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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술행정이 길들이기 도구인가?



칼럼

    [시론] 예술행정이 길들이기 도구인가?

    • 2015-04-10 14:4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의 파행적 행정농단에 시민의 축제이자 연극인들의 잔치인 서울연극제가 짓밟히고 있습니다.

    공연예술센터는 서울연극제 개막 하루 전인 3일 저녁 주요 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폐쇄 공문을 일방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구동부의 중대한 이상으로 긴급 점검 및 보수를 위해 폐쇄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입니다.

    센터의 주장은 아르코 대극장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상 징후가 3월 10일 발견되었기 때문에 4월 11일에서 5월 17일까지 문을 닫고 긴급 점검과 보수를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제36회 서울연극제’의 대극장 공연 일정이 거의 이 기간 안에 들어가 있고 폐막식도 예정되어 있어서 행사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극장 천정에 달린 조명봉을 오르내리게 하는 장치로, 이 봉 하나에 작품에 따라 조명기 수십 대가 부착되고 필요한 경우 무대장치나 출연진들을 매달기도 하기에, 추락과도 같은 대형안전사고를 방지하고자 비파괴 전수 검사를 하겠다는 센터의 주장은 일견 일리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에도 공연은 진행 중입니다. 해외팀이 초청된 행사라 일정조정이 어려워서 부득이 진행한다지만,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안전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36년이나 이어 온 연극계 최대의 축제는 그런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그 정도의 고장은 일상적이며 문제되는 봉을 사용하지 않거나 봉을 아예 내려버리고 공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에서는 현장 검증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센터 측에서는 답변이 없습니다. 하물며 차질이 예상되는 공연에 대해서 대체 공간을 제공한다더니 대극장 공연을 소극장에서 하라며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내놓고는 협의조차 성실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센터장은 이틀간이나 휴가 중이었다고 하니, 34년 동안 한 번도 없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행정의 파탄이 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어찌 대관 탈락 파문에 이은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마련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실상 공연을 하든 말든 상관 없다는 모욕 뿐입니다.

    연극인들은 억대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피땀 흘려 연습하고, 수많은 관객들과의 약속을 통해 이미 팔려나간 예매 티켓도 있는데, 행정을 담당하는 자들은 초강력 갑질을 하며 예술가와 관객들을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과연 예술행정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입니다.

    26년 연출을 해온 연출자의 꿈이 조각나고, 40년 외길을 걸어온 배우의 열정이 길바닥에 나뒹구는데 문화융성이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현장 예술을 이해도 못하고 위치를 착각한 채 완장질이나 하려는 행정권력가들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합니다.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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