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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북미대화 교두보 총력전…미스터 '김정일'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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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북미대화 교두보 총력전…미스터 '김정일' 이용하라

    文, 평화올림픽 구상 북 설득이 관건…카드 마뜩찮아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청와대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남북관계 진전을 이뤄내고 궁극적으로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의 축제인 평창올림픽 참가를 공식화하면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합류와 대규모 응원단·예술단 입국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 개성공단·금강산 재개는 안보리 제재 위반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 임기 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지난해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긴장 수위를 완화하고 북미 대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신년 기자회견 전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만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해빙기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前) 단계인 남북관계 개선 '카드'가 마뜩찮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고민이다.

    북한이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미국과 대등한 자격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략은 파악했지만, 서로를 '리틀 로켓맨', '미친개'라 지칭하며 자존심 대결을 벌였던 북미 정상간 교두보 마련책이 신통찮은 것.

    특히 북한은 이번 남북 대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만으로 의제를 국한하고 비핵화 등의 언급에는 극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잇달은 도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가 작동 중이어서 상황돌파는 쉽지 않다.

    특히 국제적 '돈줄죄기' 압박을 받는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을 통한 출구 찾기에 관심을 보이지만, 명백한 안보리 제재 위반이어서 미국을 설득할 사안도 아니다.

    인류보편적인 문제인 이산가족상봉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기가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선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의제에 포함시키자는 우리측 제안에 북한은 "남조선이 (여성 종업원들을 기획 탈북시켜) 생이별 이산가족을 만들어놓고 이제아서 무슨 이산가족 상봉을 얘기하냐"며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남북 회담에 나선 경험이 있는 한 북한 전문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2차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군사회담 말고는 이렇다할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도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과거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등 상호 존중 중개

    다만 우리 정부는 고위급회담에서 수석대표였던 조 장관이 비핵화 얘기를 꺼내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 전례를 보면 북한 대표단은 자신들의 입장 관철을 위해서 다시 돌아오더라도 거센 항의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항의만 있었을 뿐 판 자체를 깨려는 모습은 아니었다는 전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단 북한에서 누가 대표단장으로 내려오는 지 '급'을 보고 있다"며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내려온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자리를 꿰차며 실세로 불리는 최 부위원장은 지난 2014년 인천 하계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2015년 사망)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또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하계올림픽에도 참석한 만큼 이번 평창행도 유력하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 선언을 종용하고, 향후 북미 대화 테이블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장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군 출신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비핵화 언급 자체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지만, 최룡해 등 최고위급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온다면 북핵문제 자체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갑자기 준비된 게 아니라 이미 지난해에 수립된 북한의 한 해 외교안보 로드맵이라고 분석한 우리 정부는 과거 남북회담 에피소드와 전례까지 모두 꺼내놓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 5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Mr. Kim Jong il)'이라고 지칭하면서, 공회전하던 4차 6자회담에 긍정적 신호를 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이 발언이 대조선(대북) 정책을 혼미한 상태에 빠뜨린 미국 내 강온파 사이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면 6자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부시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 이후 서로를 향해 '폭군', '도덕적 미숙아' 등으로 비난하며 높아졌던 북미간 긴장수위가 상대를 향한 경칭으로 일부 풀린 셈이었다.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미스터 김정일"을 다시 한 번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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