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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헛발질…'생뚱맞은 물가대응'에 구제역 뒷전



경제정책

    기재부의 헛발질…'생뚱맞은 물가대응'에 구제역 뒷전

    수입 쇠고기 점유율 63%, 안그래도 넘쳐나는데 정부 구제역 빌미 추가 수입 검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대통령 탄핵정국에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선 당장 구제역 예방이 중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입을 추진하는 등 물가 타령만 하면서 방역당국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직 구제역 발생 초기라서 소와 돼지 수급에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먼저 가격 불안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 구제역 방역 실무 총책임자가 물가대책 참석…기재부 헛발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구제역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던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합동 구제역·AI(조류인플루엔자) 일일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행은 "더욱 위기감을 갖고 향후 발생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해서 효과적인 백신접종, 차단방역 등 가용한 방역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10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TF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이에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이 참석하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구제역으로 한우고기 가격이 초반 오름세를 보이자 수입물량을 늘리는 등 가격 안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농축산물 유통과 가축전염병 대책을 동시에 맡고 있는 농식품부 실무 총책임자도 참석해 2시간 넘게 자리를 지켜야 했다.

    이러는 동안 충북 보은 지역에서는 구제역 추가 발생 신고가 들어오는 등 난장판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정부가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축산물 가격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적절한 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우선 당장 급하지 않은 구제역 물가대책회의에 방역활동을 진두지휘해야 할 책임자까지 참석하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 기재부, 쇠고기 값 조금 올랐다고 호들갑

    정부가 구제역이 발생하자 평소와 다르게 서둘러 물가대책회의를 열어 축산물 수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한우 사육마릿수는 1/4분기에 248만 마리까지 감소했다가 3/4분기에 다시 264만 마리까지 증가한 뒤 4/4분기에 259만 마리 수준까지 떨어졌다.

    4/4분기에 감소한 것은 올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도축물량이 늘어난데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고기 소비가 둔화되면서 송아지 입식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우 사육마릿수가 증감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한우고기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우고기 등심(1등급 100g) 평균 가격은 구제역 발생 직전인 지난 3일 7613원에서 10일에는 7829원으로 2.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내 한우 사육마릿수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1/4분기(2월 3일) 가격인 8205원에 비해선 오히려 4.6% 하락한 가격이다.

    이는 구제역이 확산돼 한우 사육마릿수가 지난해 1/4분기 수준까지 감소해도 시장에서 완충작용을 통해 가격 증가폭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12일까지 살처분된 한우는 746마리로 전체 사육두수의 0.03% 수준이다.

    돼지의 경우도 지난해 돼지 사육마릿수도 1/4분기 1032만 마리에서 3/4분기에 1067만 마리까지 증가했다가 4/4분기에 다시 1037만 마리로 줄었다. 돼지 역시 설 명절을 앞두고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한우와 돼지 사육마릿수는 구제역 발생 이전까지 평소 적정 마릿수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급에 구체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014년 이후 구제역 발생에도 불구하고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또, "한우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재부가 서둘러 축산물 수입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한 것과 사뭇 다른 내용으로, 물가당국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 쇠고기 수입 검토, 국내산 유통 관리부터 잘해야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검토하는 것도 국내 쇠고기 시장과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다. 자칫하면 국내산 한우고기 시장의 붕괴를 부채질 할 수 있다.

    쇠고기의 수입물량은 지난 2014년 28만톤에서 2015년에는 29만5000톤으로 5.6%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6만6000톤으로 무려 24%나 급증했다. 이는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우 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은 37.7%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명환 GS&J 전략연구원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우고기 소비가 둔화되면서 한우농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육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한우 사육마릿수는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박사는 "한우고기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높은 게 사실이다"며 "김영란법으로 한우고기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는 수입산 쇠고기는 (수입업자들이 알아서) 계속해 들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우협회 관계자는 "국내 한우고기 시장이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당국이 구제역을 빌미로 또 다시 외국산 쇠고기를 추가 수입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한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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