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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왔으면 첫 투표했을텐데…" 총선서 실종된 세월호



정치 일반

    "살아왔으면 첫 투표했을텐데…" 총선서 실종된 세월호

    • 2016-04-12 09:01

    ‘세월호 진실에 투표하라’ 거리로 나온 시민들

    4월은 우리에게 아픈 달이 됐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가라앉고 304명이 희생됐다. 2년이 흘렀다. 아직까지 9명의 실종자는 차디찬 바다아래 남아있고, 배는 왜 가라앉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참사 2주기를 앞두고 총선이 치러진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지만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세월호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기에만 급급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약속콘서트(류선우 총선기자단)

     

    이에 다시 시민들이 나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억과 약속 동서남북 416걷기'와 '세월호 참사 2주기 약속콘서트'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신답역, 홍대정문, 용산역 광장,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세월호를 인양하라’, ‘특검수사 이행하라’, ‘성역없이 수사하라’, ‘진실위해 투표하라’고 외쳤다.

    416연대 안순호 상임운영위원은 “우리 또 다시 가만히 있을까요?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4월 13일, 살아 돌아왔다면 첫 투표를 했을 아이들의 몫까지 우리가 투표로 표현합시다”라고 외쳤다.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친구와 함께 나온 대학생, 안산에서 전날 밤부터 걸어온 교사들, 지나가다 들른 시민 등 약 2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 “우리는 잊지 않았다”

    저녁 8시 광황문 광장, 대학생 김예지(여‧24)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나오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5‧18이나 6월 항쟁을 봤을 때 제가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월호를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세대는 저희 세대 뿐”이라며 “그 세대로서 세월호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답했다.

    류 모(남‧25)씨는 “누군가는 잊을 때가 되었다고도 하지만 아직 해결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잊나”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기 어렵지만 그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음을 알려야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함께 나란히 서 무대를 보던 김 모(여‧50)씨는 “잊으면 안 되는 거니까요”라고 간단히 답했다. 그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시민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간담회 요청 건수가 작년보다 3배정도 늘었다”며 “참사 1주기 때는 추모행사도 22개 도시에서 했는데, 올해는 이미 30개가 넘었다”고 답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열기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과 약속 동서남북 416걷기 (류선우 총선기자단)

     

    ◇ "세월호, 총선 이슈로 부각됐어야…"

    세월호참사 이후 첫 총선인 만큼 세월호가 중요한 선거이슈로 부각되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동서남북 416걷기에 참가한 김준호(남‧23)씨는 “곧 선거인데 어느 정치인도 이걸 의제화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정당들이 경제위기만 말하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는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영기(남‧44)씨 또한 “세월호 2주기인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이 문제를 말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광장에서 투표독려캠페인을 하던 유동림(남‧29)씨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망언을 뱉은 이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최소한 그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억심판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나래(여‧24)씨는 “세월호 투표는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투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를 “어쩌면 나도 그 배에 탔으면 겪었을 일”이라며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나는 앞으로는 운 없이도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뿐 아니라 나아가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통과’, ‘세월호 특검에 대한 의결’, ‘인양 후 선체조사 계획 수립’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상태로는 진상조사가 어렵다”며 “특조위의 활동을 보장하는 특별법개정안이 통과되어야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이미 특별법을 만들던 때 여야, 유가족이 합의문까지 써서 약속한 부분이다”며 “그런데 요청했더니 여당 원내대표가 돌변해 ‘왜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정치공세를 하냐’며 막았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선체가 인양되고 나면 가장 중요한 작업이 선체를 조사하는 과정이다”며 “그런데 해수부는 인양 후에 선체조사를 위한 계획자체를 안 잡고 있는 것이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졌다”고 답했다. 이어 “교통사고 나면 차체조사 하듯이 사고원인을 찾기 위해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만든 건 기존의 사회제도였다. 세월호라는 낡은 배가 운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정책, 화물을 과적하게 한 것은 안일한 안전의식, 기울어가는 배에 아이들을 묶어둔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방송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는 왜 충분히 더 많은 이들이 구조될 수 있음에도 구조되지 못했는지, 그 큰 배는 왜 갑자기 그렇게 침몰해버렸는지 밝히지 못했다.

    그날, 4월 16일을 겪은 우리에게는 ‘더 이상 그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살아 돌아왔다면 첫 투표일이었을 13일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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