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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 80%' 논란…핵심인가 빈껍데기인가



통일/북한

    '영변 핵시설 80%' 논란…핵심인가 빈껍데기인가

    일부 전문가 "영변 비중은 50% 이하…폐기해도 '상징적 조치' 불과"
    "핵도 일종의 '연계산업'…영변은 여전히 北 핵심시설"
    하노이 담판 핵심 의제로 떠오르자 회담 결과 평가절하 포석?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여부가 핵심 의제이자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영변 시설이 북한의 전체 핵 역량 가운데 얼마만큼 비중을 차지하는지가 비상한 관심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의 약 80%라는 게 정설처럼 통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이들 주장처럼 영변 핵시설의 비중이 80%를 크게 밑돈다면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 영변 핵시설 폐기 여부는 이번 회담의 상수

    일단, 영변 핵시설 폐기는 하노이 회담에서 '상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영변 + 알파(α)'를 거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과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이는 단순히 영변에 있는 시설 외에도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측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폐쇄와 관련한 약속을 제시하면서 중요한 단어인 '추가로'를 덧붙였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플러스 알파에 대한 해석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만큼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져야 할 쟁점이 된 셈이다.

    ◇ 일부 전문가 "영변 비중은 50% 이하…폐기해도 '상징적 조치'일 뿐"

    문제는 영변 핵시설을 평가절하 하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것.

    북한이 영변 핵시설조차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문제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11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나쁜 조치(bad step)"라며 "북한 전체 핵 시설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잘게 잘라서 팔 수 없다"고 말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영변 핵시설 폐기로는 다른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낡고 빈껍데기만 남은 영변 핵시설은 북한 입장에서도 어차피 폐기해야 할 대상이라며 의미를 낮추고 있다.

    이런 분석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영변 원자로가 폐쇄되자 기존 플루토늄 추출 방식 대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자로에서 재처리가 필요한 플루토늄 방식과 달리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지하화가 가능하다. 영변 외 다른 지역으로의 은닉이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변 핵시설의 비중이) 과거에는 80%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50% 이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변에 (농축우라늄) 원심분리기가 약 2000개 있는데 북한이 6000개에 해당하는 재료를 수입했다는 주장도 있었다"면서 "그렇다면 2/3는 영변 외 다른 지역에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핵도 일종의 '연계산업'…영변은 여전히 北 핵심시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비중 여하와 상관없이, 폐기 합의가 이뤄질 경우 상징적 의미는 물론 실질적 의미도 매우 크다는 반론이 상당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시설도 하나의 '연계산업'이기 때문에 영변이라는 핵심 시설만 제거해도 북한 핵능력은 거의 사라진다는 게 원자력 기술자들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한의 핵 실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 비중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진무 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최근 공동발간한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서 여러 정보를 취합한 결과 북한이 영변 외에 평양(강선), 희천(연하, 하갑) 등 최소 3곳에 농축우라늄 시설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미 정보당국은 영변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가 2000개에서 4000개로 늘어났다고 추정했고,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탈북자 증언을 근거로 강선 지역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다고 했다.

    이런 분석만 보더라도 북한이 농축우라늄 시설을 분산 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변의 핵심적 지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영변 핵시설 비중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식의 주장은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미리부터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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