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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5단의 전자공학 교수,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책/학술

    아마 5단의 전자공학 교수,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감동근 교수 딥블루, 왓슨, 알파고를 말하다

     

    신간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세기의 대결 이후 급부상한 '바둑', 그리고 '인공지능'을 한자리에 소환하여 그 둘의 교집합을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저자인 감동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IBM 인공지능 왓슨 개발 참여자이자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이다.

    이 책은 앞부분에서 체스의 '딥블루', 퀴즈의 '왓슨', 바둑의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역사를 통해 알파고 이전의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체스를 비롯한 보드 게임은 인간의 다양한 지능적 활동 중에서 경우의 수는 많지만 게임의 규칙과 목표 자체는 간단하기 때문에,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져 수십 년 전부터 각종 인공지능 기술의 시험 무대가 되었다. 최고의 체스 선수인 러시아의 개리 카스파로프를 1997년에 이긴 IBM의 체스 인공지능이 바로 딥블루(Deep Blue)이다. 왜 카스파로프가 딥블루에게 패배했는지 경기의 장면도와 참고도를 통해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 감동근 교수는 2007년 IBM 왓슨 연구소에 입사해 퀴즈를 푸는 인공지능인 왓슨(Watson)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왓슨은 자연어 처리와 대규모 데이터 분석 및 학습이 가능한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시스템으로, 2011년 미국의 <제퍼디(jeopardy)>라는 TV 퀴즈쇼에서 역대 최고의 출연자 두 명을 상대했다. 446만 달러의 역대 최고 상금을 획득한 사람과 74회 우승을 한 사람과의 대결에서, 인공지능 왓슨은 최고 점수를 얻어 두 명의 '인간'을 물리쳤다. 이러한 퀴즈 인공지능 왓슨의 이야기도 딥블루 못지않게 흥미롭다.

    그리고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A to Z'를 이야기한다. 알파고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바둑에서 알파고는 어떤 방법을 통해 계산을 하는지(몬테카를로 탐색 기법), 인공 신경망과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이란 무엇인지, 수읽기는 기본이고 인간 고수 못지않은 감각(정책망)과 형세판단 능력(가치망)까지 갖춘 알파고의 능력 등 일반인들이 ‘알파고’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기계 학습(머신 러닝)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아직 '학습'을 거치지 않은 인공 신경망은 무작위로 설정한 가중치를 갖고 있다. 이를 갖고 입력값을 처리했더니 옳지 않는 출력값이 나왔다고 하면, 이 실수를 올바른 결과로 바로잡기 위해 가중치들을 조절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이다. 반복되는 실수와 학습을 거칠수록 인공 신경망의 정확도는 향상된다.

    알파고의 첫 번째 신경망인 '정책망(policy network)'은 '인간 (바둑) 고수라면 다음 수를 어디에 둘까'를 예측한다. 이 정책망 덕분에 알파고는 인간 고수 못지않은 감각을 갖추게 됐다. 즉, 수읽기 과정에서 안 될 것 같은 수는 일찌감치 제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알파고는 또 하나의 신경망을 채택했는데, 바로 '가치망(value network)'이다. 종국까지 시뮬레이션 해보고 결과를 보는 대신에, 현재 장면으로부터 앞으로 몇 수만 진행시켜보고 그 상황에서 형세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인간이 바둑을 두는 방식이다. 체스 인공지능에서도 오래전에 도입된 아이디어이다. 이 가치망 덕분에 탐색 공간이 컴퓨터의 계산 능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좁아졌다. 기존의 바둑 인공지능은 수읽기에만 의존하면서 정석 데이터베이스로 초반을 보완했다면, 알파고는 수읽기는 기본이고 인간 고수 못지않은 감각(정책망)과 형세판단 능력(가치망)까지 갖춘 것이다.

    이 책의 3장 「세기의 대결, 알파고 vs 이세돌」에서는 무려 170여 쪽에 걸쳐 '이세돌 vs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전 5국 기보에 대한 완전 해설을 수록하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국을 각 경기마다 하나하나 날카롭게 분석해놓았다. 1국 시작 전 이세돌 9단의 긴장하는 모습, 1국부터 3국까지 연패하는 이세돌 9단에 대한 담담한 묘사, 4국에서의 통쾌한 승리와 승리요인 분석, 5국에서의 아쉬운 패배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알파고가 일반 프로 기사들이 잘 두지 않는 수를 둔 이유, 알파고의 예상치 못한 수가 나중에 경기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쳤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실제 경기의 기보와 감동근 교수의 해설이 곁들여진 참고도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바둑을 아는 사람은 물론, 바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한 설명과 함께 구성했으며, '바둑'과 '인공지능' 두 분야에 걸쳐 있는 저자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해설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책에서는 알파고 이후의 바둑, 그리고 인공지능의 미래와 우리가 할 일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한다. 알파고의 성취가 시사하는 바는, 바둑과 같이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라면 어떤 문제든지 풀어낼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을 컴퓨터가 인간의 고유한 직관과 통찰을 갖게 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목표와 규칙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도 않고,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컴퓨터보다 뛰어난 점은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그것이 두 개 이상의 분야에 걸쳐 있으면 더욱 좋다. 상상력(想像力)을 직역하면 어떤 모양을 떠올리는 능력이다. 상상력을 키우는 데는 독서가 최고이고 바둑도 큰 도움이 된다. 창의적인 생각은 멍하니 있을 때 많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인공지능과 더욱 밀착해서 살아가야 할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여전히 문제지 열심히 풀게 해서 명문 대학에 보내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길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아울러 우리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지 깊이 성찰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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