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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기 싫어요" 충북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각지대



청주

    "매 맞기 싫어요" 충북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각지대

    지난달 40대 중국여성 갈비뼈 골절·장기 파열
    경제적 방임 심각…경제활동 無 남편 뒷바라지
    "한국말 배우면 외도해" 기초교육 허락 안해
    충북 결혼 이주 여성 9천 명…반년 동안 폭력 상담 1천 건 상회

    (사진=자료사진)

     

    최근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폭행 사건에서 비롯된 국민적 공분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의 결혼 이주 여성 상당수도 심각한 가정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만신창이로 여성인권센터를 찾은 40대 중국인 여성 A 씨.

    10년 전 결혼과 함께 청주로 이주한 A 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되는 끔찍한 폭행을 당한 뒤에야 어렵게 도움을 구했다.

    아이가 곁에 있는 상황에서도 무차별 폭행이 수년째 이어졌지만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물리적 폭력을 넘어 경제적 방임도 심각하다.

    7년 전부터 청주에서 살고 있는 30대 필리핀 여성은 경제활동이 전혀 없는 남편을 대신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마저 벌어온 돈의 상당 부분은 남편이 음주와 도박으로 탕진하고 있지만, 남편의 학대와 방임에 내몰릴 두 아이가 눈에 밟혀 이혼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신세다.

    20살에 결혼해 10년 동안 남편과 시아버지를 뒷바라지한 한 베트남 여성은 한국말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식당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 여성은 '한국말을 배우면 외도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아버지가 변변찮은 기초교육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 이주 여성에게서 이러한 가정폭력과 학대, 방임은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정승희 충북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장은 "베트남 여성 사례를 보고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저 일상인 정도"라며 "당장 경제권이 없고, 국적 취득 문제 등 제도적 맹점도 있다 보니 더욱 폭력과 학대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결혼을 해도 국적을 취득하는 게 매우 어려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나 법적 보호에서 멀어져 있다"며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데다 구조적인 한계까지 더해져 이들이 스스로 가정 내 폭력을 감수하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충청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도내 각 상담기관에 접수된 결혼 이주 여성의 폭행 상담 건수는 한 달 평균 180건 꼴인 무려 11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이 63%에 해당하는 740여 건에 이른다.

    현재 충북에 둥지를 튼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은 모두 9천여 명.

    국적 취득과 체류, 이혼 등의 문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폭력과 학대에서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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