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정체와 도약 사이…기로에 선 BIFF의 스물둘



영화

    정체와 도약 사이…기로에 선 BIFF의 스물둘

    또 한 번 진통 속에서 내달 12일부터 10일 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그 막을 올린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도약일 것이냐, 아니면 여전히 정체 속에 머무를 것이냐. 지금 부산영화제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꾸준히 외압 논란이 불거지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떠나면서 부산영화제는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정권에 의해 망가진 영화제라는 인식이 발목을 잡아 지난해에는 관객수가 줄어드는 저조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시아에는 부산영화제만큼 다채로운 아시아 영화들이 모일 수 있는 영화제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각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유명 감독들이 작품 없이도 부산영화제를 찾아 응원의 목소리를 건넨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 역시 부산영화제의 탄생과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해왔고, 참여해왔던 이들이었다.

    올해 부산영화제가 초청한 작품 총 75개국 298편을 비롯해 영화제를 빛낼 영화인들 그리고 남은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아오이 유우.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 할리우드 스타까지 총망라한 별들의 잔치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마더!'로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마더!'는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블랙 스완'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으로,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계속되는 방문과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로 부부의 평화가 깨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영화제 단골손님인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 유명 감독들도 눈길을 끈다.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연출을 맡은 작품은 없지만 부산영화제에 방문해 힘을 돋운다. 연출작 대신 제작에 참여한 영화 '조니를 찾아서'와 함께다.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는 와이드 앵글 '사라진 시간들'로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와세 나오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등도 각자의 작품으로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아시아 영화의 창에 '빛나는'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세 번째 살인'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아시아 영화의 창에 '산책하는 침략자'로 각기 초청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을 맡아 아시아 각국 젊은 영화인들과 함께 17일 간 2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와 에이타 또한 오랜만에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 여성 감독들의 약진

    여성 감독들의 비중은 영화제를 열고 닫으면서 상당히 높아졌다.

    부산영화제는 영화 '마돈나' 등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을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신수원 감독은 이미 단편영화 감독 시절부터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인물로, 부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할 신작 또한 기대를 모은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 비밀을 다룬다. 배우 문근영이 주인공인 과학도 재연 역을 맡아 연기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유리정원'에 대해 "한 가지 색으로 결정지을 수 없는 독특한 영화이고, 감독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런 상상의 시작으로 훌륭한 드라마를 써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호 이사장 역시 신수원 감독을 두고 "차기작이나 차차기작에서는 충분히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 있는 감독"이라고 평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만 감독 실비아 창은 '상애상친'으로 영화제를 닫는다.

    배우 출신인 이 감독은 각계각층의 여성을 흥미롭게 묘사해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상애상친' 또한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그려낸다.

    어머니의 임종을 맞이한 딸 후이잉은 아버지의 묘를 이장해 어머니와 함께 모시기로 마음을 먹지만 마을에는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이 매일 산소를 돌보고 있어 거센 반대에 부딪친다. 두 사람의 갈등은 마을 전체의 문제로 커지고,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후이잉의 딸 웨이웨이는 동료들에게 두 사람의 몸싸움을 보여줬다가 취재거리가 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1980~1990년대 산업화 세대를 대표하는 후이잉이 부모 세대와 화해하지 못하고, 자식 세대와도 교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한국의 세대 문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강수연(왼쪽) 집행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김동호 이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풀리지 않은 영화인 단체들 '보이콧'

    지난해부터 이어진 영화인 4개 단체 중 3개 단체의 보이콧은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다. 부산영화제에 따르면 현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을 제외한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은 보이콧을 유지 중에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경우, 지난해 초청된 작품의 감독들은 개인 재량에 따라 참석을 결정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흘렀음에도 이들 단체들이 요구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직접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산시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 '부산시와 영화계 갈등은 오해이며 블랙리스트와도 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놨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대변하는 이 같은 공식 입장은 아직 영화계에 꺼지지 않은 불씨에 기름을 붓기 충분했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밝혀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 시장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강수연 위원장은 "큰 변화는 없다. 다행스러운 일 중 하나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에서 보이콧을 철회했다는 사실이다. 하루 아침에 이것이 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3년 동안 노력해왔고 앞으로는 좋은 결과 있으리라고 본다. 영화제
    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서 그런 표현을 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해결되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