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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이 밝힌 국정교과서의 '허와 실'



문화 일반

    도올 김용옥이 밝힌 국정교과서의 '허와 실'

    [도올의 대한민국 진단 ①] "최순실이 '혼 바로잡자'며 대통령 사로잡았을 것"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주연을 맡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동숭동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의 사상과 철학은 동·서양도, 종교도 가리지 않는다. 평생을 학문적 탐구에 쏟아 온 그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다. 때로는 괴짜 철학자였다가, 날카로운 칼럼니스트였다가, 웃음기 많은 대학교수로 변신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야기다.

    영화계와 그의 인연은 오래됐지만 다소 격조한 편이다.

    '장군의 아들', '취화선' 등의 원안과 각본을 썼고, '다른 나라에서'에서는 조연인 스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첫 주인공 신고식을 치렀다.

    영화 속 도올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만주벌판을 누비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찾아 나선다. 한 마디로 도올의 고구려·발해 역사 블록버스터인 셈이다. 그는 환희에 젖었다가도 순식간에 절망하고, 또 역사를 잘못 써가고 있는 국가에 분노한다. 방대한 지식과 이야기는 숨쉴 틈 없이 관객들에게 흡수된다.

    어느 해보다 더 춥고 혼란한 겨울, 도올 김용옥 교수를 만났다. 나무 냄새가 나는 아늑한 출판사에서 따뜻한 생강차 한 잔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까지. 도올이 이 시국에 내놓은 대한민국 진단을 정리했다.

    ▶ 결국 교육부는 끝까지 국정교과서를 밀어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국정교과서란 결국 정부가 제작한 교과서인데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역사는 단일한 주체가 쓰거나 만들 수 없다. 역사는 해석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된' 사실이다. 따라서 역사 해석의 지평은 다양한 관점에서 열려 있어야 한다. 수학이나 과학 교과서는 국정화시키지 않으면서 하필 국사를 가지고 그러는 게 의도가 너무 뻔하다. 학계에서는 검정제까지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애초에 국정교과서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한민국 건국을 어느 시점으로 설정할 것인지다. 건국이 1919년 상해 임시 정부가 아닌 1948년 남한 단독 정부 수립 시점이라는 '건국절' 이론을 따랐다.

    -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적통으로 해서 1948년에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한 것이지만 나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라고 본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됐지만 독립이라는 말은 쓰기가 어렵다. 투쟁 세력이 쟁취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강대국들에 의해 주어진 결과라 그렇다. 만약 그 주체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되었더라면 남북분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허리가 잘렸고, 이제는 다시 제대로 된 독립 국가로 만들어야 하는 임시 국가 상태다. 그러므로 통일이 되는 시점에 우리 국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임시 정부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다소 갑작스러웠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 혼을 바로잡아야 된다'거나 '당신의 업적을 이 땅에 남겨야 된다'는 이유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사실 현대사 부분에 목적이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로 박근혜 대통령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본다. 갑자기 국민의 혼이 비정상이라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 된다면서 나온 정책인데 학계의 흐름과 달리 정말 뜬금없이 나온 정책이다. 이 정권이 근본적으로 국가 정책을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는 게 그런데서 드러나는 것이다.

    ▶ 이런 시점에 고구려와 발해의 유산을 찾아 가는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 역사란 감(感)이다. 이 영화는 국정교과서와 대척점에 서서 우리가 어길 수 없는 진실 그리고 살아 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고대사에 대해서도 여러 논쟁이 있다. 학계가 좌우로 나뉘어서 줄을 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압록강과 두만강까지로 정해 놓은 역사적 국경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고조선에서 고구려 그리고 발해로 연결되는 이 방대한 영역에서 우리 조상들은 중국을 변방으로 생각했다. '동북공정'의 '동북'이라는 말 자체를 해소시켜 버리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역사는 어쨌든 승자의 기록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에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는 신라인 김부식이 작성한 삼국사기를 통해 그 시대를 배우게 된다. 이것 또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을까?

    - 김부식의 의식 속에서는 당연히 고구려 영토에 대한 애절함이 없을 수밖에 없다. 고려 때 이미 반도로 좁아졌고, 조선 때 영역을 넓혀서 간신히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확보했다. 결국 우리 역사 인식의 범위는 계림(경주)에서 한양까지인 셈이다. 이 영화를 본 젊은이들이 이 동북아시아의 문화적인 핵이 우리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칭기즈칸도 몽고의 작은 텐트 속 어린 아이였다. 그러나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의 꿈을 펼친 것처럼 우리 민족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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