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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두른 남성고객 돌아서자 기겁한 가스점검원



울산

    앞치마 두른 남성고객 돌아서자 기겁한 가스점검원

    여성 가스점검원 성폭력 '눈물'…경동도시가스 수 년째 '쉬쉬'
    서비스센터분회 '2인 1조' '97%성과 폐기' '점검 예약제' 요구

    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반웅규 기자)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이 고객들로부터 당하는 성폭력 피해와 고충이 수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가 해결에 적극 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의 기자회견장은 눈물의 성토장이 됐다.

    지난 17일 40대 여성가스점검원 A씨가 동생의 집에서 착화탄을 피우고 극단적인 선택한 사건은 동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A씨는 지난 달 5일 한 원룸에서 가스안전 점검차 방문했다가 남성으로부터 강금과 추행을 당할 뻔 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해당 남성은 점검을 마친 A씨가 나가지 못하도록 앞을 막고 서서 성희롱을 했으며 A씨는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A씨는 동생의 집에서 착화탄을 피우고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가 다행히 경찰과 직장동료들에게 발견돼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A씨를 발견한 직장동료는 "극단적인 시도가 있기 전 해당 고객이 A후배에게 '다음에 밖에서 만나면 밥을 사주겠다 ㅋㅋ'라고 문자를 보낸 것을 보고 우리 모두 기겁했다"며 "A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지 선배로서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처신을 하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단 A씨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성가스점검원들은 집 안에서 가스점검을 하고 있으면 일부 남성고객이 속옷 사이로 성기를 드러내거나 '점검은 됐다, 000이나 하자'면서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한 점검원은 남성고객이 상의를 탈의하고 빨간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돌아서는데 나체였다고 점검원은 토로했다. 사건이후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 집을 점검해야 했다.

    상당수 점검원들이 이같은 사건을 당하고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해도 회사로부터 돌아온 건 별다른 대책없이 참으라는 것.

    민주노총울산본부 이은정 부본부장은 "회사가 내놓은 성희롱 대책 메뉴얼이라는 것이 고작 '신속히 자리를 피해라', '못들은 척 하라' 등 현실과 동떨어진 해결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월 할당된 1200여 건의 점검 중 97% 이상을 해야 임금이 깎이지 않기 때문에 여성점검원은 야간이나 휴일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늘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가스점검원들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며 괴로워하고 있다.(사진 = 반웅규 기자)

     

    현재 울산에는 4개 고객서비스센터 소속 70여명의 점검원이 활동하고 있다.

    동울산고객서비스센터 소속 노조원 11명은 안전대책 없이 일할 수 없다며 2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 김대진 분회장은 "2인1조 안전점검, 개인할당 배정과 97% 성과체계 폐기, 가스안전점검 예약제와 같은 대책을 경동도시가스와 울산시에 요구했지만 묵살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회사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울산 최초로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인증을 받은 경동도시가스.

    이 회사에게서 여성점검원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인식은 커녕 97% 실적만 달성하면 되면 소모품일 뿐이라고 한 점검원은 눈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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