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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춤추게 한 시] 교의(敎義)



책/학술

    [나를 춤추게 한 시] 교의(敎義)

    교의(敎義)

    -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

    쳐라 북을 두려워 말고
    그리고 키쓰하라 주보(酒保) 아줌마에게

    그것이 학문의 모든 것이다
    그것이 책 속의 깊은 뜻이다

    북을 쳐 만인을 일깨워라
    기상나팔과 함께 청춘의 힘으로
    둥 둥 북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라
    그것이 학문의 모든 것이다

    그것이 헤겔 철학이다
    그것이 책 속의 깊은 뜻이다
    바보가 아니기에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을
    나는 뛰어난 고수(鼓手)이기에.

    하인리히 하이네 (1797-1856). 독일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전통을 잇는 서정시인으로 동시에 반(反) 전통적·혁명적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취업준비를 하던 대학 졸업반 시절 하이네의 이 시를 접하며 전율했다. 이내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눈물이 북받쳐올라 끄억 끄억 울음을 간신히 주워 삼켰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던 이 때, 이 시가 내게 던진 메세지는 너무나도 강렬하여 공부의 방향과 인생진로의 나침반이 되었다.

    "북을 쳐 만인을 일깨워라". 이 싯귀는 북을 쳐 만인을 일깨우는 일,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걸어볼만한 목표임을 우뢰를 치듯이 나의 의식을 일깨웠다. 만인을 일깨우는 일은 먼저 내 자신이 일깨워져야만 가능하다. 이론은 투쟁의 무기라고 했듯이 지적 연마에 온 열정을 쏟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기상나팔과 함께 청춘의 힘으로/ 둥둥 북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라". 이 구절에 이르러서는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만이 공부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가슴 벅차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1989년 그 시절 교사 기회를 놓치고, 공무원, 회사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이 시 한 수 때문에 기자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고, 많이 부족하지만 기자로서 25년을 걸어온 셈이다.

    이 시를 번역한 이는 김남주 시인으로, 그가 옥중에서 하이네, 브레히트, 네루다 시를 번역해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하이네는 1세기 반 전에 이 시를 남겼고, 번역자는 이 시집 출간 후 불과 수년만에 세상을 떴지만, <교의>라는 이 시의 교의는 한 청년의 가슴을 두드려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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