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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분쟁, WTO 가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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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무역분쟁, WTO 가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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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수출규제 이유로 안보 이익 내세울 경우 韓 승소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오는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과연 WTO로 가면 한국은 승소할 수 있을까?

    우선 WTO로 갈 경우 일본의 대응논리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본 관료나 언론보도를 보면 '안보 우려'를 주장하고 있다.

    수출규제의 주요 멤버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수출할 때에는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주장해 '안보 우려' 논리를 내세웠다.

    일본의 이같은 '안보 우려' 논리는 특정국가에 대한 무역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GATT(WTO) 대원칙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GATT 제21조는 차별금지 의무 등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안보 예외' 조항으로, 3개의 항목이 있다. a항은 공개시 자국의 중대한 안보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b항은 △핵분열성 물질 또는 그 원료물질이나 △무기,탄약, 군수물자 거래 및 군사실설 보급목적의 상품, 원재료 거래 △전쟁 또는 국제관계상의 비상사태와 관련돼 중대한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조치는 GATT(WTO)의무에서 예외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c항은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유엔헌장 상의 의무이행 조치도 예외로 인정한다.

    일본은 수출규제가 WTO에 제소되면 21조 b항의 '안보 예외' 적용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안보 예외 주장이 먹혀들지는 미지수이다. 올들어 WTO가 안보예외를 적용하는데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4월 WTO분쟁해결 패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무역분쟁에서 결론적으로 러시아 손을 들어 주었다. 러시아는 지난 2104년 EU 가입을 추진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내 우크라이나 물자 수송 금지 조치를 취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를 WTO에 제소했고, WTO 패널은 러시아의 조치가 안보 예외에 해당하는만큼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판정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승리다. 러시아는 중대한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는 조치는 WTO 패널 심사 대상도 아니고, 정당성을 입증하거나 WTO 회원국들로부터 사전승인이나 추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WTO패널들은 '시행되는 조치의 필요성은 발동 국가가 판단할 영역이지만, 해당 조치가 진실로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와 현재 환경이 진실로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WTO 패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시 상황임을 감안해 러시아 조치의 정당성 등은 인정했지만, 러시아의 핵심 논리인 주권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외 통상 및 국제법 분야에서는 WTO 패널의 이번 판정을 '경천동지'로 받아 들이고 있다. 안보상의 이유로 무역제재 조치를 가할 경우 과거와는 달리 WTO 패널의 객관적인 검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안보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역시 WTO에 제소될 경우 그 조치의 정당성과 관련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한국이 반박할 여지가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부 교수는 "러시아가 판정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시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일본 조치의 부당성)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탄탄한 법적 논리를 만든다면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WTO는 분쟁해결 기구도 있고 법적 구속력도 있기에 일본의 부당함을 판정받는 중요한 의미도 있다"며 "일본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일본이 정치군사외교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를 안보 이익으로 포장할 경우 WTO는 어떻게 판정할까?

    결론적으로 WTO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이익을 안보이익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WTO 이전 GATT체제였던 지난 1975년 스웨덴이 자국의 신발산업 보호가 안보 이익에 해당한다며 일부 수입 신발류에 대해 쿼터제를 전격 단행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이런 조치에 의문을 표시하자, 결국 스웨덴 정부는 2년 뒤 쿼터제를 스스로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해 승리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다. 판정이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리는데다 결정적으로는 미국이 WTO 패널의 심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상의 이유'로 각종 무역보복조치를 발동해온 미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WTO에 피소된 상황인데, 최근 WTO 패널의 판정이 결코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서 미국은 정치군사외교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했지만 WTO 석상에서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자기모순적'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는 WTO 체제의 힘을 빼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WTO 패널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WTO 상소기구에 상소하는데, 현재 상소위원은 3명으로, 4명이 결원이다. 4명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데 미국이 반대하고 있으며, 현재 위원 3명 가운데 2명도 올 연말이면 임기가 끝난다. 미국이 반대하면 WTO 상소 기구는 사실상 해체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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