹통으로 방치되다 결국 철거를 앞두고 있어 혈세까지 낭비하고 말았다.
지난 23일 찾은 청주시 내덕동 내덕사거리.
지난해 말 삼거리에서 사거리로 변경되면서 교통섬이 설치되고, 주변에는 각종 교통 시설물이 무분별하게 생겨났다.
청주시 내덕사거리 3m 정도에 불과한 교통섬과 인도 사이의 도로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이 신호등은 반년 넘도록 가동이 보류된 상태다. (사진=청주CBS 최범규 기자)
도로 폭이 고작 3m 안팎에 불과한 교통섬과 인도에는 먹통인 채 방치된 신호등도 설치돼 있었다.
시야도 훤히 보이는데다 보행자 통행마저 많지 않은 곳에 신호등이 세워져 있어 보행자와 운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통 전문가들도 이처럼 지나치게 짧은 거리에 신호등이 설치된 건 전국에서도 극히 드문 경우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상당수 보행자들은 이곳 신호등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변만 두리번거리며 길을 건너기 일쑤였다.
한 주민은 "신호등이 이곳에 왜 설치돼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더구나 신호등이 작동도 되지 않아 예산만 낭비됐다"고 꼬집었다.
우회전 차로가 완만하게 변경되면서 차량들의 고속 주행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설치된 이런 신호등만 옛 연초제조창 주변에 무려 4곳이나 된다.
그러나 설치 이후 오히려 보행자와 차량 통행을 방해하면서 수개월 동안 가동이 보류됐다.
결국 청주시는 수백만 원을 들여 설치한 이 시설물들에 대한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로 설계 당시 교통 환경 영향 평가 등을 통해 교통섬 주변에 신호등 신설이 반영됐다"며 "현재 4곳의 신호등이 큰 효용이 없다고 판단돼 철거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해당 시설물에 대한 적절한 사용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철저한 준비 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시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