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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카톡방은 어쩌다 연예계 '시한폭탄'이 됐나



연예가 화제

    정준영 카톡방은 어쩌다 연예계 '시한폭탄'이 됐나

    [노컷 딥이슈] 정준영 절친한 연예인들 잇단 카톡방 의혹
    우정 아래 감춰졌던 '남성연대' 문화 드러나 비판 쏟아져
    "한국 사회 뿌리 깊은 남성연대…연예계 폐쇄성이 더 심화"
    "여성 대상화 하지 않으면 '낙인'…여성은 인격체 취급 못 받아"

    '노컷 딥이슈'는 연예 이슈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면의 사회·문화 현상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불법 몰카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정준영이 3월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수 로이킴·슈퍼주니어 강인·정진운·모델 이철우까지 줄줄이 의혹이 불거지자 정준영 '카톡방'(카카오톡 대화방)이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예계의 '시한폭탄'이 됐다.

    일명 정준영의 '절친들'은 사건 초기부터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카톡방' 참여자로 의혹을 받아왔다. 평상시 방송에서 그들이 정준영에게 드러낸 친밀감은 물론이고, 휴대폰을 두고 나누는 의미심장한 대화들도 재조명됐던 탓이다.

    정준영과 엠넷(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 함께 출연해 친분을 쌓은 로이킴은 조만간 경찰에 소환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그는 정준영과 승리 등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단체 대화방 23개에 걸쳐 있는 16명 참가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로이킴이 불법적인 영상을 촬영했거나 유포에 가담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실을 접한 로이킴 측은 "현재 미국에서 학업 중이나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해 필요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정진운과 강인, 모델 이철우는 정준영 '카톡방'에 있었던 것으로 새롭게 알려진 가수 K씨·가수 J씨·모델 L씨로 지목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최근 정준영·승리·최종훈 외에도 세 연예인의 이니셜을 보도하며 가수 8명과 모델 1명이 카톡방에 더 있었다고 밝혔다. 지목된 세 사람은 정준영이 카톡방에 베를린 이야기를 했을 당시 함께 JTBC 예능프로그램 '히트메이커' 촬영 중이었기에 유력한 참가자로 떠올랐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정진운 측은 방송을 통해 문제가 된 카톡방 참가 여부에 대해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인과 이철우 측은 3일 입장을 내고 '히트메이커' 촬영 당시 출연자 대화방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불법영상물을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법조계 해석에 따르면 단순히 정준영 카톡방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자신이 직접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영상을 불법 촬영했거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할 경우에만 성범죄 혐의가 성립된다.

    그러나 법적인 처벌과 별개로 이들을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촬영물이 문제 의식 없이 유포된 정준영 '카톡방'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방관·묵인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로 하이라이트 용준형과 씨앤블루 멤버 이종현은 거짓 해명을 했다가 카톡방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용준형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팀을 탈퇴, 군에 입대했으며 이종현은 탈퇴 없이 자숙 기간을 가지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케이팝 가수들은 초식남 이미지와 함께 성적 매력에 있어서도 무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여성팬들에게는 이것이 일반 남성들과 다르다는 차별적인 요소가 됐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거론됐던 이들 중 일부가 실제로 카톡방에 참여했다는 정황이 잇달아 나오면서 정준영과 '절친들' 우정 아래 감춰졌던 왜곡된 남성연대 문화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만약 그런 범죄 행위를 고발하거나 말리면 그 무리에 있을 수 없다. 흔히 '남성연대'나 '남성문화'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건 남성들끼리의 '신성동맹'이다. 연예인 몇 명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퍼진 문화"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와 달리 건강한 이미지였지만 결국 이들 역시 성접대 문화로 권력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특혜를 누리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케이팝 산업 내 남성 가수들은 폐쇄적인 연예계 안에서 이성과의 접촉을 제한당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그대로 굳어져 확대·재생산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한 인격체라기보다 '물건'처럼 취급된다.

    이 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케이팝 가수들을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막는다. 여성을 만나거나 정상적인 사회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더욱 남성연대 속에서 여성을 대상화시키고 10대 때부터 가지고 있는 편견이 교정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을 대상화하는데 동참하지 않으면 그걸 남성들끼리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정준영을 비롯한 이들의 불법촬영이나 유포 등 범죄 행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것이 남성연대의 문화다. 이런 문화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결국 여성 주체는 정당한 시민권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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