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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일 지소미아(GSOMIA) 폐기'가 옵션이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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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한일 지소미아(GSOMIA) 폐기'가 옵션이 될 수 있나

    [구성수 칼럼]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대표 회동 공동발표문의 첫 번째 항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할 경우 한일관계와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하등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발표문은 상당한 '격론'의 산물이었다고 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폐기를 연결시켰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나서면 우리는 지소미아 폐기 카드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포함은 안보상 우방국으로 신뢰한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신뢰하지 않고 우방국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지소미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발표문에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여기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중론'을 펴면서 "굳이 발표문에 넣어야 하냐"고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끝에 결국 지소미아 폐기 대신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한다.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단순한 문구에는 지소미아 폐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칼'이 감춰져 있는 셈이지만 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는 한일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원칙을 담은 것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이지만 체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협정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의 압력을 받아 밀실에서 극비리에 추진하다 들통이 나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켜 중단됐다가 재추진된 것은 4년 후이다.

    박근혜 정부 때 북핵도발의 와중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과 함께 체결됐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일본과 어떻게 군사협정을 체결할 수 있느냐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을 부르게 된다고 반발했지만 북핵도발에 파묻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이지만 기한 만료 90일 전(올해는 8월 24일)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이 연장된다.

    이 협정은 한미와 미일동맹을 연결해 한미일 삼국 안보공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북핵 국면에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일부 야당대표가 협정 폐기를 대응 카드로 주장한 것은 이런 미국을 움직여 일본의 도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에 맞서 한미일 3국의 안보공조과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서 한일간의 안보공조 균열을 결코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청와대가 협정 폐기에 대해 직접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오후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진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의 입장은 이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협정 유지'였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경제보복과 협정의 연관성과 관련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연계돼 있지 않다"고까지 강조했다.

    이렇게 입장이 달라진 것은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다룰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은 한국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일본 외무성의 이날 담화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협정 폐기를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새로운 국면이다.

    한미일의 삼각 안보공조는 미국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이다.

    청와대가 한일 지소미아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인한 한일갈등이 북핵문제 해결보다 더 시급한 현안으로 본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연 한미일의 긴밀한 안보공조가 깨진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까.

    만약 지소미아 폐기 옵션이 단순히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 그대로 채택된다면 그에 대한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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