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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엑소더스.. "기장은 중국, 부기장은 LCC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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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럿 엑소더스.. "기장은 중국, 부기장은 LCC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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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 "중국 이직 이유는 급여가 두배 이상"
    중국 간 한국인 조종사 300여명.. 전체 조종사의 10%
    조종사 유출은 국민 항공안전 문제 직결


    국적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대거 중국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고 대형 항공사에서 저가 항공사(LCC)로의 조종사 이직도 잦아 항공사의 조종인력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직한 조종사의 빈자리는 경력이 일천한 조종사나 고령 조종사들이 메우고 있고 빡빡해진 항공사들의 인력사정은 조종사 피로도 증가로 이어져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는 그만큼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 이직한 이유는 급여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에요.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을 따로 가입해야 하고 퇴직금도 없는 계약직 신세지만 중국 항공사로 옮긴 뒤 금전적 여유가 생겼어요"

    "물론 중국으로 가면 리스크가 많죠. 가족과 떨어져 외롭고, 동료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이 어렵다보니 비행 중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 들어요, 여기에다 계약직이니까 신체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잘리게 된다는 두려움도 커요" 1년여 전 국내 모 항공사에서 중국 남방항공으로 이직한 A조종사의 말이다.

    ◈중국 조종사 급여 한국의 2~2.5배.. 줄줄이 중국행

    A조종사는 17일 CBS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보다 더 많은 급여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중국에서도 가장 급여수준이 높은 하이난항공에 한국인 조종사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주로 한국과 중국에 있는 항공인력 에이전시를 통해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중국내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조종사 숫자는 대략 3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전체조종사(한국내 기장수=3055명)의 9.82% 수준이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조종사 인력의 블랙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인력을 채용해 가는 이유는 소득증대와 함께 대륙의 항공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Boeing)사가 최근 발표한 2018~2037년 중국민간항공시장 전망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0년간 7690대(1조2천억달러)의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증대로 중산층 인구가 10년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항공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조종사 부족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항공수요 급팽창.. 중국은 조종사 '블랙홀'

    중국으로 이직한 한국 조종사는 2014년 17명에 불과했으나 2017년 150여명으로 3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추산이다. 국토부가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외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 수가 24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145명으로 6배이상 증가했고 조종사 인력의 해외유출은 대형,소형 항공사 가릴 것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5년 동안 항공사별로 해외 이직한 조종사 숫자는 대한항공 166명, 아시아나 81명, 진에어 42명, 제주항공 29명 등으로 전체 조종사 숫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적 항공사를 떠난 조종사의 85.5%는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으로 가는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다. A기장은 "남방항공으로 이직한 뒤 비행시간이 줄어든 만큼 적게 운전하고 있다"며 "한국 항공사들은 유럽이나 미주노선의 경우 '3파일럿 체제'(기장2명+부기장1명)로 운항하지만 중국은 기장과 부기장이 각각 2명씩인 '4파일럿 체제'로 12시간 근무할 경우, 중국은 1개조가 12시간을 쉴 수 있지만 한국은 조종사 1명이 4시간을 쉬게 돼 노동강도가 더 세다"고 말했다.

    세계 항공업계는 장거리 비행에서 3파일럿이 일반화돼 있지만 중국이 '4파일럿'으로 운항하는 것은 항공산업이 단기간내에 워낙 급속성장하다 보니 그만큼 사고위험이 높아 중국당국이 안전에 남다른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이란다.

    세계 주요항공사들이 3파일럿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조종사 급여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A380기종을 운전하는 C조종사는 "다수의 기장들은 돈 많이 주는 중국으로 가고 부기장들은 경력을 쌓기 위해 저가항공으로 옮기고 있는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해외로 유출되는 만큼 충원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단시간내 충원은 불가능하다.

    ◈조종사 단기확충도 외국인 충원도 어려워


    제주항공에 따르면, 부기장이 기장으로 승급하려면 비행경력 '3.5년이상, 총 비행시간 3500시간'의 기본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비행을 한다해도 2년이 걸려야 채울수 있는 시간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조종사 임금과 '외국인 쿼터제'에 걸려 부족한 인원을 외국인 조종사 영입으로 메우기도 역부족인 상황.

    조종사 인력이 유출되는 만큼 채워질 수 없는 구조는 항공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 C조종사는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정해진 시간 조종을 하고 휴식시간도 있지만 비행횟수가 잦아 근무를 할수록 피로가 누적되는 구조"라며 "예를들어 보잉777 기종은 연간 1000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는데 조종사들의 피로도가 높아 동료들이 늘 피곤해하고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다른 대한항공 조종사는 "기장도 부기장도 이직이 잦고 어떤 조종사들은 신체검사에 걸려서 비행을 못하고 회사가 전체적으로 빠듯하다는 얘기가 조종사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체검사 기준 미달돼도 기장 쓸 가능성"

    사람이 부족해 신규 조종사 채용에서도 허점이 생길 여지가 커진다. 남방항공의 A조종사는 "인력수급이 부족할수록 신체검사도 느슨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져 기준치가 조금 미달돼도 기장으로 쓸 가능성이 높고 고령의 퇴직자를 데려다 쓸 여지도 많아진다"고 주장했다.

    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한항공은 그나마 나은 편. 다른 항공사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LCC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제주항공은 총 37대의 항공기를 운행중이며 보잉737-800이 주력 기종이다. 비행기 1대당 기장+부기장 6개조의 인원을 확보하고 있고 인력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현재 조종사가 크게 부족하지 않지만 사세 확장과정에서 조종사 부족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7일 "현재도 비행스케줄이 바쁠 때가 많고, 항공기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조종사 수급문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략 10%가까운 국내의 기장이 해외로 이직했다고 해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항공법상 항공기 운항 메뉴얼에 따르면, 조종사 근무시간은 1달 120시간 미만, 3달 270시간 미만, 정해진 휴식시간 부여 등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고 이 기준을 어기는 항공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종인력이 감소하고 항공사의 인력운용 사정이 빠듯해질수록 조종사들의 비행 투입은 잦아지고 업무 피로도는 올라간다.

    중국의 항공수요 팽창을 강건너 불보듯 수수방관한다면 국민들의 항공안전에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다.

    한편, 대한항공은 18일 CBS보도에 대해 '대한항공입장'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은 정년이 보장돼 중국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의 숫자는 2017년 54명에서 2018년 9월 기준 11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단체협약에 따라 안전운항을 위한 체계적인 조종사 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은 중장기 항공기재 운영계획을 기초로 국내, 해외 조종학교 출신 신규 조종사, 타 항공사 출신 경력직 조종사 등 국내 조종사들을 채용해 조종사들을 보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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