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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던 '노무현山', 10년 후 산맥을 만들다



정치 일반

    외로웠던 '노무현山', 10년 후 산맥을 만들다

    추도식의 이낙연, 왜 '봉화산 산맥'을 언급했을까?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대통령님의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들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그것이 저희를 봉화산의 산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의 추모사를 통해 한 말이다.

    이 총리의 봉화산 언급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전 육성과 겹친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22일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 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 말을 한 시점은 검찰에 출석하기 8일 전. 서거 약 한 달 전이다. 형 건평씨와 측근들이 구속되고,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먼지 털 듯 수사를 하던 상황이었다.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로부터 시작한 표적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정점으로 치닫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은 이 곳을 떠나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와버렸어"라고 말했다. 고립무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홀로 돌출된 봉화산에 비유한 이유는 퇴임 뒤 시작된 검찰 수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외로운 산'일 때가 많았다.

    2001년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메인스트림들이 2002년 선거에서 새로운 판단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듬해 16대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노무현이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주류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자수성가에 만족하고 분수를 알아야 하는 비주류 중 한 명에 불과할 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깔본 것은 상대당 뿐만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빠지자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등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흔들었다. 일부 의원들은 노 후보를 대선 후보로 대우하지 않는 등 대놓고 무시했다고 한다.

    2003년 6월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일본 순방을 "등신외교"라고 비하했고, 김무성 의원은 같은해 9월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2004년에는 한나라당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 온갖 욕설과 비속어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더니 한 검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학번을 묻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주류는 이렇게 고졸 학력의 법조인 출신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웃고, 모욕했다.

    그래서 이 총리는 이날 추모사에서 "대통령께서는 생전에 스스로를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셨다"며 "연결된 산맥이 없이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대통령님은 결코 외로운 산이 아닙니다. 대통령님 뒤에는 산맥이 이어졌습니다. 이미 봉화산은 하나가 아닙니다. 국내외에 수많은 봉화산이 솟았습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도전과 유산, 시민들의 각성이 지역주의 완화와 전남과 경남의 협력, 대구와 광주의 공조, 다양성을 더 포용하는 사회, 약자와 소수자를 바라보는 관대한 시선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밝혔다.

    이 총리는 끝으로 "대통령이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그래도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다. 멈추거나 되돌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같은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선 후보를 흔들던 때 이 총리는 대선후보 대변인을 지냈고, 당선 뒤에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노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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