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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최순실이라니…개성공단 폐쇄와 싸우며 교수도 관뒀는데"



문화 일반

    "고작 최순실이라니…개성공단 폐쇄와 싸우며 교수도 관뒀는데"

    [노컷 인터뷰] 개성공단에서 4년간 머물렀던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

    북한·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사진=노컷뉴스/자료사진)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국방·외교·통일 분야에까지 뻗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올 초 정부가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강행한 것에도 최 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북한·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는 28일 CBS노컷뉴스에 "의혹을 넘어 확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교수는 앞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맡아 개성공단에 머물면서 세무·회계·임금 등과 관련한 북측과의 협상을 담당했다.

    그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존망이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고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평소 '개성공단은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강조해 온 김 전 교수는, 지난 2월 10일 느닷없이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된 직후부터 "개성공단의 본질적 가치와 실질적 의미를 모르는 자해행위" "북한에 대한 인식 수준이 재앙적"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이로 인해 카이스트 교수직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살아 있었잖아요. 그들이 군인들이라 할지라도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이건 아니다' 정도는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누가 했을까'를 두고 굉장히 고민했죠. 그것이 이번에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겁니다."

    현재 미래전략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전 교수는 "그들(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이 지금에 와서 자기들이 (개성공단 폐쇄에 개입)했다고 하겠나. 부인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박근혜라는 사람을 분석했을 때,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최태민 일가가 주도하는 의사결정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다고 봅니다. 늘 그래왔던 거죠. 결국 중요한 사안들은 그 라인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 왔을 거예요.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최순실이 '북한이 2년 안에 무너진다'는 확신을 갖고 계속 이야기했겠죠. '북한 붕괴론'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다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니까요. 이러한 인식이 개성공단 폐쇄 등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기조였다는 데 심각성이 커요. 국가 중대사가 비선 실세들에 의해 결정되고,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식화된 거니까요."

    ◇ "개성공단, 반드시 다시 열린다…시간 문제일 뿐"

    지난 3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이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 결정 과정의 이면에 최순실 등 비선 개입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피해 당사자인 우리 개성 기업들은 분노와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교수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해 있는 기업들은 지금 몹시 커다란 자괴감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그분들 생각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야 정제된 표현들을 쓰겠지만, 끝나고 모이면 한숨만 쉬세요. 그분들도 자신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몰랐잖아요. '정말 대통령이, 통일부가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모른단 말이야?'라고 의문을 가져 왔을 텐데, 그것을 모두 설명해 주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자존감이 완벽하게 부정당해 버린 겁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실질적인 배후가 최순실 등이었다는 점이 더욱 허망하게 만드는 거죠."

    '지금 개성공단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나'라는 물음에 그는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린 상태로 누구나 병원에 다니신다"고 답했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사업을 계속 해야 하잖아요. 개성공단에서 하던 업종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임금 수준 등) 경쟁력이 떨어지니 못해요. 그나마 젊은 분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죠. 최근에는 10여 명이 아프리카 케냐 등지에서 경쟁력을 타진해 보고, 동남아 쪽으로는 이미 나간 분들도 계세요."

    "이런 분들은 사업을 이어가면서 아픔을 잊으려 애쓰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 김 전 교수의 설명이다.

    "자신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망연자실 상태에 빠진 분들은 '벌어둔 돈으로 근근이 살면서 잊겠다'고들 하세요. 마지막 부류에 속하는 분들이 가장 절박한 심정인데,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이 100억 원대 규모로 큰 업체들입니다. 이분들은 국회를 찾아 여야를 막론하고 뛰어다니며 보상을 받기 위해 애를 쓰고 계세요. 살아야 하니까요."

    김 전 교수는 "지금 환경에서 개성공단의 재개는 불가능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개될 것이다.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무슨 이유에서든 다시 열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입주기업들도 그 점은 다들 인지하고 있어요. 다만 그것이 지금 정부에서는 어렵다는 거죠. 최순실 사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그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겠죠. 현재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부당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 비선 실세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십수 년간 통일부, 국정원, 국세청 등과의 관계 속에서 언제나 '을'이었어요. 조직적인 저항에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는 날까지 우리 기업들은 잘 버텨낼 겁니다. 개성공단은 반드시 다시 열립니다. 시간 문제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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