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 고성 산불 책임론 대두된 한전, 정작 안전점검은 '외주화'



영동

    [단독] 고성 산불 책임론 대두된 한전, 정작 안전점검은 '외주화'

    지난달 29일 정밀안전점검 나선 곳은 용역업체
    전신주 한 개 '정밀'점검하는데 걸린 시간 '55초'
    전기노동자들, '열화상 진단' 효율성 의문도 제기
    한전 "용역 준다고 해서 품질 떨어지는 것 아냐"

    최근 3년간 진행한 정밀안전점검. (사진=한전 내부자료)

     

    강원 고성·속초 산불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나기 전 이뤄진 안전점검은 용역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에서 용역을 준 A전력 업체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9일 정밀 안전점검인 '열화상 진단'을 진행했다.

    한전은 당초 취재진과 통화에서 정밀안전점검이 지난달 27일 이뤄졌다고 말했지만, 확인 결과 29일 열화상 진단이 이뤄졌다. 사실상 언제 이뤄졌는지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 등에 따르면 용역업체 A전력은 2명의 점검인력이 약 4~5km 구간에 있는 전신주 458개를 약 7시간 동안 정밀 검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산해보면 전신주 하나를 '정밀' 검사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약 55초 정도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정밀 검사를 했다는 말이 된다.

    통상 소요되는 7시간보다 더 걸렸다고 해도 열화상 진단 점검은 날이 어두울 때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최대 12시간을 소요한다해도 전신주 하나를 정밀 점검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분이 넘지 않는다.

    이번에 발생한 산불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떨어져 나간 '리드선'이며 노란색 표시가 '덮개'다. (사진=유선희 기자)

     

    한전은 화재가 발생한 당일인 지난 4일과 바로 전날인 3일에는 '건조기 산불 예방 순시'와 '강풍 특별 순시' 명목으로 직접 육안 점검에 나섰다.

    육안 점검 때도 전신주 하나를 검사하는 데 불과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알려졌는데, 실제 정밀 점검은 그보다도 더 적거나 미미한 차이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화재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전신주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은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에 따르면 열화상 진단과 초음파 진단은 1년 1회 기준이고, 광학카메라 진단은 필요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진행한 정밀 안전점검 중 5번은 용역, 4번은 직영으로 이뤄졌다. 한전에 따르면 직영 점검은 직원들의 본래 업무인 선로 순시와 정전 시 고장 수리를 하면서 틈틈이 이뤄지는 것으로, 수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정리를 하면 공식적으로 구간을 특정해 정밀 점검이 이뤄진 것은 입찰을 통해 선정된 용역업체가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사고가 발생한 개폐기와 리드선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와 관련해 경문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이용재 교수는 "지금처럼 최저가로 안전관리 업체를 선정해 점검에 나선다면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점검 비용과 안전관리 비용을 명시해 놓고 '안전도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강원전기원 엄인수 지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노동자들이 점검에 나섰을 때 전신주 1개당 점검 시간은 최소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며 "첨단화 방법은 좋지만, 현재 열화상 진단은 당장 열이 나는 부분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이상징후를 포착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열화상 진단과 초음파 진단 등은 첨단화한 장비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열화상 진단은 지상에서 발열을 체크하는 등 정밀 안전점검이 진행되기 때문에 원래부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전점검 외주화에 대해서는 "용역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용역업체가 해당 기기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출했으면 그 사업에서 목적이 완성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