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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환자의 응급처치, 가족들은 내역 알 수 없다?



대구

    의식 잃은 환자의 응급처치, 가족들은 내역 알 수 없다?

    의료분쟁 막기위해서도 상세의료기록 작성 의무화 필요

    (사진=스마트이미지제공/자료사진)

     

    지난달 11일 저녁 갑자기 숨이 가빠와 119 구급대를 부른 A(60)씨.

    그는 경북 영주의 S병원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의 의식은 멀쩡했다. 침상에 누워 병원에 들어가면서도 숨이 가빴을 뿐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A씨 부인에 따르면 병원 간호사가 혈관을 잘 찾지 못하는 지 10분 동안 A씨 팔을 헤집었다.

    그때 갑자기 A씨에게 심정지가 왔다. 5분 뒤쯤 사복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났고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다행히 A씨는 다시 심장이 뛰는 '활력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의식은 되찾을 수 없었다.

    그 뒤 A씨는 더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가 계속 깨어나지 못하자 가족들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옮긴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처음 간 병원에서 어떤 조치를 했는 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환자 가족이라면 누구든 궁금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A씨 가족은 처음 진료받은 병원 측에 의료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허무했다.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

    S병원 측은 'CPR을 했다, 혈압은 정상이었다'는 정도의 기본 의료기록만 제공했다.

    더 상세한 간호 차트 등은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입장. 특히 CPR을 몇 회 했는 지, 처음 심정지가 오고 몇 분 뒤에 실시했는 지 같은 내용은 기록으로 남아있지조차 않았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환자의 주된 증상과 진단, 치료 내용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자세히 기록해야한다고는 정해 두지 않았다.

    의사의 과실 여부와는 별개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S병원 측도 법적으로 그토록 상세하게 CPR 현황을 기록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인력 부족 등으로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A씨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나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목숨은 살렸다며 상세한 기록이 없다는 것만으로 의료진 과실로 몰아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참다가 119에 신고한 만큼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에 이미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의료진에게 조금의 과실이나 미흡은 있었을 수 있겠지만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만약 병원 측 주장대로 S병원이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면 다소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기록이 없다보니 환자 가족들은 더욱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고 병원 측도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검증할 수 없어 난감한 것.

    반면 대학 병원 등 규모가 큰 곳에서는 CPR 횟수와 시간, 그에 따른 반응 등을 상세히 적고 있다. 이는 의료 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A씨 가족은 이번 사건에 관해 의료 분쟁 조정 신청을 낼 계획이다.

    A씨의 사위는 "얼마나 자세히 적는 지는 의사 재량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CPR을 했다고만 적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의식이 안 돌아오는 환자의 가족이 CPR을 제대로 했는 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세 기록을 적게 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 지원이나 의료 체계 개편 없이는 S병원처럼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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