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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희망펀드, 이벤트성 쇼를 우려한다



칼럼

    [사설] 청년희망펀드, 이벤트성 쇼를 우려한다

     

    정부가 16일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희망펀드' 조성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저부터 단초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서 펀드 조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청년희망펀드가 청년일자리 창출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얼개는 나오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모금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섰다. 박 대통령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일시금으로 2천만원을, 그 이후에는 월급에서 매달 20%를 떼어 납부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바통을 이어받아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공공기관장들이 펀드 조성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회지도층과 공직사회, 민간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의 관리와 운영을 담당할 가칭 청년희망재단도 신설될 예정이다. 조성된 재원은 청년 구직자에 대한 지원, 창조혁신센터와 연계한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등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모금 방식은 중차대한 국가적 난제인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있어선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임시변통일 뿐 지속가능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20대 청년 실업자는 41만명으로 2010년의 33만명에서 수직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율은 더욱 심각해서 지난 6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자는 115만 7천명, 체감 실업률은 무려 23%에 이른다.

    대선때 핵심 공약으로 정한 뒤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났는데도 이런 실정인데, 펀드 조성을 통해 무슨 수로 백 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인가? 또 사회 각계각층으로 모금운동이 본격화되면 강제모금 성격의 준조세가 될 우려도 있다.

    펀드 조성이라는 반짝 아이디어로는 결코 국정의 핵심과제를 풀 수 없다. 대신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구조를 재편하면 일자리는 저절로 뒤따른다. 그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통계를 보면 대기업의 고용분담율은 11%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해법은 대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벤처창업 육성과 내수 활성화, 골목상권 보장 등에서 찾는게 마땅하다.

    올들어 대기업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점심식사 한 번 한 뒤 앞다퉈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벌써부터 알맹이 없는 과대포장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재벌그룹들이 최근 내놓은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은 알고 보면 상당 부분이 인턴프로그램이나 협력사 취업 소개인 것으로 드러나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일 것이라는 기업이 36%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청년희망펀드 구상에 대해 "청년고용문제를 자꾸 이벤트성으로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아이디어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노동개혁관련 법안 처리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청년층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해답은 정공법에서 찾아야 한다.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푸는데서 시작하는게 옳다. 돈을 풀어서 경제를 반짝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재정적자를 가중시킨 것에서 배워야 한다. 또, 청년고용이 시급하지만 자영업자 재교육과 퇴직자 재취업 문제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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