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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 현재 검열의 원형이 주조되던 시기”



공연/전시

    “미군정, 현재 검열의 원형이 주조되던 시기”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인터뷰 19] 극단 해인, 이양구 작가

    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2.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3.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4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5.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6.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7.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8.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9.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10.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11.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12.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13. 만약 '검열'이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내 선택은?
    14.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된 자기검열의 벽…균열 가해야”
    15. '극장은 술집, 관객은 손님, 배경음악은 금지곡'
    16. “미래 사람들은 말하겠지, '2015년에 검열이 있었대' 하고”
    17. “검열 시대를 사는 바보같은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
    18. “우리의 싸움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다”
    19. “미군정, 현재 검열의 원형이 주조되던 시기”
    (계속)

    극단 해인, 이양구 작가.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양구 작가가 무대에 올리는 '씨씨아이쥐케이'(CCIG-K)(이양구 작/연출)는 상당히 흥미롭다. 기존 공연된 연극들과는 다른 결을 느끼게 한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 올라온 공연들이 지난해 연극계에서 이뤄진 정부의 검열을 바탕으로 검열 행위 자체를 풍자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양구 작가의 공연은 한국사회 검열의 뿌리를 짚어보는 학술적인 느낌이 강하다.

    공연 제목인 '씨씨아이쥐케이'(CCIG-K)는 해방된 1945년 9월 미24군이 남한에 진주할 때 G-2 정보참모부 산하에 설치되었던 민간통신검열단을 뜻한다.

    이 작가는 이 미군정 시기의 검열을 매우 의미 있게 접근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 지금 우리가 겪는 검열의 원형이 주조됐다는 것이다.

    일제 시대 때부터 흘러온 미디어 검열과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생겨난 미디어 검열에 대한 연구는 많다.

    그렇지만 매스미디어 검열에 비해서, 지금의 '카톡 검열'이라고 할 수 있는 퍼스널 미디어 검열(당시에는 서신, 전보 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공연에서는 해방 후 주둔한 미군정에 의해 시작된 퍼스널 미디어 검열을 다룬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이번에 올리는 씨씨아이쥐케이에서 그가 고민하고 공부한 이야기가 얼마만큼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양구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이번 한번만을 공연하고 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번 공연도 그 시도 자체가 기대되지만, 이후에 나올 그의 작품이 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양구 작가의 '씨씨아이쥐케이'는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만 원.

    다음은 이양구 작가와 1문 1답.

     

    ▶ 극단 '해인'을 소개해 달라.
    = 소개랄 게 없다(웃음). 개인 극단이다. 원체 조직을 안 좋아한다. 여럿이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내가 고정된 소속을 가지고 어딘가에 묶여 있는 것을 싫어한다. 창단은 2009년에 했다. 당시 계약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극단 등록을 했다. 극단 이름은 '잔잔한 밤바다에 밤하늘의 별이 도장처럼 찍힌다는 뜻'이다.

    ▶이번에 올리는 공연 제목이 '씨씨아이쥐케이'(CCIG-K)이다. 이게 무슨 약자인가.
    = 씨씨아이쥐케이(CCIG-K)는 'Civil Censorship Intelligence Group in korea'의 약자이다. Censorship 대신 Communication을 쓰는 분도 계신데 어느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해방45년 9월 미24군이 남한에 진주할 때 G-2 정보참모부 산하에 설치되었던 민간통신검열단을 뜻한다.

    출발은 '고바야시 소메이'와 김인수의 '미군정기 통신검열 체제의 성립과 전개 과정'이라는 논문이었다. 미군이 진주하면서 퍼스널 미디어(민간통신-사적 편지, 전신, 전화) 검열 팀도 같이 들어온 건데 해방 직후에는 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일본인들의 통신을 감시하는 일 등을 했다. 일본인들이 완전 철수한 이후에는 사회주의 세력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검열하고 워치리스트(Watch List)를 작성했다.

    미군이 한국말을 못하니 조선인 검열요원을 채용한다. 최초로 채용한 조선인 검열 요원이 한 명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일제 시대에 검열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봤다. 43년 이후에는 경무국 도서과가 폐지되고 조선군 보도부가 검열 임무를 맡았으니 어쩌면 거기서 일했던 사람이 아닐까 상상해 봤다. 크게 틀릴 것 같지는 않은데 잘 모르겠다.

    연극은 최초 선발된 조선인 검열 요원 1인이 필기고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새로운 조선인 검열 요원들을 민간 검열 요원으로 채용한 뒤에 검열의 실시 방법 및 보고서 작성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 과정이 좀 우습다.

    ▶ 뭔가 어렵다. 이 시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검열의 원형이 주도되는 시기를 공부해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검열의 뿌리라면 식민지 시대부터 축적된 일본제국 검열 시스템과 미군정이 가지고 들어온 검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아무튼 지금 우리가 겪는 미디어 검열(매스미디어+퍼스널미디어 검열)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주조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해방기에 대한 공부가 턱없이 부족해서 역부족을 느끼긴 했지만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공연 중 관객과의 대화가 있다.
    = 금요일 공연에는 오동석(아주대 로스쿨 헌법교수) 선생이 오신다. '미군정기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의 헌법적 지위'를 이야기한다. 해방 직후 한국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는데 그 중에서 미국인은 점령군으로 남의 나라에 들어온 입장이고, 일본인은 패전 국민으로 본국 귀환을 앞두고 있고, 조선인은 해방은 맞았지만 아직 독립된 국가가 없는 상태다. 그들이 어떠한 헌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서 모셨다.

    일요일에는 조시현(전 건국대 교수) 선생을 모신다. 국제법 중에서 전쟁법을 전공하신 분인데 당시를 이해하는데 궁금한 얘기들을 많이 해주실 것 같다. '미군정기 법령 스케치'라고 가벼운 제목을 붙였지만 흥미로운 얘기들 많이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극단 해인, 이양구 작가.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발기인으로서, 현재까지를 평가해 본다.
    =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5개월간 이 페스티발을 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나는 이걸 '어떻게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었다. '뭘 누가 책임지느냐 각자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사실 아직도 이게 우리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잘 모르겠다. 지난 번 포럼에 모셨던 연극 평론가 노이정 선생님께서, 검열 사태 이후 아무튼 이 페스티벌을 했다는 사실이 연극인들의 미래를 위해서 다행이라는 취지로 말씀해 주셨다.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펼쳐놓고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소통했다는 장점이 있고, 반대로 검열에 대한 인식을 각자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얼마나 심화시켜 왔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 참여했던 분들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셨던 분들을 모시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우려도 하고 있다. 처음 이번 검열 사태가 터졌을 때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건인지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검열은 범죄'라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런데 ‘검열’이나 ‘범죄’라는 사회과학의 언어들은 연극인들을 정신적으로 '차렷' 자세로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권리'라는 말도 법률용어고, '장전'은 긴 ‘싸움’이고. 연극인들은 물처럼 신체도 언어도, 생각도 부드럽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인데, 주제나 사용하는 언어 이야기하는 방식이 우리를 경직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 이건 내가 꼭 하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자유롭다는 의미는 자기 하고 싶은 말 하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단 여기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건 존 스튜어트 밀이 1859년에 낸 '자유론'에서 한 말이다. 다른 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다 하는 게 일반적 행동 자유의 원칙이다. 검열은 그 원칙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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