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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옥자'는 허구가 아니다

    동물교감 전문가 "미자와 옥자처럼 같이 사는 생명들은 서로 잘 알게 돼"

    영화 '옥자' 스틸컷(사진=넷플릭스 제공)

     

    함께 자라 온 인간과 동물 사이 끈끈한 교감, 이에 대립하는 공장식 축산업의 살풍경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통해 동물권을 곱씹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간 말과 글, 행동을 통해 동물권을 환기시켜 온 동물교감 전문가 이유미 씨는 3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물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운을 뗐다.

    "동물권, 즉 동물들이 지닌 권리는 가장 기본인 생명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간이 생명체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동물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이 동물권이죠."

    그는 "동물들이 생명으로서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인간을 위해 고기가 되어 주는 것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커다란 고통까지 당연시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물교감 전문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소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개나 고양이, 토끼처럼 집에서 함께 사는 동물들의 마음을 읽어서 반려인들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영화 '옥자'의 주인공인 미자(안서현)와 옥자처럼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생명들은 서로를 잘 알게 됩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이 사람이, 이 동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어요. 행동학적으로 동물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면 이런 심리 상태라고 말하기에 앞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적으로 주고받는 분위기와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교감이죠. 개나 고양이는 물론 소, 돼지, 닭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잖아요."

    ◇ "우린 너무 쉽게 먹고 버린다"

    동물교감 전문가 이유미 씨(사진=이유미 씨 제공)

     

    "공장식 축산업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가능한 이러한 교감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그는 "축산업은 보통 고기, 우유, 달걀 등 인간의 먹거리를 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험용 등 다른 방식으로 희생 당하는 동물들도 있지만, 공장식 축산업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동물권 문제"라고 진단했다.

    "보통 우리는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우리가 먹는 고기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말이죠. '인간과 다르지 않은 생명체인 동물들이 인간의 편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 당해도 되는가' '왜 과거처럼 사람이 키우는 가축으로부터 조금씩 필요한 고기와 가죽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처럼 찍어내고 있는가'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힘든 구조인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개고기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업이 구축돼 있기도 합니다."

    이 씨는 "지금 우리는 너무 쉽게 먹고 너무 쉽게 버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마트, 시장 등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기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가만 알게 돼도 우리네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기가 주는 미각만 중시하다 보면, 생명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 시스템으로 공급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바라볼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생명들이 불필요하게 겪게 되는 고통들을 짚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한 '동물복지인증'이 있는 고기를 소비하려는 마음이 일 수도 있겠죠. 이러한 동물들의 처지를 안다면, 지금 우리가 고기를 소비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할 수 있는 시작점을 찾을 거라 믿어요."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동물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인간은 동물을 '고기'로만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가축이라는 개념으로 공존 관계에 있었으니까요. 인간과 동물이 어쩌다 이런 관계가 됐는지를 짚어봐야 할 때라고 봐요. 자본주의 안에서 너무 쉽게 많은 것들을 얻으려는 욕심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지를 말이죠. 동물들을 곁에 두고 바라보는 사람들은 동물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감정과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함께 사는 개나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느낀다면 소나 돼지, 닭 등도 다르지 않다는 쪽으로 시각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물들이 교감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만 갖게 돼도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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