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가습기살균제, 30대男 10년앓다 숨져…피해자 143명



생활경제

    가습기살균제, 30대男 10년앓다 숨져…피해자 143명

    "제조·판매 기업에 살인·상해죄 적용 처벌" 검찰 수사 촉구

    가습기 살균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30대 남성이 10년 동안 폐 질환을 앓다 지난달 끝내 숨졌다. 가습기 살균제 비극이 발생한 지 4년 반만에 사망자가 한 명 더 추가돼, 피해자는 143명으로 늘었다. 5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피해자는 늘어났고 유가족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30대 男 숨져…신혼 앗아가고 목숨까지 가져간 '살인제'

    지난 2005년, 27살의 젊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장모 씨. 부푼 마음을 안고 시작된 신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건강했던 장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면서부터다.
    '간질성 폐질환'. 장 씨의 "폐 조직이 손상됐다"는 게 병원의 판단이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장 씨는 이후 산소호흡기를 달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고 이듬해인 2006년 끝내 부부는 갈라섰다. 10년간 길고 외로운 투병 생활을 해온 그는 최근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폐 이식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퇴원한 장 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달 13일 끝내 숨을 거뒀다. 장 씨가 "신혼 때 썼던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의 공식 판정이 나온 지 5개월만이다.

    ◇ "제조·판매 기업에 살인·상해죄 적용 처벌 해라" 검찰 수사 촉구

    19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중앙지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장 씨가 숨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면서 "어린이와 산모를 죽게 하고도 책임을 회피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사 대표 등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 수사에서 유죄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원료를 공급한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도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된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가 미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일부 제품에 대해 제한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동물실험 조사를 모든 제품으로 확대해 진행하고 폐질환 외 다른 건강에 피해를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 가습기 살균제 투병환자 '380명' 의료비 등 지원은 정부 공식 사망자 '95명만'

    환경부와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장 씨를 포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은 환자(1·2등급) 가운데 사망한 이는 95명에 이른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2013년부터 2년간 벌인 1·2차 조사에서, "피해를 본 것이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환자들이다.

    피해가 의심되지만 정부가 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거나(3등급) 가능성이 거의 없다(4등급)고 판단한 사망자까지 더하면 관련 사망자는 143명으로 불어난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로 추정되는 투병 환자는 무려 38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1·2등급 판정자에 한해서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 4년전 임산부·영유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재조명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산모들이 원인 미상의 중증 폐질환으로 잇따라 사망했던 2011년 4월에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내에서 판매 중인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산부와 영유아가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로 연이어 숨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RELNEWS:right}가습기 살균제를 실험 쥐에 흡입시켜본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 폐 질환 환자와 같은 섬유화와 세기관지 염증 같은 증상이 실험 쥐에도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피해자들이 주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중 두 종류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비슷한 살균 성분을 가진 6개의 제품을 한 달 안에 수거하라고 명령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과 세퓨, 와이즐렉,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 좋은 상품 가습기 청정제 그리고 가습기 클린업이다.

    한편, 검찰은 각 업체가 제조·유통한 살균제 성분과 자체 검사 보고서 등 관련 서류와 파일을 확보해 분석해 이들 업체가 제품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인체에 유해하다는 걸 알면서도 제조·유통을 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12일 방한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특별보고관은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별보고관은 환경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제조업체 등을 만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