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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 미사일 대응, '홍길동 정부'여서는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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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북한 미사일 대응, '홍길동 정부'여서는 안되는 이유

    [구성수 칼럼]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국면에 갑자기 홍길동이 소환됐다.

    정부를 향해 '홍길동 정부'냐고 야당이 물고 늘어진 것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과 처지가 같다는 비판이다.

    어떻게든 정부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야당의 무리한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부로서도 턱없는 소리라고 일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이 강원도 호도반도에서 쏜 발사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에는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로 수정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장면 사진을 보고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외형이 같은 미사일이 맞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계속 발사체를 고수했다.

    위성사진에서 발사체가 남긴 연기꼬리가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일치한다는 외신보도에도 군은 물러서지 않으며 계속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역시 우리 군과 같은 편에 섰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는 조롱섞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미당국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북·미간 비핵화협상이 중단돼 있지만 어떻게든 판을 깨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발사한 것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대북추가제재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한·미 어느 나라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상황이 여기서 끝나고 대화로 이어졌으면 홍길동 정부라는 비판에도 한·미의 대응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북한은 닷새 후인 9일 사거리를 더 늘린 발사체를 발사했다.

    특히 발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하루 앞두고 문 대통령이 KBS기자와 특별대담을 하기 4시간 전에 이뤄졌다.

    우리 군은 닷새 전과는 달리 곧바로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발표는 한·미간 조율을 거쳤겠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범위를 더 좁혀 '탄도미사일'로 발표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자는 "탄도미사일은 펜타곤(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소형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뤄졌는데도 계속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걸리는 탄도미사일은 아니라고 애써 강변하는 모습이다.

    미사일은 로켓을 동력으로 하는 탄도미사일과 제트엔진으로 추진되는 순항미사일 두 종류로 나뉜다.

    순항미사일이 아니면 탄도미사일이다.

    지난 4일과 9일의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외양이 일치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한결같이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만이 그것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단순히 명칭의 문제만은 아니다.

    발사체에 대해 그 특성에 맞는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면 그에 대한 대응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우리 군의 사드(THAAD)와 킬체인(Kill Chain) 등 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키는 미사일이라고 한다.

    거기에 핵탄두를 장착한다면 우리에게는 가공할만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야 단거리 미사일은 미 본토나 오끼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주요 지역이 바로 그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더라도 우리 정부는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위협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일상화가 될 것이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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