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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인(詩人)'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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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시인(詩人)'은 아무나 하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시인은 번데기로 비단옷을 만든다”고 말한 사람은 미국 시인 W 스티븐스다. 그러고 보면 언어의 연금술사이자 상처 입은 이 시대의 바로미터가 바로 순정의 시인이다. 대다수 평범한 필부들과는 달리 시대의 아픔을 앞서 느끼며 고뇌하고 노래하는 이들이 시인일 것이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시인에 대해 “그 마음은 남모르는 고뇌에 괴로움을 당하면서 그 탄식과 비명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뀌게 하는 입술을 가진 불행한 인간이다”고 말했다. <주홍글씨>의 N 호손은 “영원히 살아남는 것은 정치가도 전사(戰士)도 왕도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 멸시를 받았던 시인이다. 그들은 시인에게 빵 부스러기나 주었을 것이지만, 그들에게 오늘이 있게 하고 이름이 남게 된 것은 시인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듯하다. 시인은 모든 인간의 지식, 인간의 사상, 인간의 열정과 정서, 그리고 언어의 꽃이며 향기라고 갈파한 S.T 콜리지의 말이 맞는 듯하다. 오죽하면 <예언자>의 칼 지브란은 “우리는 하나님의 숨결이요 향기, 우리는 풀잎 속에, 꽃 속에, 열매 속에 깃들인 하나님이다”라고 까지 말했을까.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흔하고 흔한 것이 시인이다. 문학지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부터, 자칭 시인인 사람까지 더해 약 3만 여명의 시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인 부동산중개사도 있고 시인 의사에, 시인 약사도 있다. 시인 변호사, 시인 교사, 시인 목사, 시인 스님, 시인 카페주인, 시인 택시기사에, 시인 가정주부까지 그야 말로 시인들 천국이다. 복 받은 대한민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이 와중에 얼마 전 시인 국회의원 한 분이 일을 내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노영민 의원이다. 시집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북 콘서트를 열었는데, 시집 판매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로 시끄러웠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언제 어디로 등단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칭 시인이 된 천재 같았다. 시집 약력 란을 꼼꼼히 읽어보니, ‘대학 졸업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다’고만 되어 있다. 그리고 8년 전인 2007년 첫 시집 <바람 지나간="" 자리에="" 꽃이="" 핀다="">를 낸 것이 전부로, 등단에 관해서는 어떤 언급이 없다.

    꼭 문학지나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해야 만 시인이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자칭 시인이 권위 있는 문학지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보다 더 감동적인 시를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시인 나름이다. 문제는 시인이라는 ‘감투’랄까 ‘월계관’이랄까, 이런 것을 정치에 이용했거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사이비 시인 소리를 듣기에 딱 좋다. 더욱이 자기가 쓴 시와 자신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대책 없는 시인일 수밖에…

    70~80년대는 시인이 시집을 내면 호텔이나 예식장을 빌려 거창하게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래봤자 동호인들이 찾아와 축하해주고,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자축연 성격의 낭만적 출판기념회였다. 요즘에는 시집을 냈다고 거창하게 출판기념회 여는 시인은 바보 내지는 푼수 취급을 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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