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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달창’과 ‘토착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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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달창’과 ‘토착왜구’

    [구성수 칼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창'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보수 텃밭인 대구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특별대담한 KBS기자를 공격한 문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에 대해 한 발언이다.

    달창은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로 일베(일간베스트)와 같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인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터넷 모임인 자칭 '달빛 기사단'을 비하한 신조어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 원내대표는 집회가 끝난 뒤 3시간여 만에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비판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여권은 물론 야당과 여성계에서도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비판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만 10개나 올라와 있고 그 가운데 한 청원에는 하루 만에 1만 5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문 대통령도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한국당이나 나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너무 비판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달창이란 용어를 잘 모르고 썼다며 곧바로 공개사과까지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흔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뜻과 유래를 전혀 몰랐다'는 나 원내대표의 해명은 거짓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비판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자신도 잘 모르는 용어를 여권 지지자를 공격하기 위해 동원한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말 실수가 이번 한번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전수조사와 관련해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는 발언으로 역사왜곡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고 바로 잡았지만 이미 배가 지나가고 난 뒤였다.

    그보다 이틀 전에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에 잘 모르고 실수로 했다는 '달창' 발언에 대해 의원직 사퇴주장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 원내대표 자신이 막말의 희생자라는 점이다.

    토착왜구(우리 땅에서 일본 왜구를 도와 반역행위를 한 자), 나베(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 원내대표 이름의 합성어) 등은 인터넷에서 바로 나 원내대표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떠돌고 있는 말들이다.

    일부 야당도 이에 덩달아 논평에서 나 원내대표를 직접 '토착왜구'로 지칭하기도 했다.

    막말이 정치권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을 정도로 일상화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 정치에서 막말의 역사는 길다.

    이 전에도 빨갱이, 노가리, 쥐박이, 2MB, 만주국의 귀태(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 문슬람(열혈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비유한 합성 신조어) 등에서 보듯이 막말은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릴 것 없이 마구 써왔다.

    특정인이나 그 진영을 상대로 막말을 하는 것은 자기 진영에게 욕을 배설하는 것과 같은 시원함을 선사하면서 뭉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이나 상대 진영에게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색을 칠하면서 저주의 늪에 빠뜨리는 것이 된다.

    나 원내대표 역시 토착왜구라는 색칠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막말에 길들여지면 계속해서 더 자극적인 말을 찾게 되고 우리 사회는 문 대통령 말대로 '극단적으로 분열'하고 결국 망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모두가 막말과 단절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정치에서도 품격있는 언어가 자리잡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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