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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등록금 보탰던 '누렁이'의 눈물…소 사육기반 붕괴



경제정책

    자식 등록금 보탰던 '누렁이'의 눈물…소 사육기반 붕괴

    농가 단위 소규모 사육 사라지고 대규모 사육 전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농촌에 가면 농가마다 소 한두 마리 정도는 키웠다. 특히, 암소는 농가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식들 대학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농가에서도 소 '우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1990년대 들어 송아지 가격이 정체되면서 수익성이 줄어든 데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산 쇠고기까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소 사육기반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0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 이후, 송아지 입식이 급증하면서 한우고기 가격이 폭락하자 정부가 암소 10만 마리를 감축하는 이른바 축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농가 단위의 개별 사육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 2000년 초반, 소규모 농가 '암소' vs 대규모 농가 '수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4분기 당시 2세 이상 한육우 암소는 모두 69만 마리였다.

    이 가운데 57%는 소규모 농가(사육두수 10마리 미만)가 키우고, 대규모 농가(50마리 이상)의 사육 비중은 겨우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당시 1세 이상 한육우 수소 24만4천 마리 가운데 소규모 농가가 14%를 사육한 반면, 대규모 농가는 무려 40%를 사육했다.

    이는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소규모 농가들은 주로 암소를 키우며 번식을 담당하고, 대규모 농가는 비육용 수소를 사육하는 분업 체제가 확실하게 구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2010년 이후 번식우·비육우 혼합 사육

    하지만 이 같은 분업 체제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해 2010년 이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2016년 1/4분기 2세 이상 암소는 모두 89만9천 마리로 이 가운데 소규모 농가 사육 비중은 7.5%, 대규모 농가 비중은 59%에 달했다.

    2세 이상 암소의 소규모 농가 사육 비중이 지난 2000년 57%에서 2016년에 7.5%로 줄어든 반면, 대규모 농가의 사육 비중은 15%에서 59%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대규모 농가의 1세 이상 수소 사육 비중도 2000년 40%에서 2016년에는 82%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민간 농업연구소 GS&J 이정환 이사장은 "소규모 농가가 번식을 전담하고 대규모 농가는 주로 비육을 담당했던 분업구조가 최근 10여년 사이에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소규모 농가와 대규모 농가가 동시에 번식우와 비육우를 사육하는 일관경영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 소 일관경영 "한우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

    이와 관련해 GS&J가 경북과 충남, 전남, 강원 등 4개도 일관사육 42개 농가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55%가 번식경영에서 일관사육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환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8%는 번식경영의 소득이 낮아 농장경영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번식우의 마리당 소득은 지난 2005년에 121만6천원의 흑자에서 2013년에는 오히려 56만4천원의 적자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사료비가 79만7천원에서 158만8천원으로 급등하는 등 원가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비육우의 마리당 소득은 2005년 131만7천원에서 2013년에는 59만1천원으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흑자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일관경영 체제가 굳어지면서 번식과 비육 부문 모두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정환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번식우 가운데 30%가 8회 이상 송아지를 생산하지만, 우리나라 번식우는 평균 2.5회 출산하고 곧바로 도축된다"며 "결국 우리나라는 우량 암소를 지속적으로 선발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관농가가 출하하는 비육우의 평균 도체중은 422.6kg으로 전문 비육농가의 428.4kg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앞으로 일관경영 체제가 심화된다면 한우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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