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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SM아티움 3층…그 미지의 세계 체험기



연예 일반

    '★' 없는 SM아티움 3층…그 미지의 세계 체험기

    [아이돌 스타 마케팅의 모든 것 ②] 스튜디오에서 나만의 음반을 만들다

    파급력 큰 아이돌 스타들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최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기획사는 한류를 이끌기 위한 복합문화 거점을 세우기 시작했고, 아이돌 스타 육성 시스템을 하나의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변해가는 아이돌 스타 마케팅 시스템을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① '잘나가는' SM·YG…왜 한류 전초기지 세울까?
    ② '★' 없는 SM아티움 3층…그 미지의 세계 체험기
    ③ 팬들은 '봉'?…치솟는 MD 상품값의 비밀
    ④ 만나면 대박?…스타와 중소기업의 기묘한 동업관계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3층 스튜디오에 있는 녹음 스튜디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제공)

     

    많은 이들이 스타가 되기를 꿈꾸지만 누구나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TV 속스타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한 번쯤'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최근 아이돌 스타를 향한 젊은이들의 선망은 유독 크다. 이미 이들 스타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이하 SM 아티움)의 체험 스튜디오는 이런 꿈과 욕망을 실현시키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오면 평범한 이도 가수가 되고, 춤꾼이 된다. 철저하게 1대 1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아이돌 스타 배출 노하우를 십분 살린 SM 마케팅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스타를 만나거나 보는 것이 아닌, 스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이는 일차원적인 아이돌 스타 마케팅의 새로운 확장판이다. SM 시스템 속에서 대형 스타들이 수없이 탄생해왔기에, 스타가 없는 곳에서 그 시스템까지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국내에 보편화되지 않은 전문 체험 스튜디오인 만큼, 패키지별, 옵션별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8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 만 원대의 프로그램까지 준비돼 있다. 고급 장비와 인력이 투입된 화보 촬영의 경우, 별다른 선례나 기준이 없어 웨딩 스튜디오의 가격을 참고하기도 했다.

    철저한 예약제와 맞춤형 프로그램을 고수하기 때문일까. SM 아티움 3층 스튜디오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는 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베일에 싸인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한 스태프들과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매니저와 엔지니어 그리고 트레이너.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제공)

     

    내가 쓰는 프로필
    ▶ 이름 : 유원정

    ▶ 나이 : 20대

    ▶ 노래 실력(노래방 기준) : 컨디션에 따라 70점과 90점 사이

    ▶ 선택곡 : 소녀시대 'GEE'

    ▶ 선택 이유 : 대중적 히트곡이고 부르기 쉬울 것 같아서

    ▶ 비고 : 기관지가 약한 비염 보유자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트레이닝 시간에 따라 하루 이상 소요되는 프로그램도 있단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로 했다. 크게 음반, 화보, 뮤직비디오로 구분된 패키지 중 춤과 포즈 취하기는 엄두도 나지 않아 만만한(?) 음반 제작을 골랐다. 직접 녹음실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디렉팅까지 끝낸 하나뿐인 음악을 간직하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프로그램은 보컬 트레이닝과 레코딩으로 이뤄졌다. 기자는 여기에 실시간 메이킹 사진을 추가했다. 사전에 담당 매니저와의 통화를 통해 선곡을 마쳤다. 솔로곡으로 소녀시대 태연 노래를 많이들 한다고 했지만, 혼자 그룹 노래를 부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싶어 소녀시대 'Gee'와 태티서 'Twinkle'을 선택했다.

    한창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릴 시기, '목 관리 잘 하고 오시라'는 매니저의 지침에 따라 꼬박꼬박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메르스 의심환자라도 됐다간 어렵게 잡은 예약이 모두 물거품이 될테니까.

    보컬 트레이닝실의 풍경. 기자가 트레이너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제공)

     

    드디어 디데이가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의 거대한 유리문을 여니, 이미 매니저가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체험 시간 동안 내 매니저인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옆에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주는 것이 낯설면서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당도한 곳은 보컬 트레이너실이었다. 소파와 테이블, 전자 피아노가 놓인 아늑한 공간에서 담당 트레이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건네준 용지를 보니 구간별로 가사를 보기 좋게 나눠 놓았다. 녹음용 가사집은 또 따로 있었다.

    소녀시대 노래를 반주 삼아 부른 결과 두 곡 중 기교와 고음이 많은 'Twinkle'은 자동 탈락됐다. 목소리와 분위기가 'Gee'와 더 어울린다는 트레이너의 말을 참고해 내린 결정이었다.

    선곡이 끝나자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혹시나 부담스러워할 나를 배려해 트레이닝 내내 원곡이 반주로 흘러나왔다.

    노래 한 곡을 전부 부른 건 처음과 끝 정도 뿐이었다. 그 외에는 구간별로 속성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노래의 글자 하나, 마디 한 구간에 그토록 많은 느낌과 감정이 숨어있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치밀하고 도식적이었다.

    "끝마치면서 살짝 누르는 느낌으로 호흡을 길게 빼시고, 여기서는 귀엽고 통통 튀는 느낌으로 해주세요. 이 마디는 곡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좀 부드럽고 애틋하게요."

    소녀시대가 부를 때는 그렇게 쉬워 보였던 노래도, 직접 하려니 만만치가 않았다. 노래방 점수가 최고인 줄만 알았던 세계에서 한 발짝 나왔는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 수준이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트레이너 밖에 없었다. 그가 보여준 시범대로 어설프게나마 따라해,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물을 건네주는 건 매니저의 몫이었고, 계속 수그러드는 일반인의 자신감을 북돋는 것은 트레이너의 몫이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렇게 한 번 익숙해지고 나니 스스로 노래 곳곳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국에는 음절 하나하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그러다 문득 'Gee'가 한 시대를 풍미한 '후크송'임에는 분명하지만 '쉬운' 노래는 아님을 깨달았다.

    녹음이 한창인 스튜디오. (왼쪽부터) 트레이너와 엔지니어가 작업 중이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제공)

     

    어느 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우리는 녹음실로 이동했다.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주는 트레이너의 말에 생각 외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크지 않은 방에 녹음 부스가 있고, 거대한 녹음실 기계 앞에 앉아 있던 엔지니어가 우리를 맞았다. 내 목소리를 180도(?) 바꿔 줄 디렉팅이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잠시의 휴식이 끝나고, 부스 안에 들어가 녹음 준비를 했다.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서 헤드셋을 쓰니 신기하게도 외부 말소리가 모두 들렸다.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동안 트레이너에게 답하는 내 목소리도 모두 귀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헤드셋과 마이크로 밖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내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감각이었다.

    "그럼 '너무너무'부터 '떨리는 Girl'까지 불러볼게요."

    녹음의 시작이었다. 행여나 목소리가 떨려 실수라도 할까, 트레이너의 조언대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려고 노력했다.

    소녀시대 노래도 없이 MR만으로 1절 첫 소절 녹음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 노랫소리를 들으며 노래하는 게 어찌나 민망한지, 간신히 찾은 자신감이 도로 도망갈 지경이었다.

    1절까지 녹음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끔 과하게 리듬을 타는 바람에 움직임 소리가 섞여 재녹음 한 것만 빼고. 심지어 트레이너로부터 '바보'라는 음절을 잘 부른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기쁨도 잠시, 2절 첫 소절에서 'Girl'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몇 번에 걸친 트레이너의 시범에도 도저히 이 부분의 음과 느낌을 잡을 수가 없었다. 실수가 거듭될수록 조급해진 마음에 망치기도 여러 번, 결국 맨 마지막에 녹음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노래를 업으로 삼은 가수들은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갔다.

    두 번째 시련은 클라이맥스에서 찾아왔다. 쉬는 시간 동안, 태연이 부르는 두 번의 애드리브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던 것. 나는 가볍게 '체험'해 보겠다는 처음의 마음가짐과 달리 점점 열의에 불타고 있었으므로 이를 수락했다.

    트레이너가 들려줄 때는 쉬울 것 같았는데 막상 녹음실에 와서 준비되지 않은 부분을 '애드리브' 하려니 박자와 음 모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우워어'와 '예예' 중에 간신히 오기로 '우워어'를 성공했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녹음에 걸린 시간은 총 두 시간. 후렴구 녹음은 한 번으로 끝났지만 최대한 단체가 노래하는 원곡과 비슷한 느낌을 내기 위해 한 구절을 여러 번 녹음했다. 녹음 중에는 촬영이 불가해, 녹음 전과 후 그리고 짧은 쉬는 시간마다 포토그래퍼들에게 주문받은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부스 밖으로 완전히 나와, 스튜디오에서 나를 서포트해 준 스태프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기사에 나갈 것이라고 알려주니 다들 멋쩍은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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