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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또 회전문…자기사람 챙기기인가, 정말 사람이 없나



국회/정당

    [뒤끝작렬]또 회전문…자기사람 챙기기인가, 정말 사람이 없나

    조국 전 민정수석 사임 14일만에 법무장관으로 내정
    장하성·남관표·김외숙·김형연 등과 함께 현 정부서 두번째 중용
    MB정부 권재진과 닮은 꼴인 점도 여당에 부담
    與 일각선 "쓸만한 사람없다"…이수혁 주미대사 임명이 사례
    인재풀 좁으면 넓혀야지 쓴 인물 또 쓰려해선 안 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4일.

    청와대 민정수석 직에서 물러나 학교로 복귀했던 조국 전 수석이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기 까지 걸린 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던 터라 다시 내각 인사로 기용되거나 내년도 총선에서 어렵지 않게 전략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에 이번 인사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다만 민정수석 사임 후 바로 서울대 교수로 복직했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이런 말을 한 이들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돌아왔다.

    문을 밀고 나가자마자 다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 이른바 회전문 인사인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그간 인사 때 마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을 맞아왔다.

    1기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 전 실장은 지난 3월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같은 시기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주일대사로 임명됐다.

    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활동했던 '27년 지기' 김외숙 전 법제처장은 지난 5월 인사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던 김형연 전 비서관은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

    장 전 실장의 경우 그가 주도했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과의 논란이 있음 물론 대중 외교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단행된 인사였다.

    조 전 수석도 그간 자진사퇴와 지명철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다수의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해왔다는 점에서 장 전 실장과 같이 직무 역량을 충분히 확인시켰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한 차례 중용했던 인물을 명확한 논공 없이 다른 주요 보직에 임명하다보니 개각이나 인선 때 마다 이번에도 자기 사람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보건복지부 장관 하마평이 돌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각에서 빠지는 바람에 회전문의 크기는 이전 인사 때 보다 다소 작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은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야당이던 2011년 강하게 비난했던 권재진 전 법무장관 사례와 닮았다는 점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민정수석이던 권 전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내정되자 "내년에 총선을 치를 사정 라인에 대통령의 최측근을 앉히겠다는 것은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며 맹비난했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장관인 한 중진의원은 "제대로 된 나라 가운데 자신의 측근, 비서를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사례가 있었느냐"며 수위 높은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최측근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앉힌 이번 인사와 관련해, 조 전 수석이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짧은 평가만을 내놨다.

    이러한 인사 행태에 대해 여당 내에서 조차 "적어도 과거에 당이 왜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인사를 문제 삼았었는지, 지금은 왜 입장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내 일각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이번 인사에서 한동안 주미대사 직에 내정될 것으로 전망됐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고사 의사를 밝히자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민주당 이수혁 의원을 급히 주미대사로 지명했다.

    이 의원이 다음 달 말쯤 미국의 아그레망을 받아 대사가 되면 비례대표 후순위자이자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유학과 출산 등의 시간을 가졌던 36세의 정은혜 전 민주당 부대변인이 잔여임기를 물려받아 8개월짜리 의원직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도 모두 현직 장관의 내년도 총선 출마가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정부에서) 쓴 사람을 (국회에서) 또 쓴다'는 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재 기용 시 어떻게든 '우리 쪽' 사람 안에서 찾는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장관 후보를 한 명 찾으려면 최소 수십 명은 검증을 돌려봐야 한다는 말이 정권 초부터 지금까지 돌고 있다"며 "원하는 인재가 우리 사람 중에 없으면 다른 진영에 있는 인물이라도 부담이 크지 않다면 영입할 법도 한데 집권 3년차에 접어들도록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주고슬(膠柱鼓瑟).

    거문고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줄을 받치는 기러기발을 자유로이 움직이며 다양하게 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를 가장 좋은 소리가 나는 지점에 두고 아교로 붙여 한 음(音)만 내게 한다는 뜻의 성어다.

    문 대통령과 대통령 대 참모로 좋은 호흡을 보였던 조 전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활동하는 것이 업무 추진력 차원에서는 크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은 여권 뿐 아니라 야권 내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특정 장점만을 기준으로 인사를 한다면 결국 한 음만 내는 거문고와 다를 바가 없게 돼 전체적으로는 완성도가 낮은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인재풀의 풀(pool)은 말 그대로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있는 넓은 공간을 의미한다.

    내가 가진 인재풀이 작다면 그 크기를 키워야지 풀에서 꺼냈던 재원을 다시 풀에 넣고 손을 휘저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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